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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Jul 24. 2019

남프랑스 어디까지 가봤니?

남프랑스 엑스-막세유 여행포인트 ONE to SIX

프랑스의 여름 휴가지로 가장 먼저 떠올리는 도시는 대부분 남프랑스에 몰려있다. 영화제가 개최되는 칸, 아름다운 해변가의 니스, 그레이스 켈리가 생각나는 모나코 공국, 중세 성곽 도시 아비뇽, <태양은 가득히>를 떠오르게 하는 마르세유까지. 그중에서도 엑스-막세유(Aix-Marseillie) 대표 도시와 기차로 하루 만에 다녀올 수 있는 아담한 규모의 근교 도시들을 소개한다.


TIP! 남프랑스 하면 떠오르는 휴양도시들이 많은 만큼 무엇을 경험하고 싶은 가에 따라서 도시와 지역의 특성을 비교 후 여행지를 고르면 보다 알차게 자유 여행으로도 남프랑스를 즐길 수 있다. 근교 소도시들은 기차로 1시간 내외라 거점 도시를 정해두고 여행 루트를 구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 꺄시, 엑상 프로방스, 프리울 섬 등을 둘러보고 싶다면 마르세유를, 아를과 근교 프로방스 지방 라벤더 마을이나 농가를 보고 싶다면 아비뇽을 거점으로 삼고 일정을 짜는 것을 추천한다.


중세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한 성채도시 아비뇽(Avignon)


아비뇽은 지리적으로 스페인과 가깝기 때문인지 전형적인 프랑스 도시와는 미묘하게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구시가지를 둘러싼 성벽을 따라 곳곳에 숨겨진 이색적인 골목길, 해질 무렵 빌뇌브 데 자비뇽(Villeneuve-des-Avignong)에서 바라보는 아비뇽 구시가지의 노을, 길게 뻗어 있는 플라타너스 가로수길, 거리 화가들과 버스킹 공연으로 채워진 아비뇽 광장까지. 특별한 관광명소를 보지 않고 도시의 풍광과 분위기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photo © Bonheur Archive

아비뇽은 아비뇽 유수로도 잘 알려져 있다. 14세기 로마 교황청이 아비뇽으로 옮겨오면서 1309년부터 1377년까지 로마 교황이 아비뇽에서 머물렀는데 교황이 로마로 돌아간 후에도 아비뇽 구시가지 중심에 교황청은 그대로 남아있다. 현재는 세계 유산에 등재되어 유럽 최대의 고딕식 교황 궁전으로 불리며 해마다 60만 명 이상이 관람객이 방문하고 있다고 한다. 역사적 사건이나 건축양식에 관심이 많다면 내부도 관람해 볼 것을 추천하지만 이국적인 도시 분위기에만 집중하고 싶다면 교황청을 배경으로 광장 앞에서 기념사진을 남기는 것 정도로도 충분하다.

photo ©  Bonheur Archive

아비뇽 교황청만큼 유명한 것은 아비뇽 다리. 정식 명칭은 생 베네제교. 론(Rhon) 강 위에 지어져 스페인과 이탈리아를 오가는 순례자들과 상인들에게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홍수 때마다 다리가 부서져 17세기까지 보수와 재건축을 반복하다 현재는 끊어진 채로 남아 있다. 프랑스 동요 중 "아비뇽 다리 위에서(Sur le pont d'Avignon)"라는 노래가 있는데 바로 생 베네제 교에서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며 원을 지어 춤을 추는 것에서 유래된 곡이다. 입장료를 지불하면 아비뇽 다리 위에 직접 올라가 볼 수도 있고, 아비뇽 구시가지를 빙 둘러싼 성벽 위에 오르거나 페리를 타고 강 건너편으로 넘어가도 볼 수 있으니 구경 방식은 본인의 취향과 선택.

photo © Bonheur Archive

아비뇽은 문화와 축제의 도시이기도 하다. 해마다 7월이면 유명한 아비뇽 연극 연극제가 한 달 동안 열리는데 영국 에든버러 연극제와 함께 가장 유명한 연극제 중 하나로 꼽힌다. 연극을 비롯해 아니라 춤, 뮤지컬 등 다양한 공연예술이 아비뇽 전역에서 펼쳐진다고 한다. 유료 공연뿐만 아니라 무료 공연도 있으니 연극과 공연을 좋아한다면 연극제 기간에 맞춰 아비뇽을 방문해 보는 것도 좋다.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도시 아를(Arles)


