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교사가 되고 싶어!
처음 교사가 되던 해는 누구에게나 잊지 못할 기억일 것입니다. 저의 경우에는 그 해가 특히나 더 특별했습니다. 저는 5, 6학년이 두 반, 나머지 학년은 한 반인 8학급, 전교생 200여 명의 시골학교에 첫 발령을 받았습니다. 제가 맡은 학급은 말썽꾸러기들이 가득한 4학년이었죠. 아마 담임교사 8명 중 신규 교사가 4명이나 되었기 때문에, 그나마 남교사였던 저에게 다루기 어려운 반을 맡긴 것 같습니다.
“주 선생님, 우리 학교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반갑게 맞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은 체육 업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체육 업무요?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면 되나요?”
“간단해요. 운동회만 추진하면 됩니다.”
간단하다고만 들었던 체육 업무는, 막상 시작하니 생소하고 복잡했습니다. 초・중종합체육대회 인솔, PAPS 시스템 구축, 줄넘기 대회 및 육상대회 지도, 직원 체육 등 다양한 일들이 쏟아졌습니다. 공문은 매일같이 밀려들었고, 읽어도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해 부장 선생님을 찾아가야 했습니다. 작성한 공문과 계획서는 반려되기 일쑤였고, 왜 교대에서 이런 걸 배우지 않았는지 원망스러웠습니다.
드디어 체육 업무의 꽃, 운동회가 다가왔습니다. 생전 처음 준비하는 운동회는 교직 인생의 첫 번째 큰 고비였습니다. 작년 계획서와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 준비하고 있는데,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전통과 형식을 중시하는 교감 선생님과 새로움을 추구하는 교장 선생님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했기 때문입니다.
“교감 선생님, 운동회에서 할 종목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추가할 종목이 있을까요?”
“운동회에는 부채춤이 빠지면 안 되죠. 작년 영상을 참고해서 준비해 보세요.”
“교장 선생님, 여기 운동회 계획입니다.”
“작년이랑 똑같잖아요. 새로워야 학부모도 좋아하죠. 부채춤은 빼고 참신한 걸 넣어보세요.”
두 분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저를 중간에 둔 채 서로의 의견만 주장하셨습니다. 교무실과 교장실을 오가며 운동회 준비를 해야 했던 2주 동안, 불면증이 심해졌습니다. 운동회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준비물을 구매하고, 내빈을 초대하고, 행진 연습을 주도하는 등 처음 해보는 일들이 너무 많았고, 매일 새로운 일이 쌓여갔습니다. 혹시 중요한 일을 잊을까 봐 밤마다 수첩과 펜을 머리맡에 두고 자다가도 깨어 기록하곤 했습니다. 그 결과 잠을 깊이 잘 수 없었고, 체중은 5kg이나 줄어들었으며, 피로가 극에 달해 의자에만 앉아 있어도 허벅지가 떨렸습니다. 결국 링거를 맞아야 할 정도로 몸이 지쳐버렸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운동회를 마친 후에는 입영 통지서를 받았습니다. 지쳐버린 저는 후련하게 입대를 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부장 선생님의 설득으로 입대는 겨울방학으로 연기했고 대신 사업비 1억 원 규모의 농산어촌돌봄학교 사업을 맡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 고비가 시작된 것입니다.
본교는 농산어촌돌봄학교로 지정된 4개 학교 중 거점학교였습니다. 즉, 4개 학교의 여름 수영캠프, 가을 수련회, 겨울 스키캠프를 모두 제가 추진해야 했던 겁니다. 저는 각 학교의 담당 선생님들과 협력하면서 계획서 작성, 체험 장소 및 숙박 시설 계약까지 많은 실수 속에서 업무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종합감사에서 경고를 받긴 했지만, 어떻게든 일을 끝냈습니다.
그 해, 인근 학교 선생님들로부터 "신규 교사치고 일을 잘한다"는 칭찬을 여러 번 들었습니다. 소문을 들은 다른 지역의 친구에게서도 연락이 오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기쁘지 않았고, 오히려 공허했습니다,
제가 구슬땀을 흘리며 업무를 하는 동안, 저희 반 학생들은 점점 저에게서 멀어져 가는 것 같았습니다. 초과 근무를 해도 업무를 다 끝내기 벅차다 보니 수업 준비할 시간은 항상 부족했습니다. 준비된 재미있는 활동 대신 교과서 위주의 지루한 수업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겨우겨우 마음을 잡고 수업을 하고 있으면 교무실에서 전화가 와서 분위기를 망치는 일도 다반사였습니다.
"수업 잘한다고 누가 알아주는 줄 아나? 일을 잘해야 인정받지."
수업과 업무 사이에서 힘들어하는 저를 본 한 선생님께 이 말을 들었을 때, 저는 더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저는 학생들과의 수업을 위해 교사가 된 건지, 아니면 끝없이 이어지는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교사가 된 건지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더 이상 이대로 있을 수 없다고 느낀 저는 겨울방학이 시작되자마자 입대했습니다. 휴가를 나올 때마다 학급 운영, 수업 노하우 등 선배 교사들의 지혜가 담긴 책들을 한 권씩 구입했고, 시간이 날 때마다 밑줄을 그으며 그 책들을 읽었습니다. 복직 후에는 어떤 방식으로 수업을 할지, 학급 운영을 어떻게 할지 상상하며 계획했습니다. 관물대에는 어느새 책이 20권 가까이 쌓였고, 저는 전역을 앞두고 업무보다 수업을 잘하는 선생님이 되겠다고 굳게 다짐했습니다.
복직 후 저는 ‘일단 수업부터 하고, 업무는 나중에 하자.’라는 생각을 하며 수업에 더 집중했습니다. 확신에 찬 강한 의지 덕분인지 마음이 한결 편했습니다. 비록 교육청에 제출해야 할 공문을 놓쳐 혼이 나기도 했지만, 학교 생활이 전보다 훨씬 즐거워졌습니다. 그제야 비로소 '이게 내가 추구하던 교사의 삶이구나.'라는 깨달음이 들었습니다.
많은 신규 교사들이 학교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 대학교에서는 배우지 못한 다양한 업무에 당황하곤 합니다. 종례 후에도, 쉬는 시간에도 업무에 치여 수업 준비에 충분히 집중하지 못할 때가 많죠. 하지만 저는 관리자에게 업무를 잘한다고 칭찬받기보다는, 좋은 수업을 준비해 학생들이 알차게 배우는 모습을 보는 것이 훨씬 기뻤습니다. 교사의 진정한 보람은 잘 준비된 수업에서 학생들이 배우고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데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