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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봉기 Dec 16. 2021

스파이더맨과 다중우주 그리고 무한다중우주

점점 물리학을 다 안다 싶게 만드는 마블영화들

스파이더맨 노웨이 홈은 확실히 올해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블럭버스터이자 마블의 저력을 과시하고 마블의 새로운 이야기 단계라는 페이스4를 열어제끼는 영화인 것 같습니다.


저한테는 이야기구조가 입체적이면서도 재미를 잡은 것이 가장 와닿았습니다. (이제 여기서부터 스포가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다중우주를 열어제끼는 사건에서 시작돼, 갖가지 악당들이 존재를 나타내고, 그들을 도와주려다 결국 그들과 싸워야하는 상황을 맞고 예기치 않은 다른 스파이더맨들의 도움으로 이들 악당들을 물리치든 치료해서 해결하는 결론의 이야기의 수평적 전개는 주인공 피터 파커의 내면적 갈등의 매순간의 중요한 시점들과 맞물려 나아갑니다. 즉 피터 파커가 자신을 의심하는 세상의 시선에 갈등하는 단계에서 이야기의 시작이 일치되고 자신의 선함을 지키려는 행동에서 이야기의 전개과정, 그리고 자신의 선한의지를 꺾어야하는가의 극한 갈등은 악당과의 대결시점과 맞물리는 식이죠. 


그런데 이런 이야기의 입체적 전개에서 뼈대가 되는 기본적인 재료는 바로 다중우주론입니다. 이 다중우주론 덕분에  악당들도 불러오고 조력자인 다른 스파이더맨들도 불러와서 이야기 자체가 가능하게 되는 겁니다. 


저는 이 다중우주론이 나올 때 이번에도 전에 '엔드게임'에서 썼던 것 같이 양자역학을 기반한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쉽게 말해 어떤 입자가 A라는 위치에 설 때 A라는 우주가 생기고 B라는 위치에 설 때 또 B라는 우주가 생기는 식으로 양자역학은 하나의 상태로 결정될 때 비로서 우주가 있는데 문제는 그런 상태가 양자적 수만큼 있으니 그만큼 다중우주가 생긴다고 봅니다. (사실 간단히 제가 영화를 보고 이해한 것이고 정말 물리학적으로 아는 건 아닙니다.) '엔드게임'에서도 타노스가 전 우주의 생물 절반을 없애기 전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도 이 다중우주론을 이용하죠, 타임머신이 아니고요. 즉 양자적 세계에서 그 무수히 많은 확률로 생길 수 있는 우주 가운데 타노스가 인피니티스톤들을 모두 모으기 전 상황으로 가서 거기서 다시 우주를 만드는 셈이라 할까요.


이번에 스파이더맨도 역시 그런 양자적 다중우주론을 말하는가 싶었습니다. 그러나 사실 이 양자적 다중우주론은 한 우주에서 생긴 일이 다른 우주에선 생긴다는 것은 잘 설명하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양립할 수 없는 갖가지 다른 결과를 가진 우주들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A,B,C.D....무수히 많은 우주들이 확률적으로 분포한다는 거겠죠. 

근데 이번 스파이더맨 영화에서 이런 식의 대사가 나오더군요. "무한한 우주에서 피터 파커를 아는 다른 우주의 사람들도 무한이 많다'는 취지의 대사였습니다. 이건 명백하게 올해 가장 찬사를 받은 과학서라는 브라이언 그린의 '엔드 오브 타임'에 나온 핵심적 내용을 기반에 둔 얘기로 이해됐습니다.


브라이언 그린은 우주가 무한히 팽창한다는 인플레이이션 우주론에 인간의 인식한계를 결합해 다중우주론을 설명합니다. 빛의 속도와 우주의 나이를 감안하면 이론적으로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지역우주는 직경 900억광년짜리라고 합니다. 물론 이것도 엄청나게 큰 규모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이론적으로 우주의 공간은 무한히 팽창합니다. 결국 직경 900억 광년 짜리 지역우주도 전체우주안엔 무한하게 존재한다는 설명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브라이언 그린은 그래서 무한히 많은 지역우주 중엔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 사는 우주가 또 '무한히' 있게 된다는 겁니다. 그런데 그 우주들은 제각각 다른 사건들을 모두 반영하게 된다는 겁니다. 즉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하는 지금과 같은 우주도 있지만 반대로 안중근이 사살에 실패하는 우주도 있게 되고 히틀러가 2차대전을 승리하는 우주도 있게 된다는 것이죠.


이른 무한다중우주론은 양자역학의 다중우주론과는 좀 다르게 이 무한히 넓은 우주안데 이렇게 다다른 현실을 가진 우주들이 '동시'에 존재한다고 설명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보면 '톰 홀랜드 스파이더맨'이 사는 A지역우주로, B지역 우주에 살고 있는 '앤드류 가필드 스파이더맨'도 오고, C지역우주에 살고 있는 '토비 맥과이어 스파이더맨'도 오는게 적어도 인지적으론 이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죠. 양자역학적 다중우주론으론 이런 우주들이 동시에 존재한다고 봐야하는 지가 좀 쉽게 상상이 안 가지만 전체 우주가 무한히 넓어서 어느 구석 한 가운데엔 톰 홀랜드가 스파이더맨 하는게 아니라 앤드류 가필드가 스파이더맨인 지역우주가 존재한다고 이해하는 건 그래도 좀 쉽게 머리 속에 들어온다는 겁니다.

어쨌건 전 이번 스파이더맨의 다중우주론은 이렇게 좀 이해하기 나은(?) 무한다중우주론이라고 이해했습니다. 물론 이것도 제 생각일 뿐 정말 그런지는 확신은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대사에 나온 뉘앙스도 그렇고 마침 브라이언 그린의 책이 올해 나온 대중과학서 중 가장 인기 있었던 책 중 하나였으니 가능성은 높다고 봅니다. 


뭐 어쨌건 영화가 재밌으면 이건 별로 중요한 건 아니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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