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집 제작기 <출판은 처음이라> Ep. 9 인쇄 감리 보기
1인 출판 도전기 아홉 번째는 '인쇄'에 대한 두 번째 이야기. 인쇄소를 찾고, 견적을 받고, 인쇄 후 책이 도착하기까지의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책의 만듬세를 결정짓는 중요한 부분은 인쇄라고 생각하기 더 신경을 많이 쓰려는 나의 까탈스러움 때문이기도 했지만...
Episode 1. 모든 일에는 연습이 필요하다.
Episode 2. 인생도 출판도 선택의 연속.
Episode 3. 1인 출판을 위한 첫걸음
Episode 4. 시작이 반이다.
Episode 5. 좋은 것 사이에서 더 좋은 것 골라내기.
Episode 6. 편집 디자인의 세계.
Episode 7. ISBN 발급받기
Episode 8. 좋은 인쇄소는 정말 없는 건가요?
✓ Episode 9. 좋은 인쇄소는 내가 하기 나름이다
Episode 10. knock knock, 제 책을 받아주세요.
Epilogue. 당신 곁에 머무를 파리, < from Paris > 사진집
Epilogue 2.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하길 잘한 것 같아
도대체 인쇄 감리는 어떻게 보는 거죠?
인쇄소에 최종 파일을 넘기고 나면 남은 일은 인쇄 당일 진행할 감리. 소량 인쇄는 감리 없이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지만 나는 내지가 모두 사진으로만 채워지는 사진집이라 아무리 소량 인쇄라도 감리는 꼭 보고 싶었다. 그래서 인쇄소 선정 시 감리가 가능해야 한다는 기준도 포함되었는데 견적을 문의했던 인쇄소 중 감리를 거절하는 곳은 한 곳도 없었으니 감리를 원한다면 견적 문의할 때 여쭤보면 된다. 커뮤니티에서는 감리비용을 따로 받는 곳도 있다는 글을 본 적이 있어 비용도 물어봤는데 모든 곳에서 감리비는 따로 받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
겁 없이 감리를 요청했으나 인쇄소에 가 본 적도 없는 내가 감리 보는 방법을 알리도 만무했다. 콘텐츠 제작 특강에서도 '인쇄소에 방문하여 인쇄가 잘 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 정도로만 배웠다. 인쇄소에 최종 파일을 전달한 것이 2월 초. 감리 일정은 설 연휴를 지낸 후 2월 중순으로 잡아주셨었는데, 파일을 넘긴 뒤로 매일 저녁 각종 웹사이트와 커뮤니티를 드나들며 인쇄 감리 보는 법을 (정말로) 미친 듯이 찾았다. 솔직히 말하면 가장 찾기 힘들고 어려웠던 것이 감리와 관련된 부분이었다. 대부분 '인쇄가 잘 되고 있는지 확인한다' 정도로 정리되어 있었는데 도대체 '어떻게 확인해야 하는가'는 나와있지 않았거든. 결국 완벽한 답을 찾기보다는 얻은 정보들을 추려 나만의 감리 기준을 세우는 쪽을 택했다.
첫째, 인쇄된 컬러 상태 확인하기. 인쇄소에 견적을 문의하기 전 가제본 사진집 1권을 샘플 인쇄했다. 책 크기와 선택한 종이의 질감, 평량 등을 확인하고 싶으면 샘플 인쇄로 정확히 체크해 보는 것이 좋다. 샘플 인쇄 시 표지 디자인만큼은 무조건 완성본으로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샘플로 제작한 책을 본 인쇄 시 색감 비교할 때 사용하기 위함이다. 나는 표지 색상, 내지에 들어가는 사진의 채도를 중점적으로 점검했는데 본 인쇄는 옵셋 인쇄였지만 샘플은 디지털 인쇄라 색 맞추는 것이 쉽지 않았다. 기장님 말씀에 따르면 옵셋 인쇄하면서 디지털 인쇄한 샘플로 비교하면 절대 똑같은 색이 나오지 않는다고... (지금 생각하면 내가 얼마나 어이 없어보였을까 껄껄...) 이럴 경우 원하는 채도를 찾아 해당 기준에 맞춰 진행해 달라고 기장님께 요청하는 것이 좋다.
둘째, 종이 상태 확인하기. 내가 선택한 종이와 평량으로 인쇄가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하면 좋다. 종이 확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페이지 순서 점검하기. 옵셋 인쇄는 집에서 인쇄하는 것처럼 페이지 순서대로 인쇄되어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완성된 책을 받았는데 페이지 순서가 뒤죽박죽 되어 있을 수도 있다. 사실 종이 상태 및 페이지 순서 점검은 정신이 없어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는데 큰 문제는 없었다. 그러나 페이지 순서대로 인쇄되지 않는다는 것을 잠시 간과했던 탓에 색 조절에 실패해 중간에 2대 인쇄를 재진행했다.
