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한 짓은 미워하되, 아이는 미워하지 말라

[1장] 교사가 되고 싶어!

by 주봉준

실습생이던 때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아마 두 번째 실습이었을 겁니다. 존경할 만한 성품의 담임 선생님께서 계시는 3학년 교실에 실습생으로 배정되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교사가 가져야 할 덕목, 수업에 임하는 자세 등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죠.


첫 수업을 하는 날이었습니다. 저는 도덕 교과의 '내 행동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학습 목표를 맡아 수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며칠 전부터 열심히 수업을 준비하며 PPT 자료와 구체적인 수업 시나리오를 만들었습니다. 학생들에게 수업에 잘 참여하면 점심시간에 함께 축구를 하겠다고 달콤한 유혹도 던졌습니다.


그런데 수업 시작 몇 시간 전에 담임 선생님께서 갑자기 교육청에 급히 가셔야 한다며, 미안하지만 3~4교시 동안 학생들을 맡아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4교시는 제 수업이 있는 시간인데 말이죠. 간절한 담임 선생님의 부탁에 두렵지만 믿음직한 목소리로 ‘저만 믿고 다녀오십시오.’라고 큰 소리를 쳤습니다.


3교시는 국어 시간이었습니다. 담임 선생님은 이미 학생들에게 독후 활동을 과제로 내주고 가셨습니다. 제가 교실에 들어서자 학생들은 상황을 눈치챘는지 웅성거리더니 점차 날뛰기 시작했습니다. ‘자리에 앉아라, 책 읽어라.’라는 저의 간절한 외침은 학생들의 귀에 들어가지 않는 듯했습니다.


한 아이가 갑자기 책장을 밟고 복도 쪽 창문을 넘으려 하자, 저는 당황하며 급히 아이들을 제지하고 교실을 진정시키기 위해 애썼습니다. ‘그래, 수업이 재미없어서 그랬겠지. 4교시 도덕 수업은 재미있게 준비했으니 잘 될 거야.’라고 생각하며 종이 울리기만을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3교시가 마치고 10분이 지났습니다.


4교시 시작종이 울렸습니다. 저는 여러 번의 시도 끝에 한참 만에야 아이들을 자리에 앉히고 교과서를 펴도록 할 수 있었습니다. 칠판에 반듯한 글씨로 적은 학습 목표도 함께 읽었습니다. 여기까진 계획대로 흘러갔습니다. 동기 유발을 위해 1초 후의 상황이 예상되는 재미있는 사진을 보여주었습니다.


“자, 여러분. 여기 한 아이가 개구진 표정으로 도망가고 있고, 그 뒤로 쌓여 있는 우유 상자가 넘어지려고 하고 있습니다. 1초 후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예전에 저런 거 봤어요!”

“어? 5학년 오빠 아니에요?”

“안 보여요!”

“야, 앞에 비켜! 나도 안 보여!”


한 아이가 사진이 안 보인다며 TV 앞으로 나오자 너도나도 우르르 교실 앞으로 달려왔습니다. 교실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었고, 저는 아이들을 자리에 앉히고 진정시키느라 온 힘을 다했습니다. 동기유발을 위해 준비한 사진이 다섯 장이었는데, 마지막 사진을 보기도 전에 수업 마치는 종이 울리고 말았습니다.


귀중한 수업을 망쳤다는 좌절감과 두 시간 동안 아이들에게 시달려 망가진 멘털에 손가락 하나 들 힘도 없이 지쳤지만, 쉴 수는 없었습니다. 담임 선생님을 대신해 급식 지도도 해야 했죠. 겨우 줄을 세워 급식실에서 식사를 시작했는데, 순식간에 식사를 마친 학생들이 제 주변에 하나둘 모여들었습니다.


“선생님, 저희 오늘 잘했죠? 약속대로 같이 축구할 거죠?”

“선생님, 왜 이렇게 늦게 먹어요? 빨리 좀 드세요!”


몸도 지쳤지만, 아이들에 대한 실망감 때문에라도 함께 축구를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천천히 먹었다간 다른 반에게도 민폐가 되기에 먹는 둥 마는 둥 하며 대충 식판을 정리하고 급식실을 빠져나왔습니다.


아이들이 저를 따라 나왔습니다. 점심시간만이라도 잠시 아이들로부터 떨어져 숨을 돌리고 싶었습니다. 담임 선생님이 언제 오실지 알 수 없었거든요. 마지막 남은 힘을 짜내어 빠른 걸음으로 아이들을 따돌리고 학교에서 가장 으슥한 곳으로 도망쳤습니다. 1층 계단 밑에 숨어 아이들이 눈치챌까 봐 숨을 죽이고 있었는데, 우르르 몰려다니며 저를 찾아다니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언니! 우리 반 선생님 진짜 최고다! 지금 술래잡기하고 있는데 혹시 봤어?”


몇 명의 제보자 덕분에 술래는 금세 붙잡히고 말았습니다. 운동장으로 저를 끌고 가려던 아이들과 버티려는 저의 팽팽한 줄다리기는 5교시 시작종이 울리고 나서야 끝이 났습니다. 겨우 교실로 아이들을 밀어 넣고, 혹시나 담임 선생님이 오실까 싶어 교실 문을 열고 복도를 살폈습니다. 그 순간 선생님이 복도 끝에서 달려오시는데 후광이 비치는 착각이 들 정도로 반가웠습니다. 고생 많았으니 얼른 휴게실로 가서 쉬라는 선생님의 말에 애써 힘든 표정을 감추며 교실을 나왔습니다.


기진맥진한 채로 휴게실 책상에 엎드려 있으니 좌절감과 실망감이 밀려왔습니다. 이렇게 해서 진짜 교사가 될 수 있는지 저 스스로에게 의문이 들기도 했고, 저를 이렇게 힘들게 만든 아이들이 미워지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저를 찾아오신 선생님은 자리를 비워서 미안하다며 제 인생에 가장 깊이 남는 말을 해주셨습니다.


“주 선생님, 애들이 밉죠? 그런데 아이들이 한 짓은 미워하되, 아이들은 미워하지 마세요. 아이들은 그저 사랑을 받고 싶어 하는 소중한 존재니까요.”


저는 그 말을 지금도 마음속 깊이 새기며 학생들을 대하고 있습니다. 위험한 물건으로 장난을 치는 학생을 강한 어조로 훈육할 때도, 그 아이를 걱정하는 제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합니다.


“내가 너를 혼내는 이유는 너를 미워해서가 아니야. 나는 네가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어. 만약 네가 다치면 나는 정말 속상할 거야.”


잘못된 행동을 한 학생을 그 자체로 미워해서는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행동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하되, 학생에 대해서는 항상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잘한 일에는 칭찬할 수 있고, 학생들이 긍정적인 성장을 이루어낼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