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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 Oct 24. 2019

어머니의 시장

저는 내 어머니라 참 좋았습니다.


어머니가 평생을 보내시던 서문시장을 거닐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엄마가 보고 싶어 두 시간이 넘는 거리를 걸어오던 시장이라 걷던 길 모퉁이가 문득문득 기억이 납니다.

먼 길을 힘겹게 걸어 어머니가 계신 시장에 도착하면 어린 마음에도 뿌듯했던 것 같습니다.  
시장 이웃 아주머니들이 사 주시는 진한 율무차나 맛있는 과자는 아픈 다리를 말끔히 잊게 해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이웃이 어린 자식에게 돈을 쓰는 것이 부담이셨는지 저를 포목점 구석에 조용히 숨겨두곤 했습니다. 어머니가 그리웠던 어린 나는 가게를 마칠 때까지 그렇게 좁은 포목점 구석에 숨죽여 숨어있곤 했습니다.

장사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참 좋았습니다. 어머니 손을 잡고 어둑한 시장 조명 빛을 따라 버스정류장을 향해 걷는 길이 그렇게도 즐거울 수가 없습니다.
가끔은 장을 보는 어머니 짐을 들어드리기도 하고, 국수나 떡볶이를 먹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 혹시나 어머니도 저처럼 이곳에 잠시 머물고 계신가요.  지나온 긴 세월만큼 여기저기 좋은 기억들을 찾고 계실까요. 혹시나 어머니를 생각하며 이곳저곳 헤매는 저를 보고 계신다면 얼굴을 한 번쯤 어루만져 주실까요.

아니다 괜찮다.. 고마웠다..
내 아들이라 참 좋았다 하실까요..
저는 내 어머니라 참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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