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 몇 년 취미라고 하기도 그렇지만 미술관과 갤러리를 돌아보고 있다. 코로나 시대에 안전하고도 마음을 편하게 하는 시간보내기로 택한 것인데 사실 6년 전 뉴욕에 - 정확히는 뉴욕 옆에 - 1년간 머물던 시절부터 마음의 평화를 위해 택한 소일거리이기도 했다. 암튼 인스타엔 이런 그림감상을 조금씩 올리고 있는데 SNS에 올렸던 글들을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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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 퍼시픽 미술관의 '빛을 담은 회화' 메리 코스 전. 역시 지난주에 봤지만 이제 올리는 게으른 감상이다. 기록 삼아 올리지만 즉각적으로 올리려면 사진만 올려야할 듯.
캘리포니아에서 빛을 담는 그림만 60년을 그렸다고 한다. 대표작은 흑과 백의 추상화. 그런데 이 화가에게 핵심은 재료다. 어느날 차를 타고 가다 해변가의 도로표면이 반짝이는 것에 주목했다고 한다. 그 것은 도로의 표지선에 쓰이는 유리 마이크로스피어. 작가는 이 산업재료 가루들을 작업실로 푸대째 가져와서 캔버스에 뿌려대기 시작했다. 결국 표면을 이 반짝이들로 입힌 건데 그 결과는 두번째 영상에 잠깐 보이듯. 반짝이는...그런데 사람의 시점에 따라 양도 세기도 달라지는 빛이다.
재질을 뭘로 하냐에 따라서 빛이 변하고 사람이 시선을 옮김에 따라 빛이 또 변하고...그렇게 보는 이의 경험이 작품의 의미를 만들고 그런 완성을 위해선 재료가 가장 중요하다는게 작가의 지론.
커뮤니케이션학 개론시간에 줄창 배우고 외웠던 마샬 맥루한의 "미디어가 메세지다"를 연상시킨다. 티비 같이 사람의 감각을 다 채워주는건 수용자가 열 안내고 그냥 봐도 되니 쿨한 미디어고 책 같이 보는이가 열내며 봐야하는 건 뜨거운 미디어이고 이런 특성이 결국 메시지의 내용을 좌우한다는 것.
이 메리 코스도 흑과 백의 단색화로 단순한 빛만을 보여주면서 관람자가 꽤나 신경쓰게 만드는 '열'나는 그림을 보여준 것 같다. 그런 점에선 박서보 같은 우리나라 단색화들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나같은 초보 미술관람자가 이 그림을 보면서 맥루한을 떠올리고 한국 단색화에 대한 이전 관람 경험도 연상시킬 정도로 머리를 '열나게' 가동하게 한 걸 보면 확실히 이 메리 코스의 그림은 맥루한식 분류에 따르면 'hot'미디어 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개인적으론 화려한 색채와 형태의 그림들을 볼 때보단 재미는 확실히 없었지만 가끔은 이런 그림을 통해 머리회전 속도를 높일 필요는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