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출판 도전기 <출판은 처음이라> Ep. 8 인쇄소 고르기
사진집 1인 출판 도전기 여덟 번째 에피소드는 책 만들면서 가장 무서웠던(?) '인쇄'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인쇄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정보 찾는데 가장 많이 공을 들인 부분도 인쇄다. 다행히 머릿속으로 그렸던 이미지대로 책이 완성되었지만 인쇄소 찾고, 견적 받고, 인쇄 후 책이 도착하기까지 쉽지만은 않았다. 책의 만듬세를 결정짓는 부분은 인쇄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의 인쇄소 경험담이 혼자서 책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pisode 1. 모든 일에는 연습이 필요하다.
Episode 2. 인생도 출판도 선택의 연속.
Episode 3. 1인 출판을 위한 첫걸음.
Episode 4. 시작이 반이다.
Episode 5. 좋은 것 사이에서 더 좋은 것 골라내기
Episode 6. 편집 디자인의 세계.
Episode 7. ISBN 발급받기
✓ Episode 8. 좋은 인쇄소는 정말 없는 건가요?
Episode 9. 신비한 인쇄의 세계
Ep 10. knock knock knock, 제 책을 받아주세요.
Epilogue. 당신 곁에 머무를 파리, < from Paris > 사진집
Epilogue 2.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하길 잘한 것 같아
지류, 색도, 제본, 인쇄 방식 정하기
책이 인쇄되어 나의 품으로 오기까지의 과정은 '인쇄소 선정 - 견적 문의 - 인쇄 및 제본 - 배송'으로 정리할 수 있다. 그러나 첫 단추를 끼우기 전 먼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있는데 견적을 문의하기 위해서는 꼭 알아야 한다.
첫째, 지류와 평량, 제본 방식 정하기
둘째, 인쇄 방식은 무엇으로 할 것인가.
셋째, 몇 부의 책을 얼마의 예산으로 인쇄할 것인가.
지류와 평량은 인쇄할 종이와 종이의 무게(=종이 두께)를 말한다. 인쇄 경험이 없다면 지류에 대해 미리 공부해 두는 것이 좋다. 지류 종류는 포털사이트에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고, 지류 샘플을 구매하는 것도 가능하다. 서울이라면 을지로 쪽에 있는 지류사에 방문해서 비교해 볼 수 있겠지만 나는 지방이라 지류 샘플을 구매해서 비교 후 인쇄할 종이를 선정했다. 글 위주의 책이라면 광택이 없고 표면이 매끄러운 비도공지를 사용하는 반면 이미지 위주의 인쇄물은 도공지나 러프그로스지를 많이 사용한다. 지류만큼이나 고민했던 것이 평량이었는데 페이지를 넘기기 위해 손으로 잡았을 때 종이가 탄탄하고 도톰하게 느껴지길 원했다. 종이가 얇아 나풀거리면 볼품없는 사진집이 될 것 같았다. 본인이 원하는 두께를 찾으려면 직접 종이를 만져보고 결정하는 것이 좋다.
제본은 인쇄한 종이를 책의 형태로 접착하는 과정이다. 크게 무선제본과 사철 제본으로 나뉜다. (중철, 트윈링, 코일링 등 제본 방식은 다양하지만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이 무선 혹은 사철이다.) 무선 제본은 접착제로 고정하는 방식, 사철 제본은 실로 꿰매어 제본하는 방식으로 양장(하드커버)을 만들 때 사용하는 방식으로 세월이 지나도 틑어짐 없이 책을 깨끗하게 보관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면 양장 실제본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종이 종류와 제본 방식이 다양하듯 인쇄방식도 한 가지만 존재하지 않는다. 인쇄 초보라면 옵셋 인쇄와 디지털 인쇄만 구분할 줄 알면 된다. ①옵셋 인쇄는 책 판형에 맞는 판을 제작 후, 판 위에 잉크를 묻혀 종이를 판 위에 찍어 내는 방식이다. 옵셋 인쇄의 핵심인 판을 만드는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제작 부수가 적으면 인쇄 비용이 비싸지고, 부수가 많을수록 저렴해진다. ②디지털 인쇄는 잉크를 종이에 바로 분사하여 인쇄하는 방식으로 집이나 사무실에서 프린트기로 인쇄하는 것도 디지털 인쇄 방식이다. 디지털 인쇄는 필요한 만큼만 인쇄할 수 있어 적은 부수도 만들 수 있지만 인쇄 단가 자체가 높은 편이다. 인쇄 기술이 발달하면서 옵셋 인쇄와 디지털 인쇄의 품질은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사진집의 경우 옵셋보다는 디지털 인쇄가 채도가 높게 나온다는 이유로 디지털 인쇄 방식을 많이 추천해 주셨다.
