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만나는 자코메티의 세계

파리 미술관 산책 ep.7

by 마리

피카소가 질투한 조각가이자 조각의 거장이라 불리는 알베르토 자코메티. 2018년 봄, 파리에 자코메티 재단이 문을 열면서 알게 된 조각가다. 궁금함에 그와 관련된 정보를 찾다 보니, 한국에서도 한가람 미술관에서 전시가 열린 적이 있고, 그의 생을 다룬 영화 '파이널 포트레이트'도 개봉을 했었다고 한다. 파리 14구에 자리한 자코메티 재단(Institutti Giacometti)에서 만난 (인체의 아름다움과 균형이 돋보이는 이전의 조각상들과는 달리) 철사처럼 가늘고 긴 독특한 형태의 자코메티 조각은 아직도 나에겐 신선한 충격이자 강한 인상으로 뇌리에 남아 있다.


휴관일인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연다. 단, 매주 화요일은 오후 2시부터 개관이다. 다른 미술관이나 아틀리에, 재단과는 달리 티켓을 온라인으로만 판매하고 있다. 때문에 현장에서는 표를 구입할 수 없었다. 난 이것도 모르고 무작정 찾아갔었는데, 친절한 가디언의 도움을 받아 스마트폰으로 현장에서 표를 구입하고 입장할 수 있었다.

파리 14구 현대미술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자코메티 재단(Giacometti Institute)은 크지 않은 규모의 건물 내부에 그의 작품과 스케치, 조각, 그리고 작업실을 재연해 두었다. 사실 방문하기 전까지는 자코메티가 누군지 모르는 상태에서 가게 되었는데, 오히려 전시 관람 후에 더 관심을 갖고 찾아보게 된 케이스다. 덕분에 재단 방문 후에야 그의 생을 다룬 영화 '파이널 포트레이트'도 보게 되었다지. 재단 입구에는 그의 8평짜리 작업실을 재현 해 두었는데, 개인전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조각가로서 부와 명성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코메티는 죽을 때까지 좁은 작업실에서 머물렀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현대미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화가이자 조각가는 피카소가 아닐까? 나조차도 그렇다. 그러나 그런 피카소가 질투했던 조각가이자 독특한 인체 형상을 구현한 조각가가 바로 알베르토 자코메티. 그의 재단에서는 자코메티의 작품은 물론 스케치도 함께 둘러볼 수 있었는데, 그의 조각만큼이나 스케치 역시내가 이해하기엔 너무 난해하고 독특했다.

파리의 몇몇 뮤제들 중에는 소장하고 있는 작품의 가치만큼이나 뮤제 자체도 독특하고 예쁜 곳들이 있는데 자코메티 재단 역시 마찬가지였다. 건물의 구조도 독특했지만 무엇보다 자코메티의 작품과 뮤제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작품처럼 서로서로 조화를 이룬다. 덕분에 구석구석 재단 내부를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시간 가는 줄 몰랐다.

20세기가 시작되는 1901년에 태어난 자코메티는 세계 1차 대전과 2차 대전을 모두 목격하면서 인간에 대한 고찰과 고뇌를 통한 인간 내면의 아픔을 자신의 작품 속에 그대로 담아냈는데, 그 결과가 바로 철사처럼 가늘고 긴 형태의 조각상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매끈하고 완벽한 비율을 자랑하는, 이전의 인체 조각상과 달리 대부분의 것들은 모두 걷어내고 앙상한 형태의 조각상을 만듦으로써 전쟁의 폐허와 인간 내면의 아픔을 담아냈다고 평가받는다. 그의 작품 '걸어가는 사람' 청동상은 2010년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1200억 원에 낙찰되면서 이전까지 최고 경매가를 기록했던 피카소의 '파이프를 든 소년'을 누르고 세계 경매 신기록을 세웠다고 하니 왜 피카소가 질투한 조각가라고 했는지 알 것도 같다.

재단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공간은 메인 홀. 그의 작품 뒤편으로 책들이 빼곡히 꽂힌 책장이 있었는데, 실제로 방대한 독서량을 자랑했던 자코메티의 모습을 암시적으로 보여주려는 의도였을까? 아니면 그냥 시각적으로 보기 좋으라고 해둔 것이었을까?


재단 안에서는 그의 대표작뿐만 아니라 자코메티의 작업 영상이나 인터뷰 영상, 그리고 자코메티의 드로잉과 스케치도 함께 볼 수 있다. 피카소가 질투한 유일한 천재 조각가이자 인간에 대한 고뇌와 내면을 작품에 담아내고자 했던 조각가 자코메티의 생과 작품세계가 궁금하다면 방문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 나만의 감성도 좋지만, 그의 세계를 좀 더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면, 자코메티의 생을 다룬 영화 '파이널 포트레이트'를 보고 가면 더 좋고.




전지적 관찰자 시점, 가끔은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여행 이야기.

시선기록장 @bonheur_archive

파리 사진집 <from Paris>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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