아비뇽에서 기차로 20분 거리에 위치한 아를은 파르 근교 오베르 쉬르 우아즈와 더불어 반 고흐 마을로 알려져 있다. 고흐의 작품 중 <밤의 카페>, <해바라기>, <아를의 도개교>, <별이 빛나는 밤> 등 대중들에게도 많이 알려진 작품이 모두 아를에서 탄생했다.

photo © Bonheur Archive

고흐가 아를에 머문 기간은 15개월에 불과하지만 '화가마을'을 만들고 싶어 했을 정도로 아를을 사랑했다고 한다. (고흐는 아를에서 무려 300여 점의 작품을 그렸다.) 그래서인지 도시 자체가 고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반 고흐 카페를 시작으로 고흐가 머물렀던 병원과 그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재단까지 고흐와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아를은 꼭 가보고 싶은 도시 중 하나다.

photo © Bonheur Archive

2014년에는 15세기에 지어진 호텔을 개조하여 반 고흐 재단(Foundation Vicent Van Gogh)이 문을 열었다. 아를에서 탄생한 고흐의 작품들은 대부분 오르세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기 때문에 이곳에 상설 전시 중인 고흐의 작품은 복사품이다. 고흐에 의한, 고흐를 위한, 고흐의 재단으로 반 고흐의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빼놓지 말고 꼭 들려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작품도 작품이지만 재단 테라스에서 내려다보는 아를의 풍경과 재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아트워크 매장이 특히 볼거리가 많다.

photo © Bonheur Archive

고흐 마을로 알려져 지만 아를은 고대 로마 시대에 번성하기 시작한 도시로 현재까지  흔적이  보존된 곳이다. 때문에 아를을 방문하면 고흐의 흔적과 함께 원형 경기장과 원형 극장  고대 로마의 흔적도 만나볼 수 있다. 여기에 지중해 특유의 느긋하고 여유로운 분위기와 따뜻한 햇살을 뒤로하고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며 주인의 개성이 담긴 형형색색의 담벼락과 대문을 구경하며 걷다 보면 쉴 새 없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될지도 모른다. (이래서 고흐가 '화가 마을'을 만들고 싶어 했구나...)


정열의 항구도시 마르세이유 (Marseille)


photo © Bonheur Archive

엑스-막세유를 대표하는 항구도시 마르세유는 파리 다음으로 프랑스에서 오래된 도시다. 특히 365일 중 300일에 달하는 일조량은 따뜻한 햇볕을 찾아 세계 각지에서 여행객들을 불러들이는데 한 몫하고 있다. 오랜 역사가 이뤄낸 문화유적지로 가득 찬 마르세유와 주변 도시까지 둘러보려면 일주일도 부족하다. 역사적 유적지나 문화유산, 건축사적 가치가 높은 곳들을 찬찬히 살펴보고 싶다면 마르세유 도심을, 도시의 풍광과 자연경관을 즐기고 싶다면 구항구를 중심으로 근교 도시를 둘러볼 것을 추천한다.


TIP! 마르세유는 프랑스에서 가장 높은 무슬림과 이민자 비율을 가진 도시로 상대적으로 치안이 취약한 편에 속한다. 간혹 프랑스 사람들 중 자연경관과 풍광이 아름다워 여행 가고 싶지만 치안 때문에 걱정된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고... 나는 부모님을 모시고 3박 4일 동안 안전하게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지만, 다른 도시에 비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주의를 잘 살피며 다니긴 했다. 치안에 신경을 많이 쓰는 여행자라면 자료를 잘 참고하여 판단할 것.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이프(Ile d'If) 섬 그리고  프리울 섬(Ile de Frioul)


마르세유 근교에서 가장 쉽게 다녀올 수 있는 곳은 이프 섬과 프리울 섬. 마르세유 구시가지 항구에서 두 섬을 오고 가는 페리와 투어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표 구하기도 쉽다. 마르세유에서 이프 섬을 거쳐 프리울 섬에 들렀다 다시 마르세유로 돌아오는 코스가 가장 일반적이다. 원한다면 이프섬만 방문하는 표를 구매할 수도 있다.

