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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Sep 08. 2022

브래드 피트 리즈시절
흐르는 강물처럼 & 조블랙의 사랑

씨네아카이브 1. 사랑의 형태 (배우특집 ep.1)

나에게는 나만의 영화배우 계보가 존재한다. 한 배우에 빠지면 필모 도장깨기를 하며 틈틈이 출연작을 챙겨보는데 영화는 영화를 부르고, 배우는 배우를 부른다고 했던가. 좋아하는 배우의 영화에서 또 다른 좋아하는 배우를 만나게 되는 거다. (좋아하는 배우가 바뀌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배우가 하나씩 쌓여간다...) 그 시작점에 있는 배우가 브래드 피트다. 20세기부터 지금까지 활동 중이라 필모그래피도 화려한데 가장 좋아하는 출연작은 대부분 90년대 작품이다. 그리고 그 시절 브래드 피트의 미모는... 멸망 직전의 우주도 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은혜로운 그의 미모 뿐만 아니라 몇 번을 돌려봐도 좋은 그의 대표작 중 2편, <흐르는 강물처럼>과 <조 블랙의 사랑>을 소개한다.


"씨네아카이브 1. 사랑의 형태 (배우특집 ep.1 브래드 피트)" 전문 읽기



<흐르는 강물처럼>, 로버트 레드포드, 1993


photo © <흐르는 강물처럼> 스틸컷

<델마와 루이스>로 존재감을 나타낸 후 본격적으로 브래드 피트를 알리게 된 <흐르는 강물처럼>. 영화 자체는 흥행하지 못했지만, 흥행과는 별개로 평이 좋은 영화다. 배우이자 감독인 로버트 레드포드가 연출을 맡았는데 개인적으로 브래드 피트의 출연작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다. 노먼 맥클레인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 원작으로 강에서 하는 플라잉 낚시를 통해 1900년대 미국 몬타나 주의 광활한 자연, 가족 간의 이해와 사랑을 이야기한다. 브래드 피트는 노먼의 동생 폴 역을 맡았는데 엄격한 아버지의 가르침을 잘 따르며 순탄하게 살아가는 형과 달리 낚시 안에서도 자신만의 리듬을 만들어 나가는 반항적이고 도전적 기질을 가진 인물로 결국 자신의 그 기질 때문에 비극적인 결말을 맡게 된다.


<흐르는 강물처럼>은 브래드 피트의 낚시 장면과 더불어 이해하기 힘들었던 아들의 모습과 아들을 잃은 상실감까지 사랑으로 포용한 아버지의 마지막 말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은 영화였다. “우리는 일생에 한 번쯤은 사랑하는 사람이 불행에 처한 걸 기꺼이 돕겠다고 기도합니다. 그러나 필요할 때 사실 우리는 가장 가까운 사람을 거의 돕지 못합니다. 무엇을 도와야 할지도 모르고 있으며 때로는 그들이 원치 않는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우리는 이렇게 서로 이해 못 하는 사람과 산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그렇다 해도 우린 사랑할 수는 있습니다. 완전한 이해 없이도 우리는 완전하게 사랑할 수 있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가슴 깊이 묻어두었던 폴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을 은연중에 드러냈던 아버지의 연설 장면은 몇 번을 다시 봐도 깊은 울림을 준다.


나는 사랑이라는 감정에는 반드시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영화를 보고 내가 가진 사랑에 대한 믿음이 때로는 교만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애초에 누군가를 완전하게 이해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니까.




<조 블랙의 사랑>, 마틴 브레스트, 1998


photo © <조 블랙의 사랑> 스틸컷

<조 블랙의 사랑>은 거칠고 남성적인 면모가 많이 부각되는 브래드 피트의 다른 작품과 달리 소년미 마저 느껴지는 로맨틱한 브래드 피트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소중한 영화다. 저승사자와의 운명적 사랑이라는 판타지 로맨스에 보고만 있어도 은혜로운 리즈 시절의 브래드 피트 미모 때문에 여자들이 가장 좋아할 영화 중 하나가 아닐런지. (그중 하나임을 부정할 수 없다…)


사실 영화의 스토리는 별것 없다. 성공한 인생을 산 윌리엄 패리쉬(안소니 홉킨스 역)가 죽음을 앞두고, 인생의 마지막 역경을 이겨내고 딸에게는 진정한 사랑을 찾아준 후 떠난다는 뻔한 스토리. 그러나 이 뻔한 이야기를 그럴싸한 한 편의 영화로 만들어 주는 건 자신의 직업에 싫증 난 저승사자라는 설정과 저승사자 조 블랙을 연기한 브래드 피트(그의 빛나는 미모!) 덕분이다.


전체적인 스토리라인은 진부해 보이지만 <조 블랙의 사랑>은 B와 D 사이의 C가 아니라, B와 D 사이의 Love를 말하는 영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윌리엄은 아내가 자신을 처음 만난 날 입었던 옷차림과 분위기까지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할 만큼 아내를 깊이 사랑했고, 일찍 떠난 아내를 오래도록 그리워하는 인물이다. 그래서 딸도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서로가 아니면 죽고 못 살 만큼 절절하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를 바란다. 죽음 앞에서 늘 아쉬워하고 슬퍼하는 인간을 이해하지 못하는 저승사자 조 블랙에게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오는 소중함을 깨닫도록 도와주고, 조는 절대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았던 인간의 마음, 관계의 소중함과 사랑을 이해하게 된다.



전지적 관찰자 시점, 가끔인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영화 이야기.

시선기록장 @bonheur_archive

파리 사진집 <from Paris>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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