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학교만 보인단 말이야

[1장] 교사가 되고 싶어!

by 주봉준

제 교직 생활을 돌아보면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동학년 학급이 없었다는 겁니다. 즉, 한 학년에 한 학급만 있는 학교에서 근무했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일부러 작은 학교만 찾아다녔기 때문입니다.


첫 학교에 발령을 받았던 신규 교사였을 때는 동학년 선생님들이 있는 다른 학교의 신규 선생님들이 부러웠습니다. 이 단원의 수업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를 때 동학년 선생님들이 알려주기도 하고, 학급 환경 구성이나 평가 문제 출제를 함께 나누어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학년의 일을 혼자 도맡아야 했던 저는 참 부러웠습니다. 학급에 학생 수가 적어서 알뜰 시장 같은 수업 활동에 어려움을 겪을 때도 같은 학년에 여러 학급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점차 경력이 쌓이면서 제 생각은 바뀌었습니다. 동학년이 없다 보니 다른 학급에 신경 쓰지 않고 교육과정을 자유롭게 재구성할 수 있었으며, 창의적인 수업도 많이 시도할 수 있었습니다. 제 수업에 맞는 평가 기준안과 문항지를 만들어서 적용할 수도 있었고, 제 스타일대로 학급 운영도 마음껏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동학년 학급이 생기면 교육과정이나 평가 계획을 다른 선생님과 합의하여 맞추어야 하는 것이 오히려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동안 만들어 온 저만의 교육 철학을 다른 선생님들께 이해시킬 자신이 없기도 하고, 익숙함에 안주하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이런 고집스러운 마음과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환경에 대한 두려움이 제가 작은 학교를 찾아다니게 된 첫 번째 이유입니다.


작은 학교를 선호하는 두 번째 이유는 업무 분장에 있습니다. 학교가 크든 작든 업무의 개수는 비슷합니다. 큰 학교에서는 같은 업무라도 업무량이 많다는 어려움이 있지만, 작은 학교에서는 큰 학교의 여러 선생님이 하는 업무를 한 선생님이 담당하고 있어서 더욱 부담이 큽니다. 그래서 작은 학교에서는 누구 하나 빠지지 않고 업무를 나누어 맡으며, 함께 고생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큰 학교에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아... 나 이번에 5학년 부장 맡았어. 5학년이 여섯 학급이나 되는데 내가 학년 부장이라니!”

“네가 제일 경력이 많아?”

“아니. 내가 제일 적어. 대부분 4~50대이신데 내가 30대고 남자니까 잘할 것 같다고 그러시네.”

“우리 경력이면 대부분 그렇지 뭐. 나는 연구 부장만 3년째 하고 있어.”


저는 경력이 많은 선생님들이 다양한 교육 상황에서 쌓은 지식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본인이 맡은 학급의 학생 지도뿐만 아니라 학교 운영 전반에 걸쳐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분들이 학교 운영의 중심을 잡고 리더십을 발휘할 때, 학교는 더 안정적이고 교육의 질도 높아진다고 봅니다.


그런데 되려 경력이 적은 선생님들에게 일을 몰아주다니, 제가 그런 상황을 겪게 된다면 납득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저는 한 사람이 과도하게 부담을 지는 것보다 모두가 함께 노력하고 서로 의지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이 생각 때문에 작은 학교를 더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교사로서 학생과 학교에 더 깊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제가 작은 학교를 선호하는 세 번째 이유입니다. 아무래도 시골 지역의 학교들이 그 규모가 작을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근무했던 작은 학교들은 주변에 학교 이외의 교육 시설이 열악하였습니다. 가정에서도 주로 맞벌이를 하시며, 자녀의 교육에 신경을 못 쓰시는 부모님들이 많으셨습니다. 이런 환경의 학생들에게 저의 열정이 필요했고, 힘쓴 만큼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작은 학교에서는 교사의 수가 적기 때문에 한 사람 한 사람의 생각이 학교 운영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대다수의 행사가 여러 학급이 함께 운영되기 때문에, 저의 노력이 저희 학급뿐만 아니라 학교 전반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점이 좋았습니다.


작은 학교를 좋아하는 마지막 이유는 지역에 대한 애정입니다. 저는 경남의 작은 군지역에서 지금까지 근무하고 있습니다. 항상 더 좋은 교육 자료가 없을까를 고민하면서 지역에서 활용할 만한 콘텐츠를 많이 찾아다녔습니다. 그러다 보니 교육청의 TF팀에 참여하여 지역화 교육 자료를 개발하고, 지역을 소개하는 영상 자료를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지역에 관심을 가지고 알아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역에 대한 애정도 커지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큰 학교가 많은 도시보다 작은 학교가 많은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최근 몇 년간 저출산의 여파는 제가 근무하는 이 지역에도 크게 다가왔습니다. 제가 선호하는 작은 학교의 차원을 넘어선 분교나 폐교의 현실을 마주하는 학교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제가 근무하는 학교가 조금이라도 유지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작은 학교가 더 작아지지 않도록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