photo © Bonheur Archive

이프 섬에 자리한 이프 성(Chateau d'If)은 외부 침입으로부터의 방어 기점 역할을 하기 위해 프랑수아 1세의 명령에 따라 건설되었는데, 성의 위치와 주변 해류로 외부로 나가기 어렵다는 점을 이용하여 정치범이나 종교범을 수용하는 감옥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알렉상드르 뒤마의 <몬테크리스토 백작> 배경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후 1890년부터 감옥으로 사용되지 않고 일반인에게 관광 목적으로 공개되었다.

photo © Bonheur Archive

성 내부는 실제 수감되었던 유명인사의 방이나, 소설의 배경이  알렉상드르 뒤마의 <몬테크리스토 백작> 관련된 것들로 채워져 있다. 솔직히 내부 관람보다는 성에서 내려다보는 주변 풍경이  인상적이었다... 이프 섬은 거리상으로 마르세유에서 3.5km에 불과해 이프 섬에서는 마르세유가, 마르세유에서는 이프 섬을 볼 수 있다.

photo © Bonheur Archive

이프 섬이 관광지 느낌이라면 프리울 섬은 휴양지에 가깝다. (2015년에 방송된 '내 친구의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프랑스 편에도 등장했던 곳이라고.) 꺌랑끄라는 독특한 지형을 끼고 있는 해수욕장에서 '휴양'을 즐기기 위해 찾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산세를 끼고 만들어진 독특한 지형 때문에 니스와 칸 같은 남프랑스 다른 지역의 해변이나 노르망디 지역의 해변과는 확연히 다른 풍경으로 같은 프랑스 안에서도 유독 이국적인 분위기가 많이 풍기는 곳이었다. 원한다면 베드를 빌려 해수욕을 즐길 수도 있고, 섬 내부에 숙박시설도 갖춰져 있기 때문에 일정이 길다면 마르세유에서 프리울로 건너와 휴가를 즐기다 다시 마르세유로 돌아가는 것도 좋다. 


세잔의 고향, 물의 도시 엑상프로방스(Aix-en-Provence)


마르세유에서 기차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엑상프로방스. 도시 곳곳에 분수가 많아 분수의 도시로도 불리고, 대학생 비율이 높아 대학생들의 도시로도 불리고, 세잔의 고향으로도 불리는 마르세유 근교도시 중에서 가장 많은 수식어를 가진 곳이 엑상프로방스가 아닐까.

photo © Bonheur Archive

아를에 고흐가 있다면 엑상프로방스에는 세잔이 있다. 세잔은 엑상프로방스에서 태어나 화가로 활동했는데 도시 곳곳에서 그와 관련된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관광센터에서는 주기적으로 세잔의 생가와 아틀리에를 방문하는 투어도 진행한다. 

photo © Bonheur Archive

엑상프로방스는 분수의 도시로도 불리는데 도시 곳곳에 분수가 많기 때문이다. 똑같은 형태가 거의 없고 다 다르게 생겨서 길을 걷다 하나씩 사진으로 남기는 재미가 있었다. 물이 귀했던 시기에 엑상프로방스 지역에는 다수의 샘이 흐르고 있어 물이 풍족했기 때문에 지금의 분수의 도시라는 명칭에 걸맞은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photo © Bonheur Archive

마르세유가 대도시 특유의 활력이 넘치는 느낌이라면, 엑상프로방스는 푸른 하늘, 금빛 건축물, 우거진 녹음 아래 느긋하게 삶을 즐기는 사람들의 여유가 느껴지는 곳이었다. 역에서 안내판을 따라 관광안내 센터를 찾아가면 지금껏  소도시 안내 센터  가장 현대적인 시설과 서비스(?) 경험할  있는데 관광안내 센터가 체계적면서도 활용도 높은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어 구체적인 계획 없이 즉흥적으로 방문해도 좋았다. 인상주의 미술을 좋아하는 나는 지도를 받아 세잔의 흔적을 따라 엑상프로방스 구시가지를  바퀴 둘러보았는데, 세잔의 아틀리에를 비롯해서 엑상프로방스 근교까지 두루 살펴보고 싶다면 다시 마르세유로 돌아가는 기차표 시간을 여유 있게 잡는 것을 추천한다.

photo © Bonheur Archive

엑상프로방스를 찾았다면 기념품으로 구입하기 좋은   가지가 있다. 하나는 라벤더의 고장답게 비누. 다른 하나는 엑상프로방스 특산품인 칼리송(Calissons). 으깬 아몬드를  재료로  디저트 류로 젤리보다 부드러운 식감에 아몬드가 베이스라 생각보다 많이 달지 않다.



