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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봉준 Dec 04. 2024

‘기호 3번 안석뽕’ 온책읽기 수업

[2장] 잘 가르치고 싶어!

  교사마다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저에게는 여러 교과의 내용을 한 주제로 통합하여 나만의 프로젝트 수업을 계획할 수 있다는 점이 교육과정 재구성을 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학생들이 한 주제에 대해 관련된 책도 읽고, 그림도 그리며,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을 통해 깊이 배우는 모습을 볼 때 교사로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처음에는 의도한 대로 프로젝트 수업이 잘 진행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수업이 길어지면서 학생들의 집중력이 흐트러지기도 했고, 성취기준에 억지로 맞추려다 보니 주제에서 벗어나는 일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시행착오를 겪으며 몇 년의 경험이 쌓이다 보니, 이제는 다른 선생님들에게도 소개할 수 있을 만한 프로젝트 수업들이 생겨났습니다. 아직 부족하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제가 진행한 프로젝트 수업을 소개하려 합니다.



[1] 온책읽기를 하는 이유     


  제가 주로 하는 프로젝트 수업은 온책읽기입니다. 요즘에는 책뿐만 아니라 영화나 미술, 음악 작품을 소재로 한 온작품읽기로 확장하여 진행하기도 합니다.     


  온책읽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공감하시는 것처럼 국어 교과서의 한계 때문입니다. 국어 교과서에는 책의 일부만 실려 있어서 학생들이 책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할 즈음에 학습 활동이 끝나고, 금세 다른 지문으로 넘어가 버립니다. 문학 작품을 깊이 이해하려면 글의 앞뒤 맥락을 함께 읽어야 하지만, 교과서에 실린 부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죠.     


  그래서 한 권의 책을 온전히 읽으며 천천히 깊이 학습하는 온책읽기 수업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한 학기에 한 권 읽기’라는 용어로 온책읽기 수업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저는 한 학기에 2~3권의 책을 선정해 온책읽기 수업으로 구성합니다. 물론 예산 확보라는 어려움이 있지만, 작은 학교여서 학급 운영비나 독서 동아리 지원비 등을 통해 해결하고 있습니다.


[그림 1] ‘기호 3번 안석뽕’ 성취기준 모아 보기


  도서 ‘기호 3번 안석뽕’은 6학년 학생들에게 적합한 책입니다. 이 책은 6학년 학생들이면 겪는 회장 선거를 주제로 한 흥미로운 스토리와 개성 있는 인물들이 등장하여 책 읽기를 좋아하지 않는 학생들조차 재미를 느끼기 충분합니다.


[2] 수업 진행 안내


[그림 2] ‘기호 3번 안석뽕’ 온책읽기 수업 계획


  온책읽기 수업을 진행할 때는 항상 읽기 전, 읽는 중, 읽은 후 활동으로 나누어 계획합니다.     


[읽기 전 활동]     

  읽기 전 활동에서는 학생들에게 책의 제목과 표지만 보고 내용을 예상하게 합니다. 교사가 흥미를 유발하는 질문을 던지면, 학생들은 [6국01-06] 성취기준에 따라 드러나지 않거나 생략된 내용을 추론하며 듣는 활동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 왜 이 책의 제목이 ‘기호 3번 안석뽕’일까요?"

  "음... 안석뽕이 선거에 나오는 인물이라서 그런 거 아닐까요?"

  "그럼 표지에 나오는 인물들 중 누가 안석뽕일까요?"

  "음... 제일 앞에 있는 사람이 안석뽕 같아요. 중심에 있잖아요."

  "오른쪽에 있는 인물은 고경태예요. 고경태는 어떤 성격일 것 같나요?"

  "안경을 쓰고 안석뽕을 째려보고 있는 걸 보니 질투심이 많을 것 같아요."     


  자료를 깊이 있게 살펴볼 때, 하부르타 질문법을 적용하면 더 효과적입니다. 교사가 책 표지를 보면서 질문을 던지고, 학생들이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거나, 학생들이 짝을 지어 서로 질문을 주고받는 방식도 좋습니다. 질문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료를 꼼꼼히 살펴야 하고, 대답을 위해 새로운 관점에서 다시 자료를 검토하게 됩니다. 이렇게 하브루타 질문법을 활용하면 학생들의 능동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고, 질문을 통해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기를 수 있습니다.     


