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교사가 되고 싶어!
초임 교사였던 2009년의 1학기는 저에게 실패의 연속이었습니다. 사랑으로 학생들을 대하겠다는 다짐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대신 '사랑의 매'가 대신하게 되었습니다. 학생들이 저를 힘들게 할 때마다 하나씩 학급 규칙을 만들었지만, 규칙은 지속되지 못하고 생겼다 사라지기를 반복했습니다. 업무가 바쁘다는 핑계로 수업 준비도 소홀히 하게 되었고, 수업 시작 종이 치면 그제야 학생들에게 “오늘 교과서 몇 쪽 할 차례지?”라고 묻는 일이 점점 늘어났습니다.
여름방학을 지나며, 저는 달라지기로 결심했습니다. 아니, 반드시 달라져야만 했습니다. 제가 꿈꾸던 교실의 모습은 이렇지 않았으니까요. 개학 첫날, 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학생들에게 솔직한 마음을 전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른 아침 7시에 출근하여 교실을 정리한 후, 분필을 집어 들었습니다. 그리고 칠판에 편지를 가득 썼습니다.
“우리 반 학생들에게.
다들 여름 방학은 건강하게 잘 보냈나요? 다시 교실에서 여러분을 만날 생각에 설레고 떨립니다. 개학을 맞아 여러분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선생님은 여러분에게 사과하고 싶습니다. 처음 선생님이 되어 서툴렀던 1학기, 정말 많은 실수를 했습니다. 하지만 2학기에는 달라진 모습으로 여러분과 더 행복한 학교 생활을 하고 싶습니다. 선생님은 열심히 노력할 테니 많이 응원해 주고, 선생님을 믿고 함께해 주세요.”
학생들이 하나둘 교실로 들어오며 칠판 앞에 서서 편지를 읽었습니다. 몇몇 학생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미소를 지었고, 다른 학생들은 저를 바라보며 의아해하거나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습니다. 저는 부끄러웠지만, 친절하게 학생들을 맞이하며 저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학생들은 편지를 읽고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지만, 교실의 분위기는 조금씩 변화가 느껴졌습니다. 학생들의 눈빛이 조금 더 부드러워졌고, 아침의 소란스러움도 조금은 차분해졌습니다. 1학기 때 저에게 가장 적의를 보였던 여학생은 오히려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주었고, 저는 무사히 일 년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에도 저는 비슷한 경험을 여러 번 겪었습니다. 한 번은 새로운 학교에 부임하게 되었는데, 그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쉬는 시간마다 복도에서 술래잡기만 하며 놀았습니다. 운동장은 넓고 사용 가능했지만, 학생들은 대부분 복도를 선택했고, 운동장으로 나가 놀거나 다양한 놀이를 하는 학생은 거의 없었습니다. 같은 놀이만 반복하다 보니 학생들은 쉽게 지루함을 느꼈고, 그로 인해 다툼도 잦아졌습니다.
“얘들아, 복도에서 뛰면 위험해. 술래잡기는 운동장에서 해야지.”
“운동장은 숨을 곳이 없어서 재미가 없어요. 그리고 미세먼지랑 햇빛 때문에 나가기 싫어요.”
“교실에 앉아서 노는 건 어때?”
“교실에서는 할만한 놀이가 없어요.”
이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는 선생님들이 먼저 변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즐겁게 놀게 하려면 술래잡기보다 더 흥미롭고 다양한 놀이를 제공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학생들이 운동장을 기피하는 이유를 해결하기 위해, 저희는 운동장뿐만 아니라 교실에서도 할 수 있는 새로운 놀이들을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먼저 교감 선생님께 ‘플라잉 디스크 얼티미트’라는 뉴스포츠를 배운 후, 스포츠 클럽을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학생들을 운동장으로 데리고 나가 함께 운동하며 놀이의 폭을 넓혔습니다. 또한, 미세먼지나 햇빛 때문에 운동장을 피하려는 학생들을 위해 교실마다 보드게임을 비치하고, 학생들에게 게임 방법을 알려주며 직접 함께 즐겼습니다. 학생들은 점차 새로운 놀이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고, 더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운동장과 교실에서의 시간을 균형 있게 즐기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쉬는 시간마다 복도에서 술래잡기만 하던 학생들이 이제는 운동장에서 활기차게 뛰어놀거나, 삼삼오오 모여 보드게임을 즐기며 밝은 얼굴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변화된 모습은 학생들 사이의 다툼도 줄어들게 했고, 더욱 긍정적인 학교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공격적인 말투를 많이 쓰는 학급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학생들은 사소한 대화에서도 날카롭게 말을 했고, 다툼으로 번지는 일이 잦았습니다. 대화 예절에 대해 여러 차례 지도했지만, 학생들의 말투는 쉽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저는 학생들의 대화를 유심히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야! 지우개 좀 빌려줘.”
“아, 싫어. 왜 맨날 나한테만 빌려달라고 하는데?”
“됐다. 치사해서 네 거 안 빌릴 거다.”
“야, 최○○. 내 거 쓸래?”
“네 거 별로야. 잘 지워지지도 않잖아.”
관찰해 보니, 학생들은 친구를 '야' 또는 '야, 주봉준' 이렇게 부르며 대화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학생들은 '야'라고 불리는 순간 이미 기분이 상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대화는 처음부터 공격적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화의 시작이 공격적이다 보니, 상대방의 반응도 자연스럽게 공격적으로 변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학생들에게 서로를 부를 때 '야'나 성을 사용하지 않고, 이름 뒤에 '○○아'를 붙여 부르도록 지도했습니다. 예를 들어, '야, 주봉준' 대신 '봉준아'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물론 저도 먼저 실천에 옮기기로 했습니다. 돌아보니 저도 학생들을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불렀던 것을 깨달았습니다. '야'와 성을 빼고 이름을 부르니 대화의 시작부터 분위기가 한결 부드러워졌습니다. 학생들도 처음에는 다소 낯설어했지만, 한 달 정도 지속적으로 지도하고 함께 연습하자 대부분이 적응하였고, 부드러운 말투로 대화를 시작하는 모습이 자리 잡았습니다. 대화가 부드럽게 시작되니 전보다 공격적인 말투가 확연히 줄어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학생의 문제 행동을 다루는 방법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처음에는 학생들에게 왜 그랬는지 다그치고, 문제 해결 방안을 이해시키려고만 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제 지시에 따르지 않거나 같은 문제 행동을 반복할 때마다, 무력감과 좌절감이 커졌습니다. 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변화가 없는 모습을 보며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방법을 바꿔보았습니다. 제 이야기보다는 학생들의 말을 많이 들어주기 시작한 겁니다. 상담으로 학생의 문제 행동을 곧바로 고칠 수는 없었지만, 학생의 감정을 이해하고 그 마음을 헤아리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점차 저를 신뢰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신뢰가 쌓이자 문제 행동의 빈도도 서서히 줄어들었고, 학생들이 저에게 먼저 도움을 청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 반에 문제가 있나요? 아이들이 많이 다투나요? 지나치게 소란스럽나요? 너무 이기적인가요? 학생을 바꾸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교사가 먼저 바뀌는 것입니다. 교사가 작은 변화를 만들어갈 때,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그 변화를 따르게 됩니다. 일상의 작은 노력들이 쌓이면 학급의 분위기는 점점 따뜻하고 긍정적으로 변해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