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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Jun 25. 2020

독립출판으로 사진집을 만들었다

< 프롬 파리 (From Paris) >, 파리 사진집 제작 스토리

Prologue.



올해는 꼭 1인 출판으로 기획부터 편집까지 온전히 내 힘으로 만든 나만의 책을 만들고 싶었다. 파리를 향한 나의 시선과 시간이 담긴, 세상에 하나뿐인 사진집. 나와의 약속이자 다짐이기도 했기에 피곤하고 힘들었지만 주말 동안 틈틈이 작업하면서 행복했다. 학교에서 그리고 개인적으로 배웠던 걸 미미하지만 꼭 실천하며 사는 삶을 살고 싶다고, 정말 힘들게 졸업이 확정된 순간 다짐했는데 비로소 그 첫걸음을 실현에 옮길 수 있어 좋았던 시간이었다.


작업하는 동안 헤밍웨이가 그랬던 것처럼 젊은 시절 한때를 파리에서 보낼 수 있는 행운이 내게도 따라주어 참 감사하단 생각이 많이 들었다. 지낼 때는 20년 넘게 몸에 밴, 한국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프랑스 사회와 문화에 적응하느라 불평도 참 많이 했다... 엄마는 그럴 때마다 내게 딱 한마디의 일침을 날렸다. “딸아, 옛말에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 그랬다.” (아마도 그렇게 불평질 해댈 거면 공부고 뭐고 때려치우고 그냥 돌아오라는 뜻이었겠지)


어제는 행정 때문에 이래서 짜증 났고, 오늘은 학교 시스템 때문에 저래서 짜증 났고를 어떻게든 줄여보려고 틈나는 대로 사진을 찍고 다니기 시작했다. 학교 밖에서의 시간은 ‘내 손 안의 매직!’ 성능 좋은 아이폰으로 파리 구석구석을 나만의 앵글에 담았다. 관광객이 되어본다, 여행자만 느낄 수 있는 낯선 도시의 설렘과 매력을 찾는다 생각하면서. 그러다 보면 아직 파리와 나의 톱니바퀴가 맞지 않아 보이지 않던, 여전히 사람들이 열광하고 사랑하는 ‘축제 같은 파리’가 보이지 않을까 싶어서. 톱니바퀴가 하나씩 맞아 들어갈 때마다 파리에 대한 애정이 한 톨씩 생겨났다. 게다가 신기하게도 사진을 배우지 않았는데 파리는 아무 데나 렌즈를 가져다 대도 그럴싸한 작품 같은 사진을 내게 남겨주었다.


미운 정이 진짜 무서운 거라고 파리는 참 요술 같고 요망(?)한 도시라 나를 홀리는 데 성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도시라는 걸 편집 작업하면서 다시 한번 깨달았으니까. 인쇄를 막 끝낸 책을 손에 넣고 나니 나의 기억 속에서 무형의 존재로 지나갔을 시간들을 유형의 것으로 만들어 보관할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 가장 크다.


"Le premier livre de photo que j’ai fait tout seul est finalement publié. J’étais vraiment heureuse au moment où je rédigais ce livre. Comme Hemingway a dit, je suis une personne chanceuse parce que j’avais de la chance d’avoir passé un moment de ma jeunesse à Paris. Donc, Paris ne me quittera jamais pour le reste de ma vie. Je t’aime beaucoup, Paris.”



파란만장한 1인 출판 사진집 제작기는 천천히 조금씩 연재될 예정입니다. 

instagram @bonheur_archive

blog.naver.com/meery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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