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감보라 Feb 03. 2023

내가 아이폰 14를 샀다고? 그것도 레드로?

가장 마음에 드는 걸로 할래

남편은 가전, 가구를 살 때 항상 가장 좋은 것으로 산다.

가장 최신형, 가장 비싼 것을 산다.


남편이 나에게 노트북을 사 줄 때에도 

가장 좋은 최신형으로 사라고 했다.

하지만 인터넷과 문서 작업정도만 하는 나는

결국, 또 적당한 것을 골랐다.


계산을 하고 나온 남편은

'에이~ 가장 좋은 사양으로 사라니까~'라고 말한다.


나는 항상 적당한 것이 좋았다.

내게 필요한 기능만 있는 단순한 물건들이 좋았다.


우리 집은 지출 목록과 금액이 정해져 있다.

식대비, 주유비, 문화비등이 나눠져 있다.


그중 휴대폰비는 남편과 나 각각 9만 원이 측정되어 있다.


몇 달 전부터 내 휴대폰 할부기간이 끝나

요금이 4만 원 정도 나왔다.


그렇게 몇 달이 더 지나고 휴대폰 화면이 점점 

오래된 종이처럼 누렇게 보였다.

그래도 전화, 톡은 잘되니 사용할 만했다.


그런데 손글씨 사진을 찍고 색감을 보정하는데

화면이 누렇게 보이고, 키판 자국이 복사된 것처럼

보였다.


휴대폰을 바꾸고 싶었다.

적당한 것을 사는 것이 익숙한 나는

화면만 하얗게 보이고 키판 자국만 없으면 됐지

하는 마음으로 휴대폰을 검색했다.


삼성에서 자금제 폰(약정 없이 휴대폰만 구입)이

30만 원 정도 되었다.

'그래~ 이걸로 사면되겠다.'라는 생각을 했지만


남편이

'당신 이제 휴대폰 비 4만 원 나오니 

5만 원은 깎아야 되겠다.'

라는 말이 귓가에서 메아리처럼 

크게 몇 번이고 울려 퍼졌다.


5만 원은 깎아야 되겠다~다~다~아~~~


고개를 빠르게 좌우로 몇 번 돌리고

얼른 아이폰 페이지로 들어갔다.


오~! 아이폰 14가 좋겠다.

색상은 뭘로 하지?

퍼플 할까? 퍼플 예쁘네?

오! 레드!?

(아줌마되면 빨간색이 좋아진다고 하던데...)

(아줌마 되기는 싫고...)

(레드는 튀기도 하고... 흠...)

적당한 퍼플로 할까?


잠깐! 내가 왜 남을 의식해?

그깟 휴대폰 색상도 남들 의식해서 골라야 하나?

(그래도 레드 색상 어떤지 실사 리뷰 좀 봐보자...)

뭐? 촌스러운 레드가 아니라고? 예쁘다고?

그것도 남성분이 리뷰를 적었네. 오모나~

아이폰! 14! 레드!로 해야겠다.!


그러고 나서 나는 

스크롤에서 삑삑 소리가 나는 무선 마우스 바꿨다.

찢어진 노트북 파우치 바꿨다.

마우스 패드를 노트로 쓰고 있었는데 패드도 샀다.

노트북에 보호필름붙였다.


와아~ 몇 만 원에 글 쓰는 노트북 환경이 좋아졌다.

더 소중하게, 더 고급지게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는

적당한 것 말고 

가장 좋은 것 말고

내가 가장 마음에 드는 물건으로 사야겠다.


삑삑 소리 나는 마우스를 써도 

아껴 쓴다고 누가 상도 안주더라

남편이 절약해 줘서 고맙다고 말하지도 않더라

마우스 사는 돈 아껴서 부자가 되는 것도 아니더라


행복을 위한 소소한 투자! 놓치지 않을거에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