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수용] 나는 나를 구했다.

사랑이 있었네요? 몰랐어요!

by 공감보라

나는 빛 한 줄기 들어오지 않는
깊은 구덩이에 엉덩이를 찰싹 붙이고 앉아 있었다.



‘나는 타당한 이유가 있어서 여기에 있는 거야.’
그렇게 착각하며, 그 어둠 속을 나름대로 즐겼다.



그러다 어느 순간,
불안이 안개처럼 증폭되기 시작했다.



‘여기서 나가야 해!’
라고 딱히 느껴지진 않았지만



그 눅눅하고 어두운 공간이
무심결에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다.



그때,
저 멀리서 작은 틈으로 빛이 가늘게 들어오더니
이내 커다란 손 하나가 쑤욱 들어왔다.



… 뭐지? 누구지?

뭐긴 뭐야, 누구긴 누구야.
나다!



그 손은, 분명히 내 손이었다.



나는 내가 만든 구덩이 속에
스스로 친절하게 들어가
단단하게 벽을 쌓아 올린 것이다.



나는,
내손을 붙잡았다.



조금 어색했지만
해맑고 밝은 미소로
그곳을 나왔다.



오랜 변비가 해소된 것처럼.



정말,
나는 순식간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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