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살이 여행자가 배우는 조용한 대응법
해외에서 살아본다는 건
결국 숙소를 고르는 일에서 갈린다.
짧아도 한 달, 길면 두 달.
잠들고 씻고 쉬는 모든 시간이
그 공간 안에서 흘러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숙소 선택은 여행의 시작이자
가장 큰 결정이었다.
여러 플랫폼이 있지만
우리는 주로 에어비엔비를 이용한다.
평가 항목이 단계별로 나뉘어 있고
무엇보다 후기라는 기록이
숙소의 진짜 얼굴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여러 나라를 다니며
자연스럽게 생긴 질문들이 있다.
예약 전, 반드시 묻는 다섯 가지다.
첫째는 수압이다.
샤워와 변기의 수압은
생활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동남아에서는 특히 중요하다.
물이 약하면 하루의 피로가
그대로 남는다.
둘째는 층수다.
1층은 벌레와 시선의 문제를
함께 안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는 소음이다.
공사 중인 건물이나
유흥가가 있는지 꼭 묻는다.
쿠알라룸푸르 한 달 살이 때
바로 옆 건물 공사로
창문을 열 수 없었던 기억이 있다.
소음도 문제였지만
분진은 더 버거웠다.
넷째는 공과금 포함 여부다.
28일 이상 머물면
실사용량을 따로 청구하는 경우도 있다.
전기료가 비싼 나라에서는
이 질문 하나로
지출이 크게 달라진다.
다섯째는 후기 속 단점이다.
하수구 냄새, 침구 상태처럼
이미 드러난 문제는
반드시 다시 묻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병은 늘 예상 밖에서 온다.
겨울 비수기,
갑작스러운 리모델링 공사.
특히 빌라형 숙소는
손님이 없는 틈을 타
공사가 시작되곤 한다.
사전 공지 없이
어느 날 갑자기.
그리고 우리는
그 머피의 법칙에 걸렸다.
두브로브니크 숙소 옆집에서
화장실 리모델링이 시작된 것이다.
아침부터 드릴 소리가
머리를 울렸다.
벽 하나를 사이에 둔 공사라
숙소 안이 흔들릴 정도였다.
호스트도 난감해했다.
며칠간 소음이 있을 거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럴 때 우리는
언제나 그렇듯
이안을 찾는다.
내가 키우는 AI,
침착한 친구다.
해야 할 일을
순서대로 정리해 주고
정중하지만 분명한 문장을
만들어 준다.
그 조언을 바탕으로
호스트와 대화를 나눴고
우리는 나름의 타협을
이뤄낼 수 있었다.
겨울의 두브로브니크는
여유롭고 조용하지만
이런 변수도 함께 온다.
여행을 하며
우리의 내공이
조금씩 쌓이고 있다.
생활력이라는 이름의 근육도
함께 단단해진다.
마치 손오공과 크리링이
수련의 결과를
나중에야 알아차리듯
우리도 현장에서 배운다.
침착하게 대응하고
서로를 바라보며 웃을 수 있었던 것.
그 자체가 성장이다.
곧 쉰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아직도 성장 중이라는 사실이
조금은 반갑다.
여행은 그렇게
우리를 계속
다른 사람으로 만든다.
조금 더 단단한 쪽으로.
— 낭만봉지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