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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봉준 Dec 04. 2024

교육과정 재구성에 푹 빠져버렸어

[2장] 잘 가르치고 싶어!

  2014년, 저는 연구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학교의 연구 주제는 ‘보고 느끼고 즐기는 내 고장 전통문화예술’이었습니다. 어느 날, 출장에서 돌아온 연구부장 선생님께서 “이제 우리도 교육과정 재구성을 해야 합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희는 “교육과정 재구성? 그게 뭔가요?”라고 물으며 어리둥절해했습니다.    

 

  연구부장 선생님이 설명해 주신 교육과정 재구성이란, 주어진 교육과정을 정해진 순서대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주제에 따라 단원이나 차시의 순서를 조정하고, 필요에 따라 시수를 늘리거나 줄이는 방식이었습니다. 여러 교과를 연계해 프로젝트 수업을 구성하고 창의적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할 수도 있었죠.     


  사실 이 글을 쓰기 전까지는 '프로젝트 수업'이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했지만, 자료를 찾고 책을 읽으면서 제가 진행하던 수업이 실제로는 '주제 중심 통합 수업'에 가깝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프로젝트 수업은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의 수업을 말합니다. 그럼에도, 이 글에서는 교육과정을 재구성해 여러 교과나 단원을 통합적으로 가르치는 방식을 통칭하여 프로젝트 수업이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처음 시도한 교육과정 재구성은 쉽지 않았습니다. 당시 4학년 학생들은 방과 후 수업 시간에 국악기(가야금, 거문고, 아쟁, 해금 등)를 배워 국악관현악 합주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국악관현악’을 주제로 국어의 연극 단원, 사회의 우리 지역 문화유산 단원, 음악의 영화 음악 단원을 연계해 뮤지컬 형태의 프로젝트 수업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먼저 국악 동요 ‘아리랑’, ‘소금장수’, ‘산도깨비’를 중심으로 모둠을 나누고, 각 모둠이 노랫말에 맞는 연극 대본을 작성하도록 했습니다. ‘소금장수’와 ‘산도깨비’ 모둠은 전래동화 같은 이야기를 만들었고, ‘아리랑’ 모둠은 창작 동화 느낌의 이야기를 만들어냈습니다.     


  대본 작성 후 국악기로 각 노래를 연주해 연극의 배경음악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녹음을 했습니다. 미술 시간에는 무대 배경과 의상을 준비했습니다. 여러 차례의 연습 끝에 마침내 무대에 올랐는데, 그때는 2주간 전담 수업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이 프로젝트 수업에 쏟았습니다. 학생들이 몰입할 수 있었던 점은 좋았지만, 차시가 길어지면서 지루해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학년 학생들의 열정적인 연극 무대는 저에게 큰 감동을 주었고, 그 뿌듯함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어느 학교에서든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해 프로젝트 수업을 준비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교육청에서도 교육과정 재구성을 적극 권장하고 많은 선생님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만의 교육과정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교육과정 재구성에 대해 두려워하거나 어려워하는 선생님들이 계십니다. 그래서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해 한 해를 준비하는 저만의 과정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1] 성취기준 분석하기

[그림 1] 3~4학년군 4학년 1학기 국어과 성취기준 분석하기


  교육과정 재구성의 첫걸음은 각 교과의 성취기준을 분석하는 일입니다. 여러 선배 교사들이 성취기준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저도 처음에는 교과서에만 의존해 수업을 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제 수업에 대한 불만족이 찾아왔고, 조언대로 성취기준을 분석해 보니 수업의 방향이 조금씩 잡히기 시작했습니다.     


  성취기준을 분석하면 좋은 점이 많이 있습니다. 우선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할 핵심 내용을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4국05-03] 이야기의 흐름을 파악하여 이어질 내용을 상상하고 표현한다.’라는 성취기준은, 학생들이 이야기의 시간, 장소, 인물의 감정 변화를 이해하고(이야기의 흐름을 파악하여), 그 흐름을 바탕으로 이어질 내용을 상상해(이어질 내용을 상상하고) 글을 쓰거나 연극을 해야 한다(표현한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이처럼 성취기준을 분석하면 단순히 교과서에 의존하지 않고 더 나은 수업 자료와 방법을 고민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시간이나 장소, 인물의 감정 변화가 뚜렷한 이야기들을 구분해 깊이 있게 다룰 수도 있겠죠.     