남프랑스의 숨겨진 보석 꺄시(Cassis)


남프랑스 엑스-막세유 여행의 최종 목표이자 이유였던 꺄시(Cassis). 우연히 보게 된 깔랑크 사진 한 장 때문에 여름 휴가지는 무조건 엑스-막세유로 가야겠다고 정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프레데리크 메스트랄은 꺄시를 두고 "'파리를 보았으나 꺄시를 보지 못한 자는 아직 프랑스를 보지 못했다'라고 말해야 한다"라고 썼다고 한다. 도대체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지 의구심이 드는 이들이여 꺄시를 본다면 같은 말을 하게 될 지어다! 나는 감히 말하고 싶다. 죽기 전에 꼭 가야 할 여행지로 까시를 넣어야 한다고. 

photo © Bonheur Archive

마르세유에서 꺄시까지 차로 2시간 남짓 걸린다. 가장 좋은 방법은 렌트를 통해 가는 것이지만 마르세유에서 꺄시까지 운행하는 버스 노선도 따로 있다. 꺄시에 도착하면 눈앞에 펼쳐지는 이국적인 풍경에 한 번, 자연이 빚어낸 풍광 앞에서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시간 단위로 운행하는 깔랑크 투어 보트가 정박해 있는 항구 주변은 이탈리아 포지타노 아말피 해변이 생각나기도 한다. (물론 아말피는 여행프로에서만 봤지만...)

photo © Bonheur Archiv

헉 소리 나는 가격의 빌라부터, 깔랑크 곳곳에서 개인 요트를 띄워두고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고 파리의 부르주아들은 도빌로 휴가를 가면, 마르세유의 부르주아들은 꺄시로 휴가를 가는 걸까 잠시 생각했다. 마음으로는 이미 나도 개인 요트 띠우고 저들과 함께 유유자적 깔랑크를 옮겨 다니며 해수욕을 즐기고 싶었지만 때로는 현실을 받아일 이성(?)도 필요하다. 요트가 있어야만 접근이 가능한 빼어난 깔랑크는 투어 보트로 아쉬움을 대신하고 꺄시 항구 근처 작은 해변에서 해수욕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photo © Bonheur Archive

꺄시를 휴양도시로 만든 것은 깔랑크다. 바위로 둘러싸인 좁고 긴 만을 의미하는 코르시카어 '칼랑카'에서 유래된 말로, 프랑스 꺄시에서부터 마르세유까지 20km에 달하는 해안에 펼쳐져 있는데 지역마다 그 형새도 다르다고 한다. 가장 유명한 곳은 '포트 미우(Port Miou)'. 꺌랑크는 꺄시 항구에서 보트를 타고 적게는 3개, 많게는 5-7개의 깔랑크를 둘러보는 투어 보트를 이용하거나 개인 요트를 이용해서 둘러볼 수 있다. 산세와 어우러진 절경인 만큼 산을 타고 깔랑크를 즐길 수도 있는데 대부분이 돌산이기 때문에 등산으로 깔랑크를 즐기고 싶다면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 


TIP! 깔랑크에서 해수욕을 즐기고 싶다면 수영복, 타월, 간식거리 등을 미리 챙겨야 한다. 요트 없이는 깔랑크 사이사이에 형성된 해변에 접근하는 방법은 국립공원에 주차 후에 직접 산을 타고 내려오는 방법뿐이니, 등반을 위한 준비도 필요하다. 특히 깔랑크는 관리 시설이 없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기 때문에 제대로 갖춘 해수욕을 즐기고 싶다면 본인이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히 챙겨가는 것이 좋다. 돌아올 때 흔적 없는 깔끔한 뒤처리는 당연한 매너.



전지적 관찰자 시점, 가끔은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여행 이야기.

시선기록장 @bonheur_archive

파리 사진집 <from Paris> 저자

영화 뉴스레터 ciné-arch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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