마지막은 시간 엄수 및 인쇄 기장님들에 대한 신뢰. 시간 약속은 기본 중의 기본으로 감리 시간에 맞춰 인쇄소에 도착해야 한다. 나는 부산에서 파주까지 가야 했는데 오후 1시 감리 시간을 맞추기 위해 새벽 5시에 일어나는 기염을 토했다. (수능 이후로 처음이었던 것 같다...) 출근용 알람도 10개나 맞춰두고 자는 아침잠 많은 사람인데 감리 본다고 긴장해서 알람 소리 한방에 벌떡 일어나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 새벽 공기 마시며 기차 타는 기분은 상쾌하고 설렜는데 과하게 서두른 탓에 1시간이나 일찍 도착해 담당자분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다지만 늦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하필이면 점심시간이라 밥도 못 먹고 뛰어오셨을까 봐 죄송했던 순간. 어쨌든, 감리 시간 엄수는 잊지 말 것! 더불어 인쇄 기장님들에 대한 신뢰를 언급하는 글도 많이 봐서 적어두었다. 오랜 시간 인쇄를 해오신 분들이기 때문에 우리보다 경험도 지식도 훨씬 풍부하니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는 믿음을 갖고 의문점이 있으면 정중하게 여쭤보는 태도 역시 잊지 말아야 한다는 당부를 결코 잊지 않으려고 엄청 노력했다.
인쇄가 끝난고 난 뒤
내가 인쇄를 맡긴 곳은 파주에 있는 예인 미술. 출판 커뮤니티에 소개되어 있는 걸 보고 문의 후 인쇄를 진행했고 만족스러웠다. 물론 담당자분이 잘 챙겨주셨기에 원하는 이미지대로 책이 나왔다고 생각하는 중이지만. (파일 넘길 때부터 표지며 내지 배치 등 꼼꼼하게 확인해 주셨고, 인쇄 중간에 문제 생겼을 때, 인쇄 일정이 늦어지게 되었을 때도 별다른 마찰 없이 깔끔하게 해결했다.) 솔직히 감리 끝내고 나올 때는 해탈의 상태였다…. ‘나는 최선을 다했고 모든 것은 나의 손을 떠났으니 운에 맡기자'는 생각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일정대로라면 2월 말에 받아야 했는데 중간에 문제가 생겨 2대 인쇄를 재진행하면서 3월 첫 주에 책을 받았다.
대형 출판사의 경우 인쇄소에서 배본사로 책을 보내지만 나는 집으로 받았다. 용달을 부를 것인가 택배로 받을 것인가 고민했는데 비용 차이도 크고 용달까지 부를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하셔서 택배를 선택했고 무사히 도착했다. 책이 도착하고 나면 주문한 부수대로 도착했는지, 제본 및 인쇄 상태에 문제는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 힘들지만 택배 상자를 모두 뜯어 한 권씩 살펴봤는데 소량 인쇄였기에 가능한 부분.
책은 제본이 잘 됐는지, 내지 인쇄 시 뒷묻음이나 색 번짐은 없는지, 표지 찍힘 및 인쇄 불량은 없는지 등을 확인해 판매할 수 없는 책을 걸러내야 한다. 인쇄/제본/배송 과정에서 파본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보통 주문한 부수에서 ±10부 내외로 더 보내준다. 파본 도서를 걸러내고 난 후, 판매할 수 있는 책이 주문한 부수보다 모자라다면 인쇄소에 해당사항은 이야기하고 넘어가는 것이 좋다. 나는 추가로 9부를 받았지만 판매가 불가능할 정도로 문제가 있는 책은 11권이 나왔다. 책을 다시 받기에는 난감한 숫자라 다시 보내달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문제가 있던 부분은 짚고 넘어가기 위해 사진을 첨부하여 따로 메일을 보냈다. 파본도서는 보관하고 있다가 독립서점에 보낼 샘플 도서용으로 사용했다. (독립서점에 따라 샘플 도서는 흠집있는 걸 보내도 괜찮다고 미리 알려주는 곳이 있지만 아닌 경우 사전에 양해를 구하면 된다.)
전지적 관찰자 시점, 가끔인 1인칭 주인공 시점의 독립출판 이야기.
시선기록장 @bonheur_archive
파리 사진집 <from Paris>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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