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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봉기 Jun 11. 2020

12년전에도 시끄러웠던 '북으로의 풍선'

그들이 대북전단을 날리는 이유는?

지금으로부터 12년전 쯤의 일이다. 시사매거진 2580의 기자로 다음 아이템을 찾던 나는 그전 나의 출입처였던 통일부의 사건 가운데 하나가 당시 이슈가 되기 시작한 것에 착안해 하나를 데스크에 제안했다. 이름하여 ‘그들은 왜 풍선을 북으로 날리나?’    


그때 지금도 문제가 된 대북단체들이 처음으로 북한에 전단을 날리고 대북방송도 하기 시작한 때였는데 그때 처음으로 북한이 험악한 성명을 내기 시작했다. 당시는 조평통 정도의 대남 실무기관급에서 성명을 내기 시작했다. 결국 이 대북전단 건은 벌써 10여년 이상 된 유서깊은 갈등인 것이다. 그런데 그 10여 년 동안 달라진 게 없다는 게 사실 문제다.    


어쨌든 북한관련 아템을 2580에서 한 적도 없고해서 데스크는 긴가민가했지만 일단 취재를 시작해보라 했다. 그 긴가민가한 이유 중 하나는 극우성향의 탈북자단체가 MBC취재에 협조적이겠냐는 이유도 있었는데 그건 사실 문제가 안됐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나는 2006년 이산가족 상봉취재때 ‘북에 나포됐던 어부가 남쪽어머니를 만났다’란 표현을 북측보장성원에 사전검열 당해 ‘자진월북’으로 고치란 요구를 거부한 일이 있었다. 근데 이게 커져서 지금도 각 방송사의 자료화면으로 잘 남은 사건이 됐고 그때 추방아닌 추방을 당하는 것으로 끝났다. 근데 나는 사전검열에 저항한 것이었지만 납북자단체 그리고 탈북자단체들도 이 사건은 기자들이 북한정권에 저항한 것으로 해석돼 나는 이른바 우파기자로 인식돼 취재협조를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대북전단을 날리고 대북방송도 하는 단체를 방문했다. 우선은 그 탈북자단체 대표들을 경호를 하던 정보과 형사들과 인사를 하고 양해를 구해 대표들을 취재했는데...많은 이야기들을 들었지만 결국은 전단을 날리는 명분적 이유외에 실질적 이유로 중요한 하나에 대해서도 그들은 굳이 망설이지 않고 그냥 자연스럽게 말했다. 당시 단체에 수십만달러 이상을 지원하던 수잔 솔티 – 대표적 미국의 비정부기구로 북한 인권개선과 탈북자지원을 하던 그리고 성향적 아주 강한 네오콘인 디펜스포럼의 대표이다 – 가 재정적 후원을 하는 이유가 바로 이 전단살포와 대북방송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물론 무수한 탈북자단체들 사이에서 대표단체로 자리잡으려면 이게 가장 중요한 존재이유를 드러내는 활동이라는 것도 또한 중요한 점이었다. 이 대표는 소상히 자신의 활동을 이야기하다 당시 김정일위원장에 대한 혐오와 나아가 미국이든 어디든 김정일을 제거해야한다는 이야기를 열을 올리며 얘기했다. 그러다가 이내 퇴임해 사저로 가있던 노무현 대통령에까지 화살을 돌렸다. 전직 대통령의 신변에 대한 참으로 듣기 거북한 얘기였는데 나는 바로 그 얘기는 듣고 싶지 않고 당신이 할 얘기는 전혀 아니라는 식으로 얘기했던 것 같다. 그러자 뜨겁게 떠들던 그 대표들의 분위기는 차게 식었는데...   

 

암튼 그때 결국 차게 식어 버린 취재분위기 때문이었는지 사실 그보다는 결국 2580의 한 아이템 적정길이인 10분이상 끌고 가기엔 아직 얘깃거리가 없다는 데스크 판단때문이었겠지만 ‘그들이 북한에 풍선을 날리는 이유는?’은 킬돼서 제작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부터 12년이 지나고 심지어 중도적 정권으로 바뀐 뒤에도 그렇게 정상분포범위를 벗어난 인식을 가진 그 정도의 사람들의 단체가 이렇게 한반도 정세를 쥐고 흔들도록 내버려 뒀어야했나는 건 이해가 안되고 차라리 짜증도 나는 일이다. 물론 트럼프 체제하의 미국에서 보이듯 이런 정도의 사람들이 보통의 평범하고 선량한 사람들의 생활까지 흔드는 건 흔한 일이긴 하다. 그리고 이들 같이 정치적이고 직업적인(?) 탈북자단체만 있는 것이 아니고 선량한 직업인으로 살아가는 탈북자들이 다수이고 그들을 돕는 탈북자단체들이 실제는 대다수이다. 그러나 그래서 더 이 일부가 전체를 흔드는 모습이 모두를 피곤하게 하는 것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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