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routine) 2

행복 순간포착

by 봉림숲

루틴(routine) 2 이어서


매일 일기 쓰기를 한 이유


매일 실천하고 있는 나의 루틴인 일기 쓰기, 독서, 운동, 성경공부 중에서 일기 쓰기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2012년도에 시작을 했으니 14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쓰고 있다. 시작은 단순했다. 그전에는 띄엄띄엄 생각날 때 쓰다 보니 한 권의 일기장은 몇 년이 지나도 채워지지 않았고, 지난 시절 떠올려 봤을 때 삶의 기억들은 대부분 지워지고 없어져서 너무 아쉬웠다. 오랜 세월 살아온 날들이 기억에 없다는 건 허무한 일이다. 드물게 떠오르는 기억의 파편들도 불명확한 게 많았다. 무엇보다 초등학생이 된 아들, 아들보다 세 살 어린 딸이 성장한 기록은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4년간 일기 쓰기를 한 결과 이제는 나의 인생과 우리 가족의 일상은 케리어 하나에는 가득 담기게 되었다.

(다 쓴 일기장이 20권 정도는 되어 케리어에 보관하고 있다.)



추천할 만한가?


적극 추천한다. 일기 쓰기를 통해 문장력이 높아져 멋진 작가로 변신한다거나, 매우 깊이 있고 복합적인 사고능력을 갖게 된다거나 성찰하는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을 거라는 거창한 얘기는 접어두기로 하는 게 맞을 거 같다. 나는 공과 출신이고 평생 플랜트 설비에 온 에너지를 쏟아부으며 밥벌이를 하고 있는 엔지니어다. 그런 사람이 그나마 브런치스토리에서 어설픈 감성적인 글을 쓸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기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사유는 개인의 지적 수준 향상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거라는 추정 때문이 아니라, 한 가정의 역사를 남겨놓으므로 그 가정이 튼튼하게 세워져 갈 수 있을 거라는 확신 때문이다.



나에게 있어서 일기 쓰기의 가장 큰 장점은 '기록된 가족역사'를 가지게 된 것이다. 14년간 나의 일상들, 크고 작은 사건의 기록, 만나고 헤어졌던 인연들, 그 과정에서 가졌던 감정과 생각들이 담겨 있다. 결혼 후에도 철 없이 살았던 날들과 철들어 가는 과정, 자녀들이 우리 부부에게 왔을 때의 기쁨, 내 인생을 헤쳐나가며 겪었던 수많은 갈등과 번민들이 담겨 있다. 되도록이면 아이들의 일상도 꼼꼼히 기록했다. 어릴 때부터 20대 중반까지 성장한 아들의 인생, 사춘기를 혹독하게 겪었던 둘째의 성장과정, 아이들을 통해 얻었던 큰 기쁨...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본인들이 어떤 성장기를 지나왔는지 알 수 있도록 했다. 앞으로 아이들이 짝을 만나 결혼하고 자녀들을 만나는 과정도 쓰이지 않을까? 아내에 대한 많은 기록도 남겨놓았고 손주들을 사랑했던 할아버지, 할머니 이야기 또한 담겨 있다. 또한, 아이들을 키우며 있었던 유머 가득한 사건들은 놓치지 않고 썼다. 언젠가는 유쾌한 내용들을 뽑아내어 가족책을 만들 계획이다.


일기 쓰기의 또 다른 장점은 '자기 관리의 나침반 '과 같은 역할을 해줘서 인생을 허투루 살지 않게 해주는 데 많은 기여를 한다. 일기 쓰기는 자기와 만나는 비밀스러운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그건 한 번씩 쓰는 일기에 해당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루도 빠짐없이 오랜 기간 일기를 쓰다 보면 언젠가는 내 일기장이 독자들을 만나게 된다는 걸 깨닫게 되고 그걸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떠나고 나면, 내 일기장의 등장인물들과 그 등장인물들의 후손들은 눈에 불을 켜고 자기의 흔적들을 찾아 나설 것이다. 앞으로 나타날 등장인물들은 계속 늘어날 것이니! 아버지의 일기장, 할아버지의 일기장, 증조부의 일기장으로...


그렇다고 거짓으로 일기를 쓸 수도 없는 노릇이다. 매일 일기 쓰기를 14년 이어오는 동안 나는 성장을 했다. 매일 일기 쓰기는 또 다른 인생의 긍정적인 습관을 불러오게 되었다. 누군가를 의식하며 쓰는 일기는 일기의 본질이 아니라고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겠지만, 의식을 하며 쓰던 일기가 어느새 의식할 필요가 없는 좋은 기록을 남기게 되었고 내 삶이 일기장이 되어가는 중이다. 나는 일기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하루의 루틴 4가지를 어떻게 수행했는지 꼭 남겨놓는다.


- 오늘 운동은 뭘 했는지? (러닝머신 뛴 시간과 상, 하체 헬스운동 등)

- 책은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 (이것도 언제부터인가 독후감을 남기는데 네이버 블로그에 147편째 남김)

- 성경 읽기는 몇 장 몇 절을 읽었는지? QT는 무엇을 했는지?


위의 기록은 5년째 매일같이 하고 있다. 나는 꿈을 꾸며 살고 있다. 일기 쓰기 20년이 되었을 때 나는 어떻게 더 성장해 있을까? 독서와 성경 공부를 10년 채웠을 때 어떤 다각적 사고형 인간으로 성장해 있을까? 나는 한 번씩 자녀들에게 이런 얘기를 한다.


"아빠는 너네가 결혼해서 아이들이 태어나면 손주들에게 나침반 같은 할아버지가 되고 싶다."라고 했더니,

아이들이 대답했다.

"아빠는 충분히 그럴 거 같아, 지금도 그래!"


14년 매일 일기 쓰기의 가장 큰 장점은, '나의 미래에 꿈을 갖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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