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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봉준 Dec 04. 2024

좋은 수업을 찾아 한 걸음 한 걸음

[2장] 잘 가르치고 싶어!

  “도시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은 인구가 많기 때문에 주로 생깁니다. 교과서 53쪽 3번째 줄을 밑줄 그으며 읽어볼까요? ○○아, 창문 밖에 그만 보고 교과서 봐야지.”

  “네, 죄송해요.”

  “탕! 와르르르(필통 떨어지는 소리)”

  “아, 시끄러워. 선생님, 무슨 소리예요?”

  “필통이 떨어졌나 보네.”

  “필통을 서랍에 넣어야지 왜 책상 위에 뒀냐?”

  “지우개 꺼내려다 그랬지. 도와주지도 않을 거면서 왜 뭐라 하냐?”

  “자자, 얘들아. 필통 얘기 그만하고 수업에 집중하자.”     


  처음에는 한 시간 동안 학생들을 의자에 앉아 있게 하는 것조차 어려웠습니다.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을 설명하고 발표시키는 것도 벅찼습니다. 그래도 오늘 준비한 수업을 무사히 해냈다는 생각만으로도 만족감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열심히 칠판에 판서하며 교과서의 중요한 문장에 밑줄을 그으라고 하는데도 창밖을 멍하니 쳐다보는 아이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필통이 책상 아래로 떨어지는 소리가 나자 기회가 찾아왔다는 듯 재잘재잘 떠드는 아이들을 보며 제 수업이 얼마나 지루했을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보다 더 나은, 학생들이 더 잘 배울 수 있는 좋은 수업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때마침 활동 중심의 재미있는 수업이 학생의 흥미도 유발하고 좋은 수업이라고 해서 한동안 놀이 수업에 빠진 적도 있습니다. 칠판에 다트판을 그려 게임도 하고, 핵심 단어를 몸으로 설명하여 맞추기도 하고, 종이비행기에 문제를 적어 날려보기도 했습니다. 학생들은 놀이 수업을 정말 좋아했고, 저도 학생들이 즐거워해서 좋았습니다. 성취도 평가를 치기 전까지는 말이죠.     


  그 시절에는 초등학생들도 학기 말이면 한 학기 동안 배운 내용 전반에 관한 성취도 평가를 치렀습니다. 성취도 평가를 치르면 점수로 개개인의 성적이 낱낱이 드러났고, 놀이 수업이 실제로 학생들에게 배움이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의 성취도는 기대에 못 미쳤고, 저는 별도의 시간을 내어 부진 학생에게 보충 학습을 해주어야 했습니다. 놀이 수업은 학생들에게 즐거움을 줬지만, 학습 효과는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이후에도 유행하던 PCK(Pedagogical Content Knowledge) 교육, 하브루타 질문 수업, 프로젝트 학습, 온책읽기 등 좋은 수업을 찾아 다양한 시도를 해보았습니다. 그러면서 점차 제가 생각하는 좋은 수업이 어떤 수업인지 점차 명확해질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부족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좋은 수업이란 무엇인지 그 모습을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첫 번째좋은 수업은 학습 목표가 명확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손님에게 요리를 대접해 주기로 했는데 시간이 넉넉하면, 식탁 주변도 예쁘게 꾸미고, 장식품들도 손보면서 준비할 수 있겠죠? 하지만 주어진 시간이 짧다면 온전히 요리에만 신경을 써야 할 것입니다. 수업은 정해진 시간이 있고, 우리는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하는 내용이 방대하기 때문에 여유가 부족합니다. 그래서 가르치고자 하는 학습 목표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 수업의 흐름이 방향을 잃기도 하고, 시간이 부족해져서 충분한 학습이 잘 이루어지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계획 단계부터 성취기준을 바탕으로 해당 차시의 학습 목표를 명확하게 정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렇게 학습 목표를 분명히 정하면 학생들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학습 순서, 수업 방법 등을 선택하기가 수월해집니다.      


  저는 대부분의 선생님들께서 하시듯이 수업을 시작할 때 판서한 공부할 문제를 함께 읽어보고, 빈칸에 들어갈 단어를 추론해 보면서 학습 목표를 확인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학습 목표가 명확할 때, 학생들은 자신이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아는 상태로 효과적인 학습을 할 수 있고, 배워야 할 내용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좋은 수업은 교사학생환경을 고려하여 적합한 수업 방법이 운영되어야 합니다. 질문을 통해 학생들 스스로 깊이 있는 학습을 유도하는 하브루타 질문 수업도, 예술과 창의적 표현 활동을 중심으로 학생의 전인적 발달을 이끄는 발도로프 수업도, 실제적인 문제를 팀 학습으로 경험을 통해 배우는 문제 해결 중심의 액션러닝도 너무 좋은 수업 방법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수업을 하기 위해 우선 교사의 수업 역량이 갖춰져야 합니다. 교사는 자신이 하려는 수업 방법의 특성을 잘 알고, 효과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단계에 맞게 수업을 진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수업 방법이 우리 반 학생들의 학습 성향이나 수준에 맞아야 합니다. 말하기를 좋아하고 질문이 익숙한 학생들에게 하브루타 수업은 효과가 좋았습니다. 반면, 호기심이 많고 직접 해봐야 적성이 풀리는 학생들에게는 하브루타 수업보다는 액션 러닝 수업 방법이 더 적합하였습니다.     


