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오후
호수 옆 난간에 손을 얹었다.
차갑지도, 거칠지도 않은 촉감이
손바닥을 통해 천천히 올라왔다.
그 순간이었다.
내 안에 오래 머물러 있던 긴장이
파도처럼 부서져 흩어졌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이곳 역시 아무 말이 없었다.
그 침묵이 오히려 안심이 되었다.
오흐리드 올드타운의 돌벽은
수백 번의 계절을 견뎌낸 얼굴을 하고
오늘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기대지도 않았는데
기대어도 될 것 같은 느낌.
그 거대한 벽 사이로 스며든 시간들이
낯선 여행자를 다정하게 감싸 안았다.
여행이란
새로운 것을 얻는 일이 아니라
잊고 있던 감각을 다시 돌려받는 일일지도 모른다.
하늘은 느긋하게 구름을 흘리고
호수는 잔잔한 파란빛을 길게 펼쳤다.
나는 그 사이에 서 있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한동안 방황하던 마음이
비로소 내려앉는 자리.
그때 들렸다.
마음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소리.
크게 울리지 않았지만
분명히 알아들을 수 있는 소리였다.
이 평온함이
영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다만 기억으로 남아
언젠가 삶이 어두워질 때
다시 꺼내 볼 수 있다면 충분하다.
오늘의 이 오후가
미래의 나를 밝혀주는
조용한 등불 하나로
남아주기를,
나는 호수 앞에서 조용히 바라본다.
- 낭만봉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