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제작기] 책에도 주민등록번호가 있다

사진집 제작기 <출판은 처음이라> Ep. 7 ISBN 발급받기

by 마리

저세상 쫄보가 겁 없이 뛰어든 1인 출판 도전기! 일곱 번째 에피소드는 책에 부여하는 주민등록번호라 할 수 있는 ISBN이다. 절차대로 따라 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가장 쉬웠던 단계가 ISBN 발급이지만 쉬웠다고 시행착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무슨 일이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성장하는 법!


Episode 1. 모든 일에는 연습이 필요하다.

Episode 2. 인생도 출판도 선택의 연속.

Episode 3. 1인 출판을 위한 첫걸음.

Episode 4. 시작이 반이다.

Episode 5. 좋은 것 사이에서 더 좋은 것 골라내기.

Episode 6. 편집 디자인의 세계.

Episode 7. ISBN 발급받기

Episode 8. 좋은 인쇄소는 정말 없는 건가요?

Episode 9. 신비한 인쇄의 세계

Episode 10. knock knock, 제 책을 받아주세요.

Epilogue. 당신 곁에 머무를 파리, < from Paris > 사진집

Epilogue 2.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하길 잘한 것 같아




책에 부여하는 주민등록번호


나의 존재를 법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번호가 주민등록번호라면 개인이 만든 책을 '법적 인쇄물'로 증명해주는 것이 ISBN이다. 보통 13자리 숫자로 이루어져 있는데 해당 제품이 도서이면서 한국에서 출판되었고, 출판 번호가 무엇인지를 나타낸다. 숫자의 마지막 5자리는 책의 성질 (에세이인지, 사진집인지, 소설인지 등)을 나타낸다. ISBN이 없다고 책이 아닌 것은 아니지만 법적으로는 International Standard Book Number(국제표준 도서번호)를 받은 책만 책으로 인정받는다. 무엇보다 대형서점이나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판매하려면 ISBN 넘버가 필요하다.


출판 경험이 전무한 내가 1인 사업장 등록이라는 번거로움과 두려움을 감수하고 1인 출판으로 책을 만든 이유가 ISBN을 받기 위함이었다. 독립서점에만 입고시킬 생각이었기 때문에 굳이 ISBN이 없어도 상관없지만 모든 독립서점에서 책을 받아 주리란 보장도 없고, 스마트 스토어를 만들어 직접 책을 판매할 계획도 있었기 때문에 ISBN 등록은 꼭 필요한 부분이었다. 어차피 만들어 볼 책이라면 출판사에서 책을 출간하기 위해 거치는 과정을 제대로 다 거쳐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ISBN을 발급받으려면 ①출판사 등록증과 ②출판사 등록번호가 필요하기 때문에 독립출판으로는 ISBN을 발급받기 쉽지 않다. 출판 커뮤니티에서 독립출판도 ISBN 발급이 가능하다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직접 해본 것은 아니라 어떻게 받는지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이 부분은 패스하겠다. 만약 출판사 등록 및 사업자 등록까지 마쳤다면 ISBN 신청은 언제든지 가능하다.

서지정보유통지원시스템 홈페이지를 캡처한 이미지입니다.

서지정보유통지원시스템에 접속, 회원가입 후 발행자번호를 발급받은 다음 ISBN을 신청하면 된다. 회원가입 단계에서 출판사 신고 필증, 출판사 등록번호, 출판사 신고일, 발급처 등의 정보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출판사 등록 및 사업자 등록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함을 잊지 말 것! 참고로 ISSN은 국제표준 연속간행물 번호로 일정 주기마다 연속해서 발행하는 정기간행물에 부여되는 번호다. 잡지를 만든다면 ISBN이 아닌 ISSN을 신청해야 한다.

서지정보유통지원시스템 홈페이지를 캡처한 이미지입니다.

회원가입까지 끝났다면 발행자 번호를 먼저 신청해야 한다. 발행자 번호란 발행처 요건(출판사 신고가 완료된 출판사)을 충족하는 발행자에게 ISBN 한국 대표기관인 한국서지표준센터에서 발행자 번호를 배정받는 절차다. 출판사 신고 번호 및 신고 확인증 첨부 후 신청을 완료하면 보통 2일~5일 내로 번호가 발급된다. 카톡으로 뭐든 할 수 있는 세상이라 발행자 번호가 발급되면 카톡과 메일로 안내가 오기 때문에 굳이 수시로 들어가서 확인할 필요는 없다. 나는 신청 후 2일 만에 번호를 받았다.

