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롭게 시작한 도전, 그 결과는?
집의 구조를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어떤 걸 먼저 정리해야 공간이 나올까 둘러보니 방 하나를 차지하고 있는 냉장고가 보였다.
지금 살고 있는 곳은 오래된 구축이라 주방이 좁아 양문형 냉장고가 들어가면 엄청 답답해 보일게 분명했다. 그래서 이사 올 당시 이용빈도가 낮은 방으로 냉장고를 넣어버렸다. 하지만 언제나 텅텅 비어있는 냉장고를 보면 굳이 저 냉장고가 집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작은 냉장고로 바꾸자.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성격 급한 나는 냉장고를 처분하고 작은 냉장고를 구매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이었다. 냉장고 이전은 바로 했는데 새로운 냉장고는 1주일 정도 후에 배송이 된다는 것. 냉장고를 주문할 때에도 이 상황은 알고 있었지만 사실 별 생각이 없었다. 당시엔 날이 추워지기 시작하던 12월이었기 때문이다. 베란다도 충분히 추운데 거기에 놔두면 괜찮을 거라고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던 것이다. 어차피 냉장고에 들어있던 것도 없는데 뭐, 까짓것 버텨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냉장고 없이 1주일 살기.
첫째 날, '음. 이 정도면 괜찮은데? 1주일은 넘게 버틸 수 있겠어.'라던 내 생각은 사흘이 지나고 나흘째쯤 되자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베란다에서 마음 놓고 보관할 수 있던 건 채소와 과일뿐이었던 것이다. 언제나 냉장고에 들어있던 계란도 상온에 두자 불안하기 시작했고, 저러다 상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있던걸 다 먹은 뒤에도 사다 놓지 못했다. 그리고 밥을 차려먹기에도 시켜 먹기에도 귀찮을 때 간단히 해결했던 냉동 만두나 볶음밥 같은 것도 꿈도 못 꿀 일이었다. 하루를 마무리할 때 스트레스를 쫙 내려주던 시원한 맥주도 당분간은 안녕.
그중 생각지도 못했던 가장 큰 문제는 소분이었다. 아무리 음식을 잘해 먹지 않는다 해도 다진 마늘과 파, 고기 같은 건 미리 정리해서 소분한 뒤 냉동실에 넣어놓곤 했다.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은 그 정도로도 만들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게 불가능하다 보니 음식을 할 때마다 파를 다듬고, 마늘을 다져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일주일 정도면 배송이 될 거라 예상한 냉장고가 2주나 걸렸다는 것.
냉장고 없이 살 수 있겠지!라고 호언장담했던 나는 사 먹는 밥과 포장, 이 두 가지로 끼니를 해결할 수밖에 없었고 냉장고가 오자마자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냉장고, 너 없이 살 수 있다고 했던 건 취소다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