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하게
문을 열고 들어간다.
안개가 자욱하다.
조용하다.
손으로 안개를 헤치며 천천히 걷는다.
책상에 고개를 박고 무언가 하고 있다.
책상은 넓어 보이진 않는다.
아무래도 자작시를 손글씨로 적고 있는
것 같다.
몰입해서, 집중해서, 비장한 표정으로
장인답게 쓰고 있다.
책상은 좁은데 무언가 만들기 재료들(?)이
다소 정리되지 않은 듯 있다.
동그랗고 파스텔 톤의 분홍, 파랑 색감의
비즈들도 보인다.
그 좁은 책상에 앉으면 나 자신을 잃는다.
몰입과 작품, 장인 정신만이 살아 숨 쉰다.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는다.
손가락은 영혼에 맡겨진 채
소리 없이 움직인다.
다리는 움직이지 않는다.
공기도 무언가 조용하다.
책상에 앉아 있으면 약간 나무 냄새가 난다.
그 책상은 다소 고립되어 있다.
그 공간에서는 영혼과 작품만이 탄생한다.
그 무엇도 있지 않다.
또 다른 곳으로 가본다.
몸에 붙는 다소 격식 있는 옷을 입고 있다.
강당은 매우 크다.
강의가 아직 시작하기 전이다.
무대의 바닥은 검은색이다
규모는 1700석 정도 된다.
5세~10세 자녀를 둔 엄마들이
객석을 메우고 있었다.
자녀와 함께 온 엄마도 있고
남편과 함께 온 엄마들도 보인다.
어떤 엄마는 나의 책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있고
어떤 엄마는 나의 책을 가방에서 꺼내고 있다.
객석에서 미소를 지은채 나를 바라보는
엄마도 있다.
내 주변에는 나를 도와주는 매니저(?) 같은
사람이 있고, 행사를 진행하는 진행자,
몇몇 교수님들도 계시다.
나의 엄마팬들은 나를 닮아 동글동글 외모에
웃음이 많다.
집으로 가 보았다.
집 앞마당에서
짙은 초록색의 잔디가 정갈하게 자라고 있다.
나와 남편은 잔디마당 위 문 앞에 서있다.
남편은 농부의 옷을 입고 있다.
얼굴의 주름이 더 생겼다.
나를 바라보는 표정이 매우 따뜻하다.
나를 매우 아껴주고 사랑해 주는 느낌이
들었다. 남편 얼굴을 보는 순간 사랑의
마음이 느껴진 후 마음이 울컥하고
눈물이 고였다.
우리 집은 회색빛깔의 네모 모양이었다.
남편에게서는 잔디를 베어서 나는 풀향기가
진하게 났다.
키우는 개도 한 마리 있었다.
조금 큰 개이고 털의 색깔은
갈색 흰색이 섞여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