서지정보유통지원시스템 홈페이지를 캡처한 이미지입니다.

발행자 번호까지 받고 나면 ISBN 신청이 가능한데 출간일, 책 가격, 표지 이미지, 판권지 정보, 목차, 책 소개 등 세부 정보를 기입해야 한다. ISBN은 한 번 발급되고 나면 수정이 번거롭기 때문에 신청 전 세부사항을 명확히 하는 것이 좋다. 필수사항이 제대로 기재되지 않으면 번호 발급이 거부될 수 있다. 나는 간기면에는 모두 한글이 들어가고, 사진집 본문에는 짧게 프랑스어로 인용문이 들어가는 페이지가 있어 사용 언어를 한국어와 프랑스어 두 가지로 기입했더니 주요 언어를 한 가지로 기재해야 한다고 번호 발급이 한번 거부됐다. 서지정보유통지원시스템에 접속하면 발급과 관련한 안내가 나와있고, 헷갈리는 부분은 국립중앙도서관으로 전화 문의가 가능하다. 일을 할 때 가능한 절차대로 하는 걸 선호하고, 겁이 많기도 해서 몇 가지를 전화로 문의했는데 친절하고 상세하게 알려주셨다. 모르는 것이 있다면 나중에 문제가 생기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해당 기관에 직접 물어보는 것을 적극 권장하는 바!

ISBN은 언제 신청하면 좋을까?


ISBN은 출판사 등록 후 언제든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책을 만들면서 ISBN을 신청하기 좋은 타이밍 역시 존재한다는 걸 배웠다. 1인 출판으로 책을 만드는 과정은 대략 이러하다.

출판사 등록 및 사업자 등록

출간 도서 기획

원고 작성

편집 디자인

인쇄

발행자 번호를 발급받는데 2~5일, ISBN 발급도 2~5일이 걸린다. 일사천리로 진행된다는 가정하에 ISBN 발급까지 최대 10일 정도 걸리는 셈이다. (나는 중간에 한번 문제가 생겼는데도 주말을 제외하고 5일이 걸리긴 했다. 한국은 뭐든 고지된 일자보다 빠르면 빨랐지 느린 경우는 없으므로...) 나는 대략적인 사진집의 윤곽이 잡힌 후 바로 신청했는데 사진집의 내지 및 표지 디자인 과정에서 페이지 수와 가격에 변동이 생겼다. 책의 세부 정보 중 일부는 ISBN 발급 후에도 서지정보유통지원시스템에서 수정할 수 있지만 일부는 불가능하다. 홈페이지에서 직접 수정할 수 없는 건 ISBN 번호를 새로 발급받거나, 납본용 도서에 변경된 정보를 기재해 수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ISBN 신청부터 발급까지 최대 10일이 걸린다는 가정하에 정확히 어느 타이밍에 신청하는 것이 좋을까? 시행착오 끝에 얻은 결론은 편집디자인 작업이 80% 정도 완성되었을 때 신청하기! (가급적 책 표지 및 내지가 완성되기 전까지는 ISBN 발급을 완료하는 것이 좋다.) 편집디자인 작업이 거의 완성단계라면 인쇄소 선정 및 인쇄 일정도 윤곽이 잡히고 책의 판매 가격도 정확하게 정할 수 있다. 나는 편집디자인 작업이 절반 정도 완성됐을 때부터 인쇄소를 찾고, 지류와 평량, 가격 등을 구체화했다. 그 과정에서 가격과 페이지 수를 변경하게 됐는데 이미 ISBN을 발급받은 상태라 국립중앙도서관에 전화로 문의했더니 인쇄 일정이 촉박하지 않다면 ISBN을 재발급받고, 일정이 촉박하다면 납본 도서에 정확한 정보를 기재하면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수정해 준다고 알려주셨다. 나는 도서 납본으로 바뀐 정보를 수정하는 쪽을 택했다.



