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음식의 효능에 대해서 설명해 놓은 글을 읽거나, 아내가 몸에 좋다며 건강보조식품을 사 와서는 무방비 상태로 방바닥에 늘어져 있는 내 입에다 강제로 투하시킬 때면 억지로 받아먹으며 퉁명스럽게 빈정거리고는 했다.
“이 음식들 다 먹으면 불로장생하겠다.”
블루베리의 효능, 브로콜리의 효능, 양파즙의 효능, 노니의 효능...... 음식마다 깨알같이 나열해 놓은 효능 설명서를 읽다 보면 세상에 이보다 더 좋은 음식은 없을 것 같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심하게 아팠던 때가 있었다. 극심한 통증과 위 기능 저하로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했더니 한 달여간 몸의 근육은 거의 없어지고 몸무게가 6킬로그램이나 빠져버렸다. 거의 걸을 수 없는 지경이 되었고 하루 24시간 침대에서 누워 지냈다.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하루하루가 실은 평범한 날들이 아니라 매 순간 한 끼의 식사를 하며 생명을 유지하는 기적의 날들을 살고 있었던 것이다. 음식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다. 보약은 백과사전에서 ‘인체의 모든 장기와 기관. 조직 등의 기능 저하와, 항진 또는 영양물질의 결핍된 상태를 정상으로 이끌어 주는 음식이나 약물’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이 보약이다. 탐탁지 않게 생각했던 음식 예찬이 과장광고가 아니라 사실에 근거한다는 것을, 심하게 앓고 난 후에 알게 되었다.
우리는 살기 위해 음식을 먹어야 한다. 사전에서는 사람이 먹고 마실 수 있는 모든 것을 음식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우리가 평생 동안 섭취하는 음식의 총량은 평균적으로 약 40톤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종류는 얼마나 될까?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제레드 다이아몬드가 쓴 총균쇠에 따르면, 현대 농작물 총 80%를 차지하는 작물은 12개뿐이고 인간이 가축화한 동물은 초식 야생동물 중에서 14종만 성공했다고 한다. 인류의 역사를 700만 년으로 봤을 때 그 장구한 세월 동안 이 정도 종류의 먹거리 밖에 확보하지 못했다는 건 인간이 게을렀거나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은 극히 제한되어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인간이 살아가는 넓은 지구에서 실제 살기 위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많지 않다는 게 더 합리적인 판단이지 않을까 싶다. 지구의 표면적에서 71%를 차지하고 있는 바닷물도 벌컥벌컥 마실 수 없으니!
KBS에서는 오랫동안 ‘동물의 왕국’을 방송하고 있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방송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으니 1980년에 첫 방송을 했던 전국노래자랑보다 더 장수를 하고 있는 거다. 왜 이렇게 오랫동안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나 궁금해진다. 그 이유는 인간이 손대지 않은 경이로운 대자연을 보며 경탄도 하게 되지만 무엇보다 주인공인 동물들이 초원을 뛰어다니며 펼치는 생존경쟁을 보며 전율하게 된다. 그리고 목숨을 걸고 가족이나 동족을 보호하려는 처절한 몸부림과 죽음 앞에서 숙연해진다. 동물들의 세계에서는 자연의 순리가 담아져 있다. 나는 그 방송을 보면서 음식에 대해 생각했다. 동물들이 대자연에서 생존경쟁을 펼치는 가장 큰 이유는 생존을 위해 상대를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유기물을 얻기 위해 상대를 향해 전력을 다해 질주해서 목숨을 끊는 피의 제례를 치르야만 한 끼의 음식을 겨우 얻을 수 있다. 잡히는 자는 죽은 목숨이고 놓치는 자는 굶어 죽게 된다.
한 끼의 식사
봉림숲
生을 이어가는 한 끼의 식사는
너의 이야기를 살라 드려 지는 희생의 제사다
너를 삼켜야만 내가 사는 한 끼의 식사에는
너의 울부짖음, 이별, 죽임이 버무려져 있다
마지막 남은 기력으로 목표물을 향해 내달리는 놈
마지막 남은 기력으로 목숨을 지키려는 놈
상대의 숨통을 끊어야만 살 수 있는 피의 제례를
한 끼 식사마다 만물들이 엄숙하게 거행하고 있다
우주에 유유히 흐르는 생존 법칙
별은 행성을 집어삼켜 빛을 발하고
텅 빈 위장에 채워지는 한 끼의 식사마다
제물이 된 희생자의 빛은 영원 속에 사그라진다
生을 연장하는 한 끼의 식사마다
너의 존재는 허무로 사라지고
나는 행성을 집어삼킨 별이 된다
우리는 대자연을 벗어나고부터 더 이상 피의 제례를 치르지 않더라도 한 끼의 식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이후로 음식에 대한 감사가 덜해진 게 아닐까 생각한다. 식탁 위 한 끼의 식사를 위해 올려진 음식을 유심히 바라보자. 음식이 되기 이전에 생명이 아니었던 게 없다. 동물로 만든 음식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수육, 계란말이, 삼겹살, 소불고기, 오리구이, 치킨, 굴소스, 생선...... 그리고 식물로 만든 음식들도 강제로 뽑히고 꺾인 생명체들이 아니든가? 생명을 연장하는 한 끼 식사마다 같은 지구에서 살아가는 어떤 존재들이 제물로 바쳐지고 있는 것이다. 매 한 끼의 식사마다 감사하며 먹자! 음식에 대해 겸손해지자! 나의 한 끼 식사를 위해 제물로 바쳐지고 허무로 사라진 생명체에 감사를 전한다. 그리고 나의 한 끼 식사로 인해 이별, 울부짖음, 죽음을 안긴 그 가족들에게 진심 어린 용서를 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