  저는 국어과의 성취기준을 분석할 때 [그림 1]에서처럼, 교과별로 학생들이 도달해야 하는 성취기준을 적어보고, 지도서를 참고해서 해당 성취기준이 어떤 단원에서 다루어지는지 표시해 봅니다. 예를 들어, ‘[4국01-02] 회의에서 의견을 적극적으로 교환한다.’는 성취기준은 6단원(학급 회의하기)에서 다루어진다는 걸 알 수 있죠.     


  이렇게 해두면 그 학기에 중점적으로 가르쳐야 할 성취기준과 그 학기에는 다루지 않는 성취기준을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제외되는 성취기준은 3학년에 가르칠 수도 있고, 4학년 2학기에 포함될 수도 있겠죠.     


  또, 하나의 성취기준이 여러 단원에 걸쳐 포함되어 있는 경우, 이를 통합해서 수업을 구성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4국03-03]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자신의 의견이 드러나게 글을 쓴다.’는 성취기준은 4단원(의견이 드러나는 글쓰기), 6단원(학급 회의하기), 8단원(제안하는 글쓰기)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여러 단원을 통합해 재구성할 수도 있죠.     


  또한 동일한 주제를 가진 서로 다른 교과의 성취기준을 찾을 수 있습니다. 도덕 교과의 성취기준 ‘[6도03-03] 도덕적 상상하기를 통해 바람직한 통일의 올바른 과정을 탐구하고, 통일을 이루려는 의지와 태도를 가진다.’와 사회 교과의 성취기준 ‘[6사08-02] 남북통일을 위한 노력을 살펴보고, 지구촌 평화에 기여하는 통일 한국의 미래상을 그려본다.’를 보면 주제가 ‘통일’로 같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도덕과 사회 교과는 분단, 통일, 다문화, 세계화처럼 유사한 주제를 다루기 성취기준이 있기 때문에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프로젝트 수업을 구성하면 학생들이 더 몰입할 수 있습니다.


[2] 주제 중심으로 성취기준 모아 보기


  교과별 성취기준을 분석한 후에는, 주제 중심으로 여러 교과의 성취기준을 모아봅니다. 이를 통해 여러 교과를 통합적으로 다룰 수 있는 프로젝트 수업을 계획할 수 있습니다. 물론 반드시 프로젝트 수업을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교사가 강조하고 싶은 주제가 있을 때는 차시를 조정해 프로젝트 수업으로 계획하면 더욱 풍성하게 수업을 구성할 수 있습니다.


[그림 2] ‘경제 성장으로 나타난 문제점’ 주제 중심으로 성취기준 모아 보기


  [그림 2]는 ‘경제 성장으로 나타난 문제점’이라는 주제로 성취기준을 모아본 것입니다. 전쟁 이후에 빈곤 국가였던 우리나라가 국민들의 노력으로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루어냅니다. 하지만 급속한 경제 성장에는 그만큼의 대가가 따랐는데요. ‘경제적 양극화’, ‘노사 갈등(노동 인권 침해)’, ‘환경오염’등의 문제가 발생하였습니다. 초등학생들이 이런 내용을 배우는 것을 어려워했기에, 조금 더 쉽게 가르쳐보자는 생각으로 성취기준을 모아보았습니다.     


  사회과의 ‘[6사06-04] 광복 이후 경제 성장 과정에서 우리 사회가 겪은 사회 변동의 특징과 다양한 문제를 살펴보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해결해야 할 과제를 탐구한다.’는 성취기준을 중심으로, 국어, 미술, 도덕과의 성취기준을 연계했습니다. 이를 통해 ‘경제적 양극화’, ‘노사 갈등’, ‘환경오염’ 등을 학습할 수 있는 프로젝트 수업이 구상되었습니다. 이렇게 성취기준을 모아보니 다양한 학습 활동들이 떠올랐고, 하나의 프로젝트 수업이 대강 만들어질 수 있었습니다.     


[3] 프로젝트 수업 계획하기


[그림 3] ‘우리는 내일의 전태일입니다’ 프로젝트 수업 계획하기


  이제 수업을 구체적으로 계획할 단계입니다. 수업 순서를 정하고 각 활동에 필요한 시수를 배정하며, 활동마다 성취기준을 반영합니다. 또한, 수행평가와 관련된 핵심 성취기준도 정하여 빨간색으로 표시해 둡니다.     


