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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Jul 13. 2023

웨스 앤더슨 터치의 정점,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씨네아카이브 Issue 20. 우연히, 웨스 앤더슨 Part.2

아카데미 전후, 텐트폴 영화가 연달아 개봉하는 휴가철은 영화관을 자주 찾게 된다. 이번 개봉예정작들 중에서 가장 기대했던 작품이 두 편 있었는데 7월의 씨네아카이브는 이 두 감독 특집으로 이어나가기! 첫 주자는 국내에도 꽤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웨스 앤더슨 감독 특집이다.


"씨네아카이브 Issue 20. 우연히, 웨스 앤더슨" 전문 읽어보기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The Grand Budapest Hotel)>

(출처: 네이버 영화 스틸컷)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2014년 베를린 영화제 개막작이자 은곰상 수상작으로 웨스 앤더슨 감독의 필모그래피의 정점으로 꼽는 작품이기도 하다. 제87회 아카데미 시삭상에서 음악상, 미술상, 의상상, 분장상을, 제72회 골든 글로브에서는 작품상을 받는 등 평단의 호평과 함께 관객들의 열띤 성원을 받았다. 무엇보다 ‘웨스 앤더슨 터치’로 불리는 화면 연출 방식과 색감을 대중들에게 각인시킨 작품으로도 의의가 있을 것 같다. 캐스팅 역시 역대 필모 중 가장 화려한데 랄프 파인즈, 주 드로, 빌 머레이, 제이슨 슈워츠먼, 틸타 스윈튼, 에드워드 노튼, 에이드리언 브로디, 오언 윌슨, 레아 세이두, 시얼샤 로넌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영화의 주요 배경이자 중심이 되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실제 존재하는 호텔은 아니고 독일 동부 도시 ‘괴를리츠’에 있는 한 백화점. 제작진들이 장소를 찾았을 당시 운영이 중단된 상태라 백화점 안에 시대를 반영한 호텔 세트를 지어 주요 무대를 완벽하게 구현했다. 괴를리츠는 고딕 양식부터 바로크 양식, 아르누보 양식 등 특색 있는 건축물이 많아 주요 촬영지로 낙점되어, 대부분의 촬영도 인근 지역에서 이뤄졌다고 한다. 다만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전경은 미니어처인데 중간중간 부감숏으로 잡히는 장면의 대부분도 미니어처 기법을 사용한 것이라고. 영상미가 돋보이는 작품인 만큼 의상과 소품도 시선을 사로잡는데 이는 프라다 협찬으로 일부는 오직 영화를 위해 특별 제작되었다.

(출처: 네이버 영화 스틸컷)

1927년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어느 날, 세계 최고의 부호 마담 D.가 의문의 살해를 당하고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전설적인 지배인이자 그녀의 연인 구스타브. 구스타브는 누명을 벗기 위해 충실한 로비 보이 제로에게 도움을 청하고, 그 사이 구스타브에게 남겨진 마담 D.의 유산을 노리던 그녀의 아들 드미트리는 무자비한 킬러를 고용해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방문하는데... 과연 구스타브는 살인 사건의 진범을 찾아 누명을 벗을 수 있을까?


구스타브는 호텔과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른 인물로 호텔을 찾는 외로운 귀부인들의 위로자이기도 하다. 구스타브의 가르침을 받는 제로와 구스타브의 연인이자 대부호로 의문의 살인을 당한 마담 D.는 영화에서 가장 큰 연대를 이루는 관계로 그려지는데 마담 D.와 구스타브 그리고 제로의 관계를 통해 감독이 지향하는 ‘느슨한 연대’라는 가치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감독이 말하는 느슨한 연대가 가장 돋보이는 것이 세계 각지 컨시어지들의 연합인 ‘십자 열쇠 협회’이다. 이들의 연대 의식은 마담 D.의 유산만을 노리는 가족들과 대비되어 가족 밖의 세계에서는 선의와 희망적인 연대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여줌과 동시에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통해서는 사라져 가는 낭만의 시대를 그리고 있다.


가상의 동유럽 국가 ‘주브로브카 공화국’에 위치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193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유럽의 모습을 담고 있는데 인물들과 함께 진 주인공이나 다름없는 호텔도 세월의 흐름에 따라 외관과 내면의 변화를 겪는다. 영화의 중심 사건인 마담 D. 피살사건은 양차 세계대전 사이에 벌어지고, 전성기를 누렸던 호텔과 마을 그리고 주민들의 평화의 시대는 종결된다. 전 유럽을 뒤덮은 전쟁과 이념 대립 속에서 주인공 구스타브와 제로가 드미트리와 맞대결을 펼치는 과정을 통해 유럽의 어두운 과거가 펼쳐지고, 혼돈이 지나간 후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과 주브로브카 공화국은 과거의 영광을 뒤로한 채 빛바랜 모습으로 등장한다. 결국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사라져 가는 낭만의 시대를 상징함과 동시에 전쟁과 같은 억압에 맞서 구시대적 가치를 지키다 퇴장한 인물들에 관한 동화로 영화의 주된 배경이 되는 1930년대 낭만주의 시기에 대한 향수”를 담고 있다.


감독은 파리에 머물 때 고서점에서 오스트리아의 소설가 슈테판 츠바이크의 소설을 읽고 영감을 받아 영화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슈테판 츠바이크는 나치의 박해를 피해 브라질로 망명 후 아내와 자살로 생을 마감한 기구한 삶을 산 작가로 앤더슨 감독은 사멸해 가는 유럽의 낭만주의 정신을 대변하는 작가의 작품을 읽고, “내가 경험해 본 적은 없지만 예술가들이나 역사에 의해 구현된 것을 통해 상상하면서 향수를 느끼는 것을 영화로 표현”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곧 영화의 핵심이자 예술의 핵심이기도 하다. 실제로 영화 속에는 에곤 쉴레의 그림이 나오고 마담 D.는 클림트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등 다양한 문화적 코멘트를 통해 19세기 낭만적인 예술세계와 그에 대한 향수를 보여줍니다.


영화의 시점은 ①한 소녀가 작가의 무덤 앞에서 편지를 읽는 현재 → ②1985년 작가가 자신의 젊은 시절을 회상하며 이야기하는 시점 → ③작가의 젊은 시절인 1968년 → ④젊은 작가가 자신이 전해 들은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1932년으로 넘어가면서 겹겹이 이어지는 액자식 구성을 띤다. 이는 “이야기의 간접성을 강조하기 위한 구성으로 예술이란 관객들이 경험해 보지 못한 세계에 대한 향수를 전달하는 것으로 ‘예술가에 의해 창조된 세계로서의 예술의 본질’을 보여주는 구조”인 셈. 겹겹이 이어지는 액자식 구성이 자칫 따라가기 힘들 수 있지만, 시대에 맞춰 화면비가 바뀌기 때문에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화면비는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주요 사건이 벌어지는 1930년대는 1.37:1, 60년대는 시네마스코프 시대를 보여주는 2.35:1, 현재는 1.85:1의 화면비를 취함으로써 실제 그 시대에 쓰였던 화면비에 맞춰져 있다.


(영화를 재감상하기 전 기사와 평론을 많이 읽어봤는데 웨스 앤더슨의 작품들은 영화에 대한 해석이나 정보를 어느 정도 인지한 상태에서 감상해야 더 깊이 있게 즐길 수 있는 것 같다!)



이방인의 전지적 관찰자 시점. 그러나 가끔은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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