도서 납본은 꼭 해야 하는 걸까?


그렇다면 도서 납본은 뭘까? ISBN 번호를 발급받고 나면 국립중앙도서관에서 공문을 보낸다. 도서관법 제20조 제1항 (도서관 자료의 납본)에 따라 도서관 자료를 발행 또는 제작한 경우에는 발행일 또는 제작일로부터 30일 이내에 도서관 자료 2부를 국립중앙도서관에 납본해야 한다. 도서 보존을 위해 국립중앙도서관에서는 국내에서 출판되는 ISBN을 발급받은 모든 책을 보관하기 위함이라고.

처음에는 공문이 날아와 뭘 잘못한 줄 알았다. (나는 생각보다 훨씬 쫄보면서 감당 못할 짓은 잘도 저지른다.) 찬찬히 읽어보니 도서 보존을 위해 책을 납본해 달라는 안내서였다. (보관용과 열람용 2권을 보내는데 1권 값만 돌려받긴 하지만) 납본 도서에 대한 보상금도 지불된다. 납본도 의무라고 하니 일단 서류를 잘 챙겨두었다. 출판 관련 커뮤니티에는 ISBN을 발급받았지만 도서 납본은 하지 않는 분들도 계신 듯했다. 납본을 하지 않으면 불이익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하지 않았지만 나는 납본하는 쪽을 택했다. 내가 만든 책이 영구 보존된다 생각하니 책의 만듬세에 조금 더 신경 쓰고 싶은 의지도 생기고, 엄밀히 말하면 나의 책을 돈 주고 구매하는 첫 번째 독자(?)가 국립중앙도서관이 되는 셈인데 도서관에서 나의 책을 사준다니 신기하면서 묘한 기분도 들었다. 무엇보다 책 정보를 도서 납본을 통해 수정해야 했기 때문에 납본의 의무를 필히 지켜야만 했다.


납본은 보상청구서를 작성하여 납본용 책 2권과 계산서를 함께 동봉하여 국립중앙도서관 자료수집과 앞으로 발송한다. 택배로도 보낼 수 있고 방문 납본도 가능하다. 이때 계산서를 동봉하지 않으면 납본 보상금은 받을 수 없다. 도서관에서 책을 구매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자계산서의 경우 (사)대한출판문화협회 앞으로 도서 1권 가격으로 발급하면 된다. 납본이 완료되면 서지정보유통지원시스템에서 납본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고, 납본 보상금은 납본 후 대략 1~2달 뒤에 들어온다고 하는데 나는 2월에 납본하고 6월에 돌려받았으니 4개월이 걸렸다.


ISBN 바코드 넣어주기


ISBN이 발급되면 서지 정보 유통 지원 시스템에서 바코드를 내려받아 책 표지 뒷면에 넣어주는 작업만 남는다. AI 파일 혹은 EPS/PDF 파일로 내려받을 수 있는데 AI파일로 받는 경우 자체적으로 일러스트 파일로 편집이 가능하고 그 이외에는 EPS/PDF로 발급받는 것이 더 좋다. 바코드를 발급받으면 ISBN 번호 크기 및 글씨체, 바코드 크기 등을 변경하기도 하는데 나도 바코드 크기를 책 표지 뒷면에 잘 어울리도록 변경했다. 그러나 무한정 작게 혹은 크게 바꿀 수는 없다. EPS/PDF로 받았을 경우 이미지의 표준 규격은 가로 3.73cm, 세로 2.66cm. 더 작게 사용하고 싶다면 80%까지, 더 크게 사용하고 싶은 경우 200%까지만 확대할 수 있으니 참고할 것! 바코드를 받아서 크기나 폰트 타입을 변경했다면 책이 최종 인쇄되기 전에 바코드가 잘 인식되는지 미리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나는 QR bot이라는 어플을 잉요해 샘플용 서적에 크기를 변경한 바코드를 삽입하여 인쇄 후 제대로 인식되는지 확인한 다음 본 인쇄를 진행했다.



전지적 관찰자 시점, 가끔인 1인칭 주인공 시점의 독립출판 이야기.

시선기록장 @bonheur_archive

파리 사진집 <from Paris>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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