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교사가 되고 싶어!
학교가 한 척의 배라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배에 탄 모든 승무원들이 자기 분야의 전문가라면 배는 무사히 바다를 항해할 수 있겠죠. 하지만 모두가 전문가일 수 없고, 전문가라고 하더라도 바다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가 없습니다. 만약 모든 승무원들이 경험이 적인 신참이라면 배를 안전하게 움직이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파란만장했던 첫 학교를 떠날 때가 되었습니다. 20대를 함께 보낸 학교를 떠나서 새로운 학교로 가는 마음은 두렵기도 했지만, 그간 막내로서 선배들에게 많은 것을 배워왔기에 자신감도 있었습니다. 때마침 동갑이던 옆 학교의 선생님과 뜻이 맞아서 같은 학교로 인사이동 신청을 냈고 다행히 발령을 받았습니다.
어떤 반, 어떤 업무를 맡게 되어도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하고 새 학교를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새 학교는 전교생 20명, 다섯 학급의 시골 학교였습니다. 게다가 선생님들이 모두 5년 차 미만의 저경력 교사였습니다. 그나마 저와 제 친구가 가장 경력이 많았죠. 결국 저는 연구 부장, 친구는 교무 부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막내였던 제가 갑자기 부장이라니!
당혹스러웠지만 해내야 했습니다. 학년 초에 미리 준비해두어야 할 일이 많은 연구 업무를 위해 선배 교사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새 학년도를 위해 학교 교육과정을 다듬고 있는데 선생님들이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연구 부장님, NEIS에서 창체 시수를 조정하라고 하셨는데 처음이라서 잘 모르겠어요.”
“아, 그건 안내해 드린 쪽지에서 5번을 보시면 되는데, 이렇게 하시면 돼요.”
“저도 도와주세요. 3월에 친구사랑 주간 행사를 하라는데 어떡할까요?”
“이게 더 중요해요. 교장 선생님께서 교육과정 설명회를 언제 할지 정하라고 하셨는데 언제로 해야 할까요?”
첩첩산중이었습니다. 저도, 친구도, 동료 선생님들도 모두 경험이 적고 서툴다 보니 업무가 진척되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때 이전 학교의 교무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학교 일에 니 일, 내 일이 어디 있노? 다 애들을 위한 일인데 같이 해야지.”
맞습니다. 혼자 못하겠으면 같이 하면 되죠. 이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머리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아침마다 모였습니다. 아침 활동 시간에 관리자의 도움을 받아 전교생이 도서실에서 독서 활동을 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바로 옆 연구실에서 서로의 업무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담당자가 큰 틀에서 계획을 세워오면 세부 내용에 대해 협의하기도 하고, 각 업무에서 해야 할 일이나 제출해야 할 공문도 함께 확인하며 누락되지 않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이 내용들을 주간・일간 계획으로 기록하여 모든 교직원들과 공유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혼자 고민하는 것보다 시간도 절약되고, 부담도 덜 수 있었습니다. 한눈에 학교의 중요한 일들을 볼 수 있어서 마음의 준비도 할 수 있었고, 협조하기도 수월하였습니다. 경험이 부족한 우리들을 걱정하시던 관리자들도 어느덧 무한한 신뢰를 보여주시기 시작했습니다. 저희는 운동회, 체험학습, 학예회 등 각종 행사를 틀에 박히지 않은 방식으로 새롭게 운영할 수 있었고, 학생, 학부모들의 만족도도 높았습니다.
우리의 협의 주제는 업무에서 수업, 학생, 학급 운영으로 점차 확장되었습니다. 때마침 전문적 학습 공동체 공모사업이 막 시작되었는데, 신청서를 제출했더니 지정되었습니다. 우리는 이 시기에 유행하던 교육과정 재구성, 온책읽기 등을 함께 연구하며 각 학급에 적용해 보았습니다. 매달 한 선생님씩 배움 중심으로 보는 동료장학 공개수업을 했고, 계획 단계부터 사후 협의까지 알차게 운영했습니다.
학급에 도움이 필요한 학생이 있으면 전 교직원이 함께 돌보았고, 학생별 맞춤 지도 방법도 공유했습니다. 학급 규칙도 학교 차원에서 일관성 있게 적용하여 학교가 점차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었습니다.
이 학교에서의 경험은 정말 소중했습니다. 선생님들이 다 함께 힘을 모으니 학교의 교육과정은 같은 방향으로 더 알차게 운영되었습니다. 선생님들 간의 신뢰가 높아지고 유대감이 깊어졌습니다. 교사 기타 동아리를 운영하여 학예회에서 공연도 하니, 학생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되었습니다.
협력하는 학교 시스템으로 생기는 다른 시너지 효과도 있었습니다. 다양한 협의 과정 속에서 저경력 교사들은 선배 교사들의 업무나 수업, 학급 운영의 노하우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고경력 교사들도 항상 해오던 방식에 매몰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할 기회가 생길 수 있었습니다.
이후 다른 학교에서도 협력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어서 많이 노력해 보았습니다. 긍정적으로 협조해 주시는 선생님들도 계셔서 잘 운영되었던 해도 있었고, 독립적인 스타일을 원하시는 선생님들이 많으셔서 성공하지 못했던 해도 있었습니다. 정답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학생들에게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하고 협동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선생님이라면 먼저 교사 간 협력으로 본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 매일 같이 쏟아지는 공문, 다양한 교과의 수업, 학생・학부모 상담 등으로 선생님들에게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것은 사실입니다. 이런 현실에서 혼자 하던 대로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에 비해 협력하는 시스템이 불편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시스템을 잘 구축한다면 많은 시간이나 노력 없이도 충분히 협력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학교라는 한 배를 타고 있습니다. 내가 맡은 일을 아무리 잘하더라도 한 부분에 문제가 생기면 배는 침몰할 수 있습니다. 거센 파도가 몰아쳐도, 학교라는 배에 탄 교직원들이 서로를 믿고 함께 힘을 모은다면 학교는 침몰하지 않을 것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은 부족하지만 모두가 함께 협력한다면 학생들을 민주시민으로 성장시킨다는 교육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