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도 낭만이 있다

[1장] 교사가 되고 싶어!

by 주봉준

저는 강원도 춘천에서 군 복무를 했습니다. 그리고 11월 말, 누구에게는 짧고 누구에게는 길게 느껴질 수 있는 군 생활을 마치고 제대를 했습니다. 하지만 제대하자마자, 저는 경남에 있는 소속 학교로 급히 내려가야 했습니다. 제대한 다음 날 곧바로 출근을 해야 했기에 잠시도 쉴 틈이 없었습니다.


2주 전에 말년 휴가를 나와서 수업 준비를 미리 해두었지만, 그래도 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았습니다. 일찍 출근하여 짐 정리도 하고, 교실 청소도 하고, 활동지도 인쇄했습니다. 오랜만에 학교로 복귀하는 설렘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마음을 짓누르는 부담감이 더 컸습니다. 제가 11월 말에 복귀하면서 2학년 교실의 담임이 벌써 두 번이나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저를 대신해 발령 대기 중이던 선생님께서 한 학기를 맡아주셨고, 퇴직 후 쉬시던 다른 선생님께서 11월까지 학급을 책임지셨습니다. 두 분 다 좋은 선생님들이셔서 감사했지만, 만나보지 못한 아이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한 해를 함께 마무리하지 못하고 계속 담임이 바뀌었으니, 아이들은 마음이 얼마나 허탈했을까요?


“여러분, 반갑습니다. 함께 할 시간이 2달밖에 남지 않았지만, 그 시간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네, 선생님. 저희도 반가워요. 그런데 선생님은 왜 머리가 그렇게 짧아요?”


다행히 아이들과의 첫 만남은 좋았습니다. 아직 군인의 티를 못 벗은 까까머리 남자 선생님이 신기했을 겁니다. 저를 반갑게 맞아준 아이들을 위해 뭔가 특별한 것을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중 자취방에서 함께 지내던 동료 선생님이 저에게 기타를 배워볼 것을 권유했습니다. 저는 저녁마다 기타를 배우며 큰 결심을 했습니다. 종업식 전까지 한 달 동안 열심히 기타를 연습해 꼭 한 번 동요 수업을 해보겠다고요.


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에, 매일 저녁 열심히 기타를 배웠습니다. 손가락이 아파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지만, 아이들이 기뻐할 모습을 생각하며 연습에 매진했습니다. 손끝이 조금씩 단단해지고 피크가 몇 개 부러지고 나니, 동요 한두 곡을 연주하며 수업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음악 시간에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던 그날, 저는 참 행복했습니다.


2학년 아이들과의 함께한 시간이 너무 짧아서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다음 해 학년을 배정할 때, 여러 선생님들께 양해를 구하고 3학년 담임을 이어서 맡게 되었습니다. 참 즐거운 한 해였습니다. 봄에는 벚나무 아래 잔디에 앉아 벚꽃을 주우며 함께 노래를 불렀습니다. 무더운 여름에는 화채를 만들어 먹고 물총놀이도 했습니다. 서늘한 가을에는 뒷산에 올라 낙엽을 줍기도 했고, 찬 바람이 부는 겨울에는 연날리기를 하며 운동장을 뛰어다녔습니다. 군대에서 책을 읽으며 꿈꾸던 학교 생활을 실제로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교장 선생님께서도 그 모습을 흐뭇하게 봐주셨습니다.


“내 꿈이 섬마을 총각 선생님이 되어 낭만적으로 아이들과 지내는 것이었는데, 주 선생님이 그렇게 해주니 참 보기 좋다.”


그 이후로도 저는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는 활동이 있으면 주저하지 않고 추진하였습니다. 기차를 타고 소풍을 갈 때 기타를 치며 아이들과 동요를 불러보기도 했고, 학교에서 야영할 때 귀신 분장을 하고 공포 체험을 하기도 했습니다. 수학여행을 가서는 교장 선생님을 모시고 방탈출 카페 체험도 해보았고, 밴드 동아리도 운영하여 학예회에서 공연도 해보았습니다. 지금도 예전의 사진을 보면 그때의 추억을 떠올라 입가에 미소를 지어지곤 합니다.


교사라는 직업이 가진 장점은 참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장점은 아이들에게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선생님들은 어떤 낭만을 가지고 계신가요? 교사라면 아이들과의 소중한 시간을 한 편의 시처럼 새기며, 추억이라는 낭만을 가슴에 품고 사는 것도 멋지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