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낮은 아파트 단지에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어느 해 가을부터 아파트 모퉁이마다 하늘하늘 바람결에 꽃잎이 흔들리는 코스모스가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어린 기억에도 키보다 높게 자란 코스모스가 이쁘게 보였습니다.
누가 이렇게 이쁜 코스모스를 여기에 심었을까?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어머니가 흙길 모퉁이마다 코스모스 씨앗을 뿌려서 그렇게 이쁜 그림을 그리셨다는 것을...
그땐 어린 마음에 '일 하느라 우리 볼 시간도 없으면서 왜 이런 걸 했대?'하며 코스모스를 볼 때마다 성이 나곤 했습니다.
어머니께 차마 속 마음을 이야기하지 못한 이유는
저는 그땐 조금은 커 있었고, 코스모스를 질투할 만큼 어리진 않다고 엄마에게 시위하듯 성난 마음을 꾹 참아내곤 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되어보니 어머니가 심어 놓은 코스모스가 마음 한편에 이쁘게 심어져 자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코스모스를 볼 때면 어린 시절 아파트 모퉁이에, 담벼락에 자라는 코스모스가 겹쳐 보이곤 합니다. 그리고 그때 어머니가 씨앗을 뿌리시던 그 마음도 함께 보입니다.
어머니는 그렇게 제게 코스모스를 오래 동안 보게 하시려고 아파트 모퉁이에, 그리고 제 마음에 코스모스 씨앗을 심으셨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