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 만난 생각 2
가을 끝
빛바랜 사랑이 소각되는 현장에 서서
가을과 헤어진다는 건
사실,
찬란했던 한 계절만 보내려는 게 아니라
함께했던 모든 계절에 대한 이별 통보인 거예요
어찌 보면 이별 통보는 겉치레에 불과해요
헤어지기로 마음먹은 날부터
서먹해진 관계로 이미 이별은 시작되는 거거든요
떠나버리는 건 또 다른 의미예요
합의되지 않은 일방적 떠남이란 말이지요
깃털이 빠져 앙상한 가지로 변해가는
수명 다한 인연의 가을 끝에 서 있다면
가급적 말없이 떠나버리기보다는
허식에 불과하지만 이별 통보는 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만...
상대는 텅 빈 겨울에 홀로 남아 감당하게 될
쓸쓸함을 견딜 준비를 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