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와 가정, 밸런스를 맞추어요

[1장] 교사가 되고 싶어!

by 주봉준

"여보세요? 네, 엄마."

"아들, 어디니?"

"학교에 있어요."

"뭐? 토요일에 학교는 왜 갔어?"

"청소도 하고, 수학 익힘책도 채점해야 하고, 할 일이 많아서요."

"아휴. 그럼 엄마가 학교로 갈게."


24살의 신규 교사였던 저는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하고 있었습니다. 주말에 부모님이 찾아오셨고, 자취방에 있을 줄 알았던 아들이 학교에 있는 걸 보고 놀라셨습니다.


부모님은 엉망이던 교실을 보고 왜 학생들과 함께 청소하지 않았냐며 타박하셨지만, 저는 매일 청소를 하고 있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청소 경험이 부족했던 저는 학생들을 제대로 지도하지 못했고, 때문에 교실은 청소를 하기 전과 후가 별반 다르지 않고 항상 지저분했습니다. 결국, 주말마다 학교로 나가 청소를 다시 해야만 했습니다.


부모님은 속상해하시면서도 손수 빗자루와 걸레를 들어 교실을 말끔히 청소해 주셨습니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났지만, 부모님은 여전히 그때 일을 언급하며 저에게 핀잔을 주시곤 합니다. 저 역시 그때를 떠올리면 고개를 숙이게 됩니다.


그 시절이 왜 그리 바빴는지 지금 생각하면, 아마 경험이 부족하고 요령도 없었기 때문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일의 우선순위를 몰라 메모장에 할 일은 계속 쌓여만 갔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칼퇴근은 꿈도 꾸지 못했고, 항상 6시가 넘어서야 학교를 떠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없어지거나 간소화된 학급 경영록을 만들 때면, 저녁을 먹고 7시에 다시 출근하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교과별 시수표, 교과 운영 계획, 주간 학습 안내 등 수십 장의 문서를 인쇄해 파일집에 한 장씩 겨우 넣었지만, 수정해야 할 부분이 생기면 다음 날 또 같은 작업을 반복해야 했습니다.


결혼 전에는 학교가 제 삶의 대부분이었고, 여가 시간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우연히 참여한 배구 연수에서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되면서, 저의 일상은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결혼 후, 특히 아내가 임신한 후에는 가정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게 되었고, 집안일과 육아를 도맡아 하다시피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철인이 아니었고, 학교를 옮기면서 새로운 업무들이 다시 저를 짓누르기 시작했습니다. 연구 부장이 되어 폐교 직전의 학교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했고,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공모사업을 신청하여 한 해에 3가지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교육청의 TF팀에 소속되어 정책 연구와 각종 대회 추진, 1정 교사 연수 준비에도 힘썼습니다. 매일 정해진 일을 제시간에 마치지 못한 채 퇴근하고, 육아와 집안일을 하다가 밤 10시가 되면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일을 이어갔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 몸과 마음이 지치고, 가정에도 소홀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여보, 요즘 가족에게 너무 소홀한 것 같아요."

"학교 일이 너무 많아서 그렇죠. 그리고 다른 남편들보다 많이 도와주잖아요."

"남편이 집안일을 돕는 게 아니라, 같이 해야 하는 거예요. 예전엔 훨씬 많이 했었잖아요."


제가 학교에 시간과 노력을 쏟을수록 가정에서 홀로 육아와 집안일을 담당해야 했던 아내의 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저도 나름대로 억울한 이유가 있었기에 둘은 물러섬 없이 대치하곤 했습니다.


결국 저는 육아휴직이라는 큰 결심을 했습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휴직을 한 저는, 육아와 집안일을 도맡으며 아내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집안일과 육아는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려웠고, 그 시간을 온전히 살아내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몸소 깨달았습니다. 옹알이하는 아들 외에는 대화할 사람이 없어서 아내가 퇴근하기만을 애타게 기다렸는데, 회식 간다는 연락에 마음이 무너지기도 했습니다.


육아휴직을 마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며, 저는 일과 가정의 균형을 맞추기로 다짐했습니다. 학교에서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기보다, 가정에도 남겨둘 수 있도록 효율적으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부부가 마주 앉아서 집안일 계획표를 만들었습니다. 집안일마다 난이도를 정하여 점수를 매기고, 그 점수에 따라 균형 있게 집안일을 나누었습니다. 그렇게 지내다가 집안일에 불만이 생기거나 상황이 바뀔 때면 또다시 마주 앉아 계획표를 수정하였습니다.


가정이 안정되니 학교에서도 자존감이 높아졌습니다. 정해진 시간을 알차게 쓰려고 노력하다 보니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었습니다.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더라도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위해 칼퇴근을 하는 것은 이제 당연한 일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교사라는 직업의 만족도도 더 높아졌습니다.


우리 부모님 세대는 가족을 위해 몸과 시간을 바쳤다면, 요즘 세대는 개인의 삶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물론 사람마다 일과 삶의 우선순위는 다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둘을 적절하게 조화시키는 것이죠. 일에서 오는 성취도 중요하지만, 가족과 보내는 시간, 나 자신을 위한 여유도 포기할 수 없는 가치입니다. 일과 가정, 개인의 균형을 찾는 것이야말로 행복한 삶의 가장 기본이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