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나왔다.
돌아온 집이 그날따라 좁게만 느껴졌다.
마음이 답답했나 보다.
시원한 맥주를 마시고 싶었다.
동네를 세 바퀴쯤 돌아서야 겨우 맥주집에 들어설 용기가 났다.
혼자 들어가도 되냐고 조심스레 묻는 내게 주인아저씨는 흔쾌한 웃음으로 맞아주셨다.
생맥주를 한잔 시키고 시원하게 들이켰다.
종일 먹은 거라곤 감자탕 한 그릇인 탓에 속은 조금 쓰렸지만 그래도 좋았다.
귓가에는 박효신의 노래가 들려온다.
시끌벅적한 호프집에는 어울리지 않는 노래가
나와 주변을 분리해 놓은 것만 같다.
조금 어색하지만 그래도 좋다.
오늘은 술을 마시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