  이 과정에서 앞서 정리한 성취기준 모아보기가 실제 프로젝트 수업 계획과 다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더 나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계획 단계에서 얼마든지 수정이 가능하죠. 이렇게 수정을 거듭하다 보면 하나의 체계적인 프로젝트 수업이 완성됩니다. 이 과정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지만, 그만큼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와 수업 설계 능력이 길러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림 3]은 '우리는 내일의 전태일입니다' 프로젝트 수업을 구체적으로 계획한 표입니다. 이 프로젝트 수업은 온책읽기 수업의 형태로, 전태일의 삶을 다룬 글을 읽으며 경제 성장 과정에서 나타나는 경제적 양극화, 노사 갈등, 환경오염 등과 같은 사회 문제를 깊이 탐구하는 활동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또한, 다른 친구들과 감정을 나누기 위해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활동도 추가했고, 전태일이 추구했던 바람직한 삶을 통해 도덕적 성찰의 시간도 가질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처럼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국어, 사회, 미술, 도덕 교과를 통합하여 진행할 수 있습니다.     


[4] 교과별 교육과정 재구성하기     


  성취기준을 분석하고 프로젝트 수업을 구상했다면, 이제는 교과별 교육과정을 재구성할 차례입니다. 이 단계는 NEIS에 등록할 교과별 연간지도계획을 세우는 과정이라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이 단계를 거치지 않으면, 문서에 기록된 계획과 실제 수업 내용이 달라질 수밖에 없겠죠. 문서와 실제 수업을 최대한 일치시키기 위해 이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에는 프로젝트 수업뿐만 아니라 운동회나 체험학습 같은 학교 행사도 미리 반영해 둡니다. 또한, 수업 단원의 순서와 차시별 수업 시간을 활동 내용에 맞춰 유연하게 조정합니다.     


[그림 4]  4학년 1학기 국어과 교육과정 재구성 계획하기


  [그림 4]는 제가 4학년 1학기 국어과 교육과정을 재구성한 연간지도계획입니다. 개학 후 첫 국어 시간에는 선생님께 자신을 소개하는 글쓰기를 2시간 동안 진행하고, 진단평가를 위해 3학년 내용을 복습하는 시간도 추가했습니다. 또한 학교 행사인 ‘내 고장 산 오르기’도 계획에 반영했습니다. '박찬두 체험'이라는 온책읽기 수업을 위해 1단원이 아닌 7단원(사전 찾는 방법)부터 수업을 시작하기로 계획한 부분도 보실 수 있습니다.    

  

  수업 중에 수행평가를 실시할 차시는 해당 성취기준을 빨간색으로 표시해 두었더니 수행평가를 계획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범교과 학습 지도 계획도 초록색 글씨로 적어보니,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완성된 교과별 연간지도계획은 엑셀로 변환하여 NEIS에 등록하면 됩니다.      


  이처럼 교과별로 단원의 순서를 조정하고, 활동 내용을 개략적으로 계획해 두면 수업 진행에 큰 도움이 됩니다. 교과별 교육과정 연간지도계획을 확인하면 이 단원을 어떻게 수업을 하기로 했었는지를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에, 학기가 시작된 후에도 자주 찾아보는 편입니다.


[5] 수행평가 문항지 및 기준안 만들기     


  교육과정을 재구성할 때 가능하면 수행평가 계획도 함께 세우려고 합니다. 이 작업은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지만,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적어도 학기 시작 후 2주 이내에 완성하려고 합니다. 어떤 성취기준을 수행평가로 평가할지는 교과별 연간지도계획을 세울 때 미리 정해두었기 때문에 이를 참고하여 준비하면 됩니다.     


  10여 년 전 초등학교에서 성취도 평가가 폐지된 이후, 평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교육청에서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수행평가를 진행했는데, 내가 실제로 하는 수업과는 괴리감이 있었습니다. 때로는 수업 중에 평가를 잊고 있다가 한참 지나서야 평가를 하기도 했고, 하루에 여러 과목의 수행평가를 한 번에 몰아서 하기도 했습니다.


[그림 5] 4학년 1학기 국어과 수행평가 기준안(예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행평가에 대한 나만의 기준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 기준은 수행평가는 수업 과정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수행평가를 위한 별도의 시간을 할애하기보다는 수업 시간 내에서 자연스럽게 평가가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문항지를 만들 때 수업 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습니다. 이렇게 하면 학생들이 수업에 더 집중할 수 있고, 단순히 기억력보다는 수행 역량을 평가할 수 있게 됩니다.     


