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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봉기 Jan 21. 2022

일본드라마 같지 않은 넷플릭스의 '신문기자'

넷플릭스와 드라마 그리고 현실의 반영


넷플릭스의 시리즈 '신문기자'.


아직 다 보지 못했지만 또 그렇기에 정리되지 못한 생각들이 연관성이 없이 머리 속을 스쳐지나간다. 


우선 넷플릭스라는 미디어 그 자체에 대한 단상. 우리 배우 심은경이 주연한 일본영화 '신문기자'가 원작이다. 좌충우돌하고 예의없어 보이지만 그럴만한 이유있는 젊은 기자 심은경이 일본에서 '가장 비싼' 배우 요네쿠라 료코로 바뀌었다. 시청률이 20%도 넘었다는 어마어마한 드라마 '닥터X'의 주인공이었던 배우다. "와타시와 싯빠이 시나이'(나는 실패하지 않아) 를 외치는 호기롭고 건방지고 섹시하기까지 한 천재 외과의사역으로 유명한 이 배우가 이번엔 진실을 쫓아 저돌적으로 돌진하는..,그러나 아주 성실하고 꼬질꼬질하기도 한 신문기자로 이미지를 많이 바꿔 나온다. 슈퍼스타 배우를 이런 역으로 갈아넣은(?) 건 역시 넷플릭스의 자본력이다. 1회 출연료가 1억5천이라고 한다. 역시 넷플릭스다. 드라마의 스케일도 역시 크다. 영화 원작에선 어디 콜센터 같이 보이던 내각조사실의 비밀 사무실이 CIA 사무실처럼 업그레이드 됐다.  그래도 느낌으론 역시 심은경이 기자스럽다. 수수한 코트차림으로 단화신고 거만한 관료들과 메이저 언론 기자들의 비웃음을 사면서도 질문하는 모습은 안쓰러우면서도 정겹다. 반면 요네쿠라 료코는 연기는 좋지만 뭔가 그 화려해 보이는 외모에서 느껴지는 위화감이 있다. 고고하게 고공취재하던 선배가 갑자기 '기자정신' 외치며 하리꼬미하는 격이랄까? 내가 옛날 모셨던 이제는 아주 좋은데로 나가계신 선배들 몇몇이 떠오르기도 한다.


드라마의 작법에 대해선 좀더 봐야 평가를 내릴 것 같다. 하지만 1시간 반 영화를 5시간 시리즈로 만들때 해야할 정석은 잘 따른 것 같다. 원작에 없던 인물들을 만들어서 주된 갈등구조외에 원작에 없는 부수적 갈등구조와 부수적인 내러티브를 만들었다. 한 위기가 끝나면 다른 위기가 생기게 해서 다음편을 기대하게 만드는 시리즈 만들기의 정석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그런 부수적 스토리라인을 이끄는 조연들도 충실히 배치돼 있다. 그리고 원작도 그랬지만 다큐스러운 정치소재 드라마 답게 어두운 색감과 차가운 도시의 미장센이 잘 살아있다. 하지만 그런만큼 너무 정석의 스토리전개가 될 것 같은 예상이 1회부터 들었다. 진실을 쫓는 정의로운 기자와 대중을 속이는 거대한 권력, 그리고 그런 갈등 속에서 결국은 주인공을 돕는 조력자들이 나오고 처음엔 무관심하지만 점점 성장해 결국 큰 역할을 하는 조연캐릭터의 성장이야기 등...많이 봐온 정치드라마의 전형이다. 


지금까지 미디어-메시지를 얘기했기에 다음은 바로 현실이다. 현실과 이야기의 관계인데...이 작품은 실제 사건을 다룬 다큐스러운 정치드라마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과연 일본 국민들은 이게 거의 현실 90% 드라마라는 건 어느정도 인식할까? 1등부터 10등까지 전부 한국드라마가 석권하던 일본넷플릭스에서 간만에 1등을 탈환한 일본드라마라는게 오히려 역설적이다. 2등부터 10등까지를 차지한 한국드라마들은 모두 일본시청자들 입장에선 '환타지'다. 이것만 현실같아서 1등이 됐다고? 글쎄 일본시청자들은 이 현실 90% 정치드라마도 간만에 소재가 색다른 또다른 '환타지'로 보고 있는 건 아닐까?  


모리모토학원에 대한 총리 총리부부의 엄청난 특혜를 아사히신문이 특종보도하고 야당의 총공세에 이어 '어쩔 수 없이' 문서를 위조한 공무원이 자살했지만 역시 그때도 아베는 선거에서 승리했고..비슷한 스캔들인 '벚꽃모임' 사건이 터졌어도 또 정권을 유지했다. 지금도 이 드라마가 인기지만 그게 자민당 체제에 대한 비난여론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아베는 지금도 자민당 최대계파 '아베파'의 수장이고, 아베를 이어가는 기시다 총리의 지지율은 60%대. 결국 실존하는 정치인의 실존 비리를 파헤치는 드라마를 열광하며 보지만 그게 실존 정치상황에 대한 불만이 되지는 않는다. 이렇게 현실이 드라마엔 잘 반영되지만 다시 드라마가 현실에는 전혀 영향을 안 주는건 어쩌면 우리의 미래인지도 모르겠지만...


하지만 뭐 이제 시작인지도 모르겠다. 이 드라마엔 이외에도 무지막지한 일본사회의 과로사, 민간인 사찰, 미투운동에 대한 탄압 등 다양한 일본사회의 문제가 투영되고 이런 문제들에 대해 처음엔 관심없다가 각성하는 '평범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런 내용을 다룬 드라마가 나온 것 자체가 일본에선 무척 이례적인데 그게 거대자본 넷플릭스 덕택이란 건 참 재밌는 일이다. 그래도 한국사회는 넷플릭스까지 동원 안되도 훨씬 작은 자본으로 그래서 더 다양하게 쏟아져 나오는 영화와 드라마들이 있는게 다행스러운 건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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