‘오흐리드’에서 ‘스트루가’까지, 페달 위의 하루

기도의 호수에서 문학의 강으로

by 낭만봉지 김봉석

자전거의 바퀴가 길을 깨울 때,

마음도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긴장은 도로 위에서 숨을 죽였고,

평온은 호숫가에서 다시 말을 걸어왔다.


기도처럼 고요한 오흐리드를 지나,

문학처럼 흐르는 스트루가에 닿아.


우리는 속도를 내려놓는 법을,

비로소 여행에게 배웠다.


자전거를 렌트한 이상,

오흐리드의 경계 밖으로 나가보고 싶어졌다.


지도 위에서 손가락이 멈춘 곳은 스트루가.
오흐리드에서 자전거로 약 한 시간 반,

호수의 끝자락에서 강이 시작되는

조용한 호반 도시였다.


해외에서 처음 도로를 달리는 날이라

우리는 유난히 조심스러웠다.


아내의 자전거를 다시 한번 점검하고,

브레이크를 눌러보고, 안장을 맞췄다.


출발 전의 긴장감은

마치 숨을 길게 들이마시는 순간 같았다.


오흐리드 시내의 자전거길은

놀라울 만큼 잘 정비되어 있었다.

차도 옆을 따라 이어지는 트랙 덕분에

마음이 조금 느슨해졌다.
하지만 올드타운을 벗어나자 상황은 달라졌다.


자전거길이 사라진 좁은 일차선 도로.
버스와 트럭이 바로 옆을 스쳐 지나갈 때마다
동공이 커지고, 어깨와 손끝에 힘이 들어갔다.


온몸이 ‘지금’에만 집중하라고 말하는 시간이었다.

(북마케도니아 오흐리드에서 스트루가까지 바이크 하이킹)

그렇게 30분쯤 지났을까.
도로는 어느새 호수를 끼고 달리는

자전거길로 바뀌었다.


긴장이 풀리자 풍경이 밀려들었다.

호숫가에서는 사람들이 물에 몸을 담그고 있었고,
아이들은 물장구를 치며 웃음을 흩뿌렸다.
페달을 밟는 리듬이 호수의 숨결과 맞아떨어졌다.


이제야 비로소 여행이 다시 시작된 느낌이었다.


스트루가는 오흐리드 호수의 푸른 심장이

‘블랙 드린 강’이라는 이름으로

몸을 바꾸어 흐르기 시작하는 곳이다.


첫인상은 낭만적이었다.
물결 위에 시의 운율을 실어 보내는 도시.
오흐리드가 고요한 정적 속의 기도라면,
스트루가는 끊임없이 흐르며 숨 쉬는

문학의 숨결 같았다.


세계적인 시 축제,

‘스트루가 시인들의 밤’이 열리는 도시답게
이곳은 단순한 종착지가 아니라
말과 감정이 머무는 장소처럼 느껴졌다.

(북마케도니아 스트루가)

마트 앞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우리는 걷기 시작했다.


골목마다 매달린 알록달록한 우산들이

강한 햇살을 파스텔 톤으로 흩뜨려 놓았다.

‘마치 내가 잠시 무대 위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


강변 카페에 앉았을 때 분위기는 완벽했지만
메뉴판 없는 노상 카페는 또 다른 난관이었다.
몸짓과 눈빛으로 주문한 음료는
우리가 원하던 그것과는 조금 달랐다.


썩은 미소를 지으며 잔을 들었다.
여행에서는 늘 성공만 할 수는 없으니까.

(북마케도니아 스트루가)

다시 자전거에 올라 오흐리드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생각했다.


자전거는 나에게 더 먼 곳을 보여주었고,
걷기는 그곳을 이해하게 만들었다.


기동력과 느림이 조화를 이룰 때,
여행은 비로소 풍경이 아니라 기억이 된다.


남은 시간 동안 우리는
이 호수와 길 위에서
조금 더 천천히, 그러나 조금 더 멀리
오흐리드의 추억을 쌓아갈 것이다.


- 낭만봉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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