  두 번째 기준은 수행평가에서 피드백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과거의 성취도 평가는 학생이 학습 목표를 달성했는지를 확인하고, 그 결과를 점수화하여 학생의 수준을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그러나 수행평가는 학생의 학습 과정에서 드러나는 종합적인 능력을 평가하는 과정 중심 평가입니다.     


  이러한 평가 방식에서는 학생이 학습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을 경우, 피드백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재평가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행평가는 단순히 결과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의 일환으로 학생들이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교사는 수행평가를 통해 학생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피드백을 제공하며, 학생들이 스스로 성장하고 변할 수 있는 다양한 평가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 기준은 수행평가에서 타당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평가에서 중요한 요소로는 객관성(누가 평가해도 동일한 결과가 나오는 것), 신뢰성(여러 번 반복해도 동일한 결과가 나오는 것), 공정성(모든 학생에게 평가의 기회나 조건이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 타당성(평가하고자 하는 목표나 내용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저는 타당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저는 루브릭 채점 방법을 사용합니다. 이 방법은 평가 기준을 여러 요소로 나누고, 각 수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제공하여 평가합니다. [그림 5]를 보면 채점기준이 여러 개로 나뉘어 있으며, 각 평가요소별로 배점이 나뉘어 있습니다. 그리고 평가기준은 잘함(10점 이상), 보통(7점 이상), 노력요함(4점 이상) 3단계로 구성되어 있는데 채점기준의 배점의 총합을 통해 평가기준의 단계를 판단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루브릭 채점 방법을 사용하면 평가 기준이 명확해지고, 평가자의 주관적인 해석이 줄어들며, 학생들이 부족한 부분에 대해 구체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 평가의 타당성이 보장됩니다. ([그림 5]의 수행평가 기준안 예시에서 핵심 역량이라는 항목을 채점기준으로 사용했는데,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뒤에서 다루겠습니다.)     


[그림 6] 4학년 국어과 수행평가 문항지(예시)


  [그림 6]은 ‘국어사전으로 모르는 낱말의 뜻을 찾아 낱말 수첩을 만들어봅시다.’라는 수행평가 문항을 평가하기 위해 만든 문항지입니다. 이 문항에서는 먼저 국어사전을 찾는 방법, 즉 자음과 모음이 국어사전에 실리는 순서와 기본형에 대해 학습한 내용을 평가합니다. 또한, 낱말 사이의 관계(반대 관계, 포함 관계)를 알아본 후, 이를 바탕으로 글에서 모르는 낱말의 뜻을 찾아내고 낱말 수첩을 만드는 활동까지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수행평가 문항지는 수업 자료로 활용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학생들이 평가를 준비하면서 동시에 수업 내용을 복습하고 적용할 수 있도록 구성된 것입니다. 완성된 수행평가 기준안은 학기 초에 예시 답안을 삭제한 후 학생들에게 미리 배부하여 파일집에 넣어둡니다. 이는 학생들이 평가 내용을 미리 알면 수업의 핵심을 미리 아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평가 문항지는 수업 시간에 나누어 주고, 평가 이후에는 기준안과 함께 파일집에 보관합니다.     




  교과별 성취기준을 분석하고 프로젝트 수업을 구상하며, 교과별로 연간지도계획을 작성하고 수행평가까지 만드는 과정이 저만의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는 과정입니다.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이 모든 준비를 하느라 바쁘지만, 이렇게 준비해 두면 일관성 있는 수업과 평가가 가능해집니다. 더 나은 수업을 하고 싶은 욕심에 새로운 시도를 하다 보니 시행착오를 겪었고, 그 결과 저만의 교육과정 재구성 방식이 자리 잡은 것 같습니다.     


  물론 매 학기마다 많은 시간을 들여 교육과정을 준비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미리 체계적으로 계획해 두면, 수업과 평가 모두 더 깊이 있고 일관성 있는 진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저는 매년 꾸준히 이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학년 배정 날이 다가오면 하루라도 빨리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싶은 마음에 기다려지기도 합니다. 교육과정 재구성은 시간이 많이 들지만, 그 과정을 통해 더 나은 수업을 만들어가는 기쁨이 커서 이제는 이 매력적인 작업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을 만큼 빠져버리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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