  전자 기기나 교실 환경 등이 해당 수업을 할 수 있도록 갖추어지는 것도 중요합니다. 코로나 시절에 대면 수업의 대안으로 떠오르던 메타버스 활용 수업을 해보려고 했지만 가정에 인터넷이 구축되지 못한 학생들이 있어서 실패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주입식 교육이라고 비난받는 강의식 수업이 가장 효과적인 수업 방법일 때도 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역사 수업은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하는 강의식 수업만으로도 학생들을 빠져들게 만들 수 있어서 다른 수업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가 없었습니다. 즉, 수업에는 정해진 정답은 없고, 교사가 반 학생들의 학습 특성에 맞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진정한 좋은 수업입니다.     


  세 번째좋은 수업은 학생들이 배우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껴야 합니다. 재미있는 놀이를 한다고 해서 학습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놀이가 그저 잠깐의 즐거움만 줄 뿐이죠. 새로운 것을 배우며 느끼는 호기심과 성취감이 학생들의 지속적인 학습 동기를 자극할 수 있습니다.     


  배우는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학습의 소재를 학생의 주변에서 찾거나, 배운 내용을 실생활에 적용해 학습 동기를 높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음악 시간에 학생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리코더로 연주하거나, 과학 시간에 별자리에 대해 배우고 나서 밤 중에 직접 별자리를 관찰해 보면 학습에 더 흥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또, 배운 내용을 다른 교과와 연결해 지식 융합의 경험을 제공하면 배움의 폭이 더 넓어집니다. 예를 들어, 과학 시간에 배운 속도를 구하는 방법을 활용하여 체육 시간에 했던 오래 달리기의 평균 속도를 구해보는 활동을 할 수도 있죠. 학생들은 자신의 오래 달리기 기록을 보며 자신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고, 다음번에 도전할 목표를 설정할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자료를 제시해 배우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방법도 효과적입니다. 저는 사회 시간에 독도와 관련된 고지도, 고문서를 학생들에게 나누어주고, 이 중에 어떤 자료가 독도가 우리나라의 땅이라는 증거인지 찾아보게 했습니다. 이후에 자료별로 그 의미를 해석하면서 독도가 우리나라의 땅이라는 근거를 하나씩 알아보았더니 그냥 지식만 알려주었을 때보다 훨씬 학습 성취도가 높아졌었습니다.           

   

‘독도는 우리 땅’ 수업 자료(예시)


  네 번째좋은 수업은 학생들이 교사에 대해 신뢰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선생님의 수업에 잘 참여하면 나도 잘 배울 수 있어.’라는 신뢰감과 긍정적인 마음이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 학생들과의 라포(Rapport)도 중요하지만, 교사가 해당 내용을 잘 알거나, 가르치려는 영역에 대한 역량을 갖추는 것도 중요합니다.     


  가끔 “교사가 모든 것을 잘할 필요가 있나? 요새 유튜브나 아이스크림 사이트의 설명이 훨씬 좋은데 그걸 보여주면서 가르치면 되지.”라고 말씀하시는 선생님도 계십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무리 잘 설명해 주는 화면 속의 영상보다도 직접 교사가 시범을 보여주는 것이 학생들에게 더 큰 몰입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교사가 직접 해봐야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특히 음악, 미술, 체육, 실과 교과는 교사의 수행 역량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랜 기간 동안 조금씩 연습해서 지금은 음악 교과를 수업할 때는 장구와 기타로 반주를 하고, 미술 교과는 세밀화, 수묵화, 서예, 판화 등의 작품을 직접 완성하여 예시로 보여주려고 하고 있습니다. 체육 수업은 스포츠 강사와 협력하되 가능한 제 주도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체조, 배드민턴, 농구, 태권도 등 주요 운동 능력을 갖추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좋은 수업은 수시로 평가와 피드백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한 교실에 많은 학생들이 있기 때문에 학습 수준이 다양합니다. 어떤 아이는 오늘 배운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고 문제상황에 응용도 할 수 있지만, 어떤 아이는 기억에 남는 것이 하나도 없죠.     


  “자, 지금 가르쳐준 내용 다 알겠나요?”

  “네!”

  “내용이 이해 안 되는 사람은 질문해도 돼요. 질문할 사람?”

  “없어요!”     


  학생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 됩니다. 다 알겠다고 대답한 학생들 중에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학생도 많을 겁니다. 사실 학생들도 자신이 진짜 아는지 모르는지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간중간 학생들의 이해도를 확인하고, 또 부연 설명이나 예시를 통해 피드백을 해주어야 합니다.      


  학생들의 이해도를 확인하는 방법은 교사가 학생의 학습 과정을 관찰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부터 질문하고 학생의 대답을 듣고 평가하는 방법, 형성 평가(쪽지 시험)를 통해 확인하는 방법, 문제 해결 과정을 학생이 직접 설명하는 방법, 배운 내용을 공책에 정리해보게 하는 방법 등 다양합니다. 지속적인 피드백을 통해 학생의 이해도를 점검하고 배울 기회를 주어야 좋은 수업이 될 수 있습니다.      


  저도 여전히 부족함을 느끼며, 다양한 연수와 유능한 선생님들의 수업을 보며 배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작년보다 학생들이 더 잘 이해하고, 새로운 내용을 배우며 만족해하는 모습을 보면 조금씩 더 좋은 수업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결국 학생들이 잘 배우기를 바라고 노력하는 선생님의 열정이야말로 가장 좋은 수업을 만들어가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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