1인 출판이나 독립출판으로 인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단가. 정해진 예산에 맞춰 인쇄를 마쳐야 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인쇄는 부수가 많을수록 더 비싸지기 때문에 200부 이상 제작하는 경우는 옵셋 인쇄가 비용 측면에서 조금 더 저렴했다. 반대로 옵셋 인쇄는 판을 제작하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100부 미만으로 진행하면 디지털보다 견적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다. 옵셋 인쇄는 소량 제작의 경우 견적 문의 단계에서부터 거절하는 곳도 있기 때문에 본인의 제작 부수를 고려하여 인쇄 방식을 선정하는 것이 좋다.
인쇄소에 견적 문의하기
지류, 평량, 제본, 인쇄 방식 등을 정했다면 인쇄소를 골라 견적을 문의할 차례. 사회생활에서 능력만큼 중요한 것은 동료나 거래처와의 신뢰다. 신뢰는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에서 시작되는 법. 인쇄소에 견적을 문의할 때도 마찬가지다. 인쇄소에서 꼭 필요로 하는 정보를 기재해야 서로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고, 소통의 오류로 발생하는 문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고로, 아래의 정보들은 정확하게 전달해서 견적을 받아야 한다.
도서명 (책의 제목)
판형 (책의 사이즈)
제작부수 (총 몇 부 인쇄할 것인지)
페이지수 (페이지수는 짝수, 양장 실제본의 경우 8배 수로 맞추는 것이 좋다)
제본 방식 (무선제본을 할 것인지 실제본을 할 것인지 등)
색도 (흑백 2도 인쇄인지, 단면 4도 인쇄인지, 양면 8도 인쇄 인지 등을 표지와 내지를 구분하여 기재)
종이 (지류의 종류와 평량을 표지와 내지를 구분하여 기재)
후가공 (책 표지에 박/형압 등을 넣고 싶은 경우, 지류에 코팅을 입히는 경우 등 기본으로 제공되는 것 외에 추가로 가공해야 할 사항이 있을 경우 기재)
인쇄 (옵셋 인쇄와 디지털 인쇄 중 선택)
기타 (정확히 확인하고 싶은 문의사항이나 요청사항을 기재하면 된다. 나는 가격 비교 후 인쇄 방식을 결정하고 싶어 디지털 인쇄와 옵셋 인쇄 견적을 모두 받아보고 싶다고 적었다.)
사실 완벽한 견적 요청서를 만들기까지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겪었다. 특히 제본 및 인쇄 방식을 정하는 과정에서 인쇄소 입장에서는 답답하다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처음 책을 만드는 사람의 걱정과 두려움을 헤아려 주는 감사한 분들을 만난 덕분에 많은 것을 배웠다. 사진집을 인쇄하는 경우라면 채도가 높은 디지털 인쇄가 좋다는 것도, 옵셋 인쇄로 사진집을 인쇄하게 되는 경우 들어가야 할 후가공에는 어떤 것이 좋은지, 양장 실제본은 페이지수를 8배 수로 맞춰야 한다는 것 등은 모두 인쇄소에 견적을 문의하는 과정에서 배운 것들이었다.
좋은 인쇄소는 정말 없는 건가요?
책을 만들며 가장 공들인 영역 중 하나가 인쇄소 선정이었다. 인디자인 작업이 80% 이상 완성되었을 때부터 인쇄소 물색에 들어갔다. 책 만들기 특강에서 얻은 정보, 포털사이트 검색, 출판 커뮤니티 등을 활용하면 인쇄소는 쉽게 찾을 수 있다. 문제는 '좋은 인쇄소'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 그래서 나는 좋은 인쇄소를 만났을까? 결과물만 놓고 보자면 그렇다. 머릿속으로 그렸던 이미지의 책을 원하는 부수만큼 정해진 예산 안에 인쇄했으니까.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좋은 인쇄소를 만났다기보다 좋은 인쇄소 직원을 만났기 때문에 책이 잘 나왔다는 생각도 든다.