  표지를 깊이 살펴본 후에는 책의 목차와 삽화를 나누어줍니다. 학생들은 책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목차와 삽화만 보고 내용을 예상해 봅니다. 삽화의 순서를 정하고, 그에 맞게 자유롭게 이야기를 만들어보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문장력도 향상됩니다. 이렇게 읽기 전 활동을 통해 상상력을 자극하면, 책을 읽는 동안 훨씬 더 깊이 몰입할 수 있습니다.


[그림 3] 삽화 보고 이야기 꾸미기(학생 예시)


[읽는 중 활동]     

  읽는 중 활동은 책의 내용과 성취기준에 따라 다르게 진행됩니다. 저는 ‘기호 3번 안석뽕’에서 크게 두 가지 활동을 중점적으로 진행했습니다. 인물의 성격 파악하기와 선거 체험하기입니다.     


첫 번째 활동인물의 성격 파악하기

  학생들은 책을 읽으면서 인물의 말과 행동을 분석한 후, 이를 만다라트(Mandarat) 학습 방법을 활용해 체계적으로 정리합니다. 만다라트를 통해 중심에 인물을 두고, 그 인물의 성격을 나타내는 주요 특징들을 주변에 배치하면서 점차 세부적인 특성을 확장해 나갑니다. 이렇게 정리된 내용은 나중에 연극 활동에서 인물의 성격을 표현할 때 큰 도움이 됩니다.


[그림 4] 인물의 성격을 만다라트로 정리하기 활동지


두 번째 활동선거 체험하기

  선거 체험하기는 본교에서 실제로 이루어지는 2학기 전교 학생 회장 선거와 연계하여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학생들은 책을 읽는 동안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선거 과정을 직접 체험하게 됩니다. 먼저 학교의 문제점을 찾아 자신만의 선거 공약을 세우고, 홍보를 위한 선거 포스터를 제작합니다. 이어 설득력 있는 말하기 방법을 배우고, 선거 연설문을 작성한 후 전교생 앞에서 발표합니다. 학생들이 가장 몰입한 순간은 바로 이 선거 연설이었습니다. 이 활동은 [6국01-04] 성취기준에 따라 자료를 정리하고 말할 내용을 체계적으로 구성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 중점을 둡니다.     


[읽은 후 활동]     

  책을 모두 읽은 후에는 대본 쓰기와 연극 활동을 통해 수업을 마무리합니다. 이 활동은 [6국05-04] 성취기준, 즉 일상생활의 경험을 이야기나 극의 형식으로 표현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학생들은 책 속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을 선택하여 모둠별로 대본을 작성하고, 역할을 나누어 연극을 준비합니다. 등장인물의 대사는 따옴표로, 행동은 괄호로 표시하며, 모둠원 모두가 연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역할을 조정하는 등 교사의 세심한 지원도 필요합니다.      


[그림 5] 연극 대본 쓰기(학생 예시)


  짧은 3~5분 분량의 대본을 가지고 연습을 진행하며, 학생들에게는 대사를 외우게 했습니다. 특히 인물의 성격이 잘 드러나도록 연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더니, 학생들은 실감 나게 연극을 발표할 수 있었습니다.      


[수업 마무리]     

  마지막으로, 책에 대한 서평을 작성하고, 연극에 대한 소감을 나누면서 ‘기호 3번 안석뽕’ 온책읽기 수업을 마무리했습니다. 약 30차시에 걸친 긴 프로젝트 수업이었지만, 학생들은 지루함 없이 몰입했습니다. 이는 책의 재미와 학생들의 삶과 연결된 학습 활동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이렇게 글밥이 긴 책은 처음 읽어보죠? 읽어보니 어땠나요?”

  “책 읽는 게 생각보다 재미있었어요.”

  "태어나서 이렇게 긴 책을 처음 읽어보는데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어요."




  온책읽기 수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성과는 학생들이 독서에 대한 마음을 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재미있는 책을 친구들과 함께 읽고, 관련된 학습 활동으로 깊게 배우며, 소감을 나누다 보면 긴 글을 읽기 싫어하던 학생들도 책에 흥미를 보입니다. ‘학생들이 책을 좋아하게 된다!’ 독서 수업에서 이보다 더 큰 보람이 어디 있을까요? 책 읽는 즐거움과 배움의 기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온책읽기 수업, 주저하지 말고 도전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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