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봉억 Jul 25. 2019

너희들의 '잠재력'을 응원한다

X 세대 아빠가 Z 세대 딸에게 

아빠는 1975년생 X세대. 두 딸은 2010년/2012년생 Z세대. 

아빠도 '신세대' 소리를 들으며 대학생활을 보냈는데, 두 딸은 '새로운 인종'으로 대접(?)을 받습니다. 일상에서 느끼는 아빠와 딸의 차이와 공감, 그리고 미래를 나누려고 합니다. 


지금 제 삶에 가장 큰 행복이자 관심은 역시 두 딸과 잘 노는 것입니다. '어떻게 잘 놀아야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기 앞가림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에 관심이 많습니다. 다양하고 특별한 경험을 즐기고, 사회 변화와 이에 따른 미래 교육의 방향에 대해서도 늘 안테나를 열어 두고 있습니다. 내 딸과 내 딸의 친구들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아름다운 학창 시절을 응원해 주고 싶습니다.


'교육이 불가능한 시대'라는 진단은 10년 전부터도 제기돼 왔던 화두였습니다. 입시교육이 여전한 현실에서, 시대 변화에 걸맞은 새로운 교육에 대한 관심도 큽니다. 최근 창의성 교육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것도 한 사례입니다. 


AI 시대에,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까 하는 고민도 크지요. 사실, 아이들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100세 시대를 살아가야 할 나의 문제이기도 하고요. 


마침, <성적 없는 성적표> <4차 산업혁명, 교육이 희망이다>라는 책을 쓴 미국 버지니아대 류태호 교수가 경희대에서 특강(7월 10일)을 했습니다. '미래 교육의 변화와 역량중심 교육의 이해'라는 주제였어요. 미국에서 오셨다니, 좋은 기회다 싶어서 퇴근하고 바로 달려갔습니다. 


지식의 양은 12시간마다 2배씩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참, 대단하죠. 

암기와 주입의 시대는 지났습니다. 


2000년대 이후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 Z세대라고도 불리는 이 '새로운 인종'의 집중력은 8초라고 하는군요. 초등학교 3학년인 제 딸도 유튜브만 보고 있으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로 변하는 걸 보면 이해가 갑니다. 2025년에는 Z세대와 함께 Y세대(1980년~2000년생)가 전체 노동자의 75%를 차지하는 세상이 옵니다. 미국에선 Z세대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고 하네요. 이들이 곧 주인공이 될 테니까요. 


류 교수는 Z세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새로운 교육의 흐름 중 하나인 '역량중심 교육'도 AI시대, Z세대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겠죠.

빙산의 몸통 '잠재력'을 믿고 키워갈 수 있는 교육환경이 필요하다.     그림:픽사 베이


수면 위아래에 걸쳐 있는 빙산(위 그림). 우리는 그동안 빙산의 조그마한 일부만 드러나 있는 기술과 지식에 연연해 왔는지 모릅니다. 앞으로는 수면 아래 드러나지 않은 거대한 빙산의 몸통, 그 잠재력에 주목해야 합니다. 


실제로 연구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일류대학 졸업생 가운데 성공한 사람들을 살펴보니 회복탄력성과 자존감, 자아정체성이 확고한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이런 개성과 인성에 관심을 갖고 교육을 해나가자는 게 '역량중심 교육'이라고 부릅니다. 


역량 교육은 성적을 매기고 점수로 따지지 않아요. 류 교수는 <성적 없는 성적표>라는 책을 쓰기도 했는데요. 

성적표에 성적이 없어요. 내가 얼마나 성장했나를 기록하는 것이죠. 점수로 상대 비교를 하지 않습니다. 역량 교육의 평가는 평가가 아닙니다. 과정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됐는지 곱씹어 보는 겁니다. 역량 교육의 목표는 숙련도예요. 마스터가 되는 것이죠. 개인 맞춤형 교육을 지향합니다. 이렇게 가야겠죠. 

류태호 교수가 특강에서 제시한 '역량중심 성적표'.     사진 : 김봉억

역량중심 교육의 성적표(위 사진)에는 8가지 역량에 대해 무엇을 했는가를 디지털로 기록합니다. 8가지 역량 중에 '마음의 습관(사고방식)'이 포함돼 있는 게 눈에 띄었습니다. 마음의 습관에는 성실성, 창의력, 배움과 호기심을 즐기는 마음, 회복탄력성, 끈기/인내심, 자기 효능감, 스트레스 관리능력, 시간 관리 능력 등이 해당됩니다. 


역량 교육은 어떻게 수업이 진행될까요. 그게 참 궁금했는데, 살짝 사례를 알려줍니다. 뉴햄프셔주의 역량 교육 커리큘럼 사례를 보면, 한 학년별로 커리큘럼을 짜지 않고, 3~4개 학년을 묶어서 커리큘럼을 짜요. 개인별로 성취도가 다르니까 여유 있게 기간을 잡고 가르칩니다. 특정 과목에 대해 이해를 못했는데도, 시간이 지나면 학년이 올라가고 더 어려운 걸 배우는 구조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보지요. 9~12학년은 4년 동안 수학 1을 배웁니다. 숙련도를 중심으로 평가해 낙오자가 생기지 않게 해요. 수학 수업에는 수학 교사, 수학 코치, 데이터 코치 3명이 붙습니다. 수학 교사가 총괄을 맡고, 수학 코치는 수업 중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다가가 이해 정도를 확인하고 맞춤교육을 합니다. 이상적인 수업 방식이죠. 부럽습니다. 


평가는 어떻게 할까요. 역량 교육의 평가 방식은 점수를 매기지 않고, 학습 과정에 대해 글로 개별 피드백을 제공합니다.  


진짜, 교육은 무엇일까. 교육이라고 하면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데요. 교육이라는 이름 자체가 참 따분하고 지겹게 느껴질 때가 많아요. 어릴 때 그런 교육을 받아서 그렇겠죠.  류 교수는 교육이라는 개념에 e+ducare라고 '밖으로 끌어내다'는 뜻이 있다고 합니다. 뭔가를 주입하는 게 아니라, 자기 생각을 표현하고 드러내도록 한다는 거죠. 


우리의 교육 방향도 이렇게 가는 게 좋겠습니다. 어떻게 하면 자기 생각을 한 번이라도 더 말하고, 표현하고 끌어낼 수 있도록 말이지요. 


Z세대 학습자의 특징은 돈보다 일의 의미가 동기부여에 더 영향을 미친다고 하는데요. 요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교육을 해본 학교 밖 선생님들의 말을 들어 보면, 부모님의 영향인지 어린 학생들도 '돈'에 관심이 많답니다. 한창 꿈꾸고 자기 하고 싶은 것에 집중해도 좋을 텐데 말이죠. 


역량 교육에 대해 간단히 정리를 해봤는데요. 미래 사회에 필요한 미래역량 4가지는 앞으로 여러 곳에서 언급이 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는 읽고, 쓰고, 계산하는 3R의 시대였다면, 앞으로는 창의성, 비판적 사고, 커뮤니케이션, 협업 능력(4C)이 중요한 역량이 된다고 합니다. 


나를 알고 사람을 이해하는 게 미래 역량의 핵심이 아닐까 싶습니다. 빙산 아래, 저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믿고 키워갈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 글은 김봉억의 티스토리 블로그(여행처럼 설레는 삶과 배움)에 쓴 글을 수정한 것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