인쇄소를 찾으면서 출판 커뮤니티에서 각종 인쇄 경험담을 접했다. 성공적으로 인쇄를 마친 후기도 있었지만 생각만으로도 아찔해지는 인쇄 사고를 겪은 후기도 많았다. 더 아찔한 건 인쇄 사고로 발생한 금전적인 문제를 두고 인쇄소와 벌어지는 마찰이었다. 그래서 인쇄소 선정에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었다. 출판 부수가 많지 않은 1인 출판이라는 이유로 문전박대 당할까봐 두렵기도 했다. 그러나 연락할 인쇄소 리스트를 만들고 견적을 문의하면서 괜한 걱정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견적 요청서에서 부족한 부분이나 헷갈리는 부분을 전화로 친절하게 알려주는 곳도 있었고, 제작 부수가 적어 인쇄를 거절할 경우 소량 인쇄가 가능한 다른 인쇄소와 담당자를 소개해 주시도 했다. (양지가 있으면 음지도 있는 법이라고 아예 답을 주지 않는 곳도 있었지만.)
총 8곳에 견적을 문의하고 답변을 받는 과정에서 '좋은 인쇄소'에 대한 나만의 기준이 생겼다. 같은 상황도 사람마다 받아들이고 기억하는 건 조금씩 다르다. 누군가에게는 별 5개 후기를 남길 만큼 좋아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별 1개도 아깝다고 여겨질 수 있다. 그렇다면 무작정 별 5개 후기를 남길 수 있는 인쇄소를 찾기보다 함께 별 5개의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 나와 잘 맞는 인쇄소를 찾는 것이 더 중요했다. 나는 인쇄소에 견적을 문의하는 과정에서 원하는 결과물을 얻기 힘들 것 같은 인쇄소,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 과정이 아름답지 못할 것 같은 인쇄소를 걸러내는 방법을 택했다.
우선, 견적을 문의했을 때 문의 사항에 정확한 답변을 주지 않는 곳, 구두(전화통화)로 두리뭉실하게 가격을 알려주는 곳은 가차 없이 제외시켰다. 인쇄 비용이 가장 적게 나오는 인쇄소가 선택 1순위가 아니라, 문의 사항에 정확한 답변을 주는 곳, 질문을 귀찮아하지 않는 곳을 우선순위로 뒀다. 질문을 귀찮아하거나 문의 사항에 제대로 된 답변을 주지 않는 곳은 인쇄 사고가 생겼을 때도 사실을 감추거나 책임을 상대방에게 전가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인쇄하면서 사고가 생기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사고가 생겨도 서로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는 곳을 만나는 것이 서로에게도 그리고 나의 정신 건강에도 좋으니까.
1차적으로 거른 후 남은 인쇄소는 4곳. 여기서 다시 요청한 기한안에 견적서를 받지 못한 곳은 제외했다. 그중 1곳은 연락을 주고받았던 담당자 업무가 많아져 다른 분이 대신 견적서를 보냈다. 다른 사람이 대신 메일을 보내야 할 만큼 업무가 많다면 인쇄가 진행되는 동안 세심하게 체크해 주진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남은 인쇄소가 2곳이었고, 정해둔 예산에 맞춰 인쇄를 진행할 수 있는 곳을 최종적으로 선택했다. 나의 선택에 후회는 없냐고 묻는다며 없다고 답할 수 있다. 실제로 인쇄를 진행하면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원만하게 해결했고, 담당자분이 인쇄 과정을 세심하게 살펴 준 덕분에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얻었으니까.
* 해당 시리즈와 글의 목적은 개인출판 과정의 기록이 우선으로 인쇄소 선정과정에서 어떤 기준을 두고 선정했는지를 기록하기 위함 입니다. 처음 책을 출판하는 분들에게는 어디까지나 참고가 되길 바라고 오픈한 글이지 막무가내로 인쇄소 정보 달라고 메일테러 받으려 작성한 글이 아닙니다. 앞뒤없이 무례하게 구는 이들에게 굳이 친절을 베풀 필요가 있을까 싶네요. 앞으로도 해당 사항에 대해 답장 보낼 일은 없을 겁니다.
전지적 관찰자 시점, 가끔인 1인칭 주인공 시점의 독립출판 이야기.
시선기록장 @bonheur_archive
파리 사진집 <from Paris> 저자
영화 뉴스레터 ciné-arch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