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리 Jan 19. 2024

서로의 뿌리가 되어 주는 <유 캔 카운트 온 미>

씨네아카이브 33. 영화계의 등용문 선대스 영화제

오래된 역사와 규모를 자랑하는 유수의 영화제 사이에서도 확고한 가치관과 방향성으로 꾸준히 한 길을 걷고 있는 영화제가 있다. 영화계의 등용문으로 불리는 ‘선댄스 영화제’! 국내 개봉이 확정된 작품 중 홍보 포스터에 선댄스 영화제를 언급하는 걸 자주 볼 수 있는데 그만큼 국내 관객들에게도 선댄스 영화제가 많이 각인되었다는 반증이 아닐까. 마침 레터 발행일이 영화제 개막일과 맞물린 관계로 씨네아카이브 33번째는 선댄스 영화제 특집 당첨. 모처럼 예전에 봤던 영화가 아닌 새로운 영화를 봤더니 생각도 많아지고, 좋은 방향으로 자극도 얻고 생산적인 여가를 즐긴 것 같아서 내심 뿌듯하다.


"씨네아카이브 33. 영화계의 등용문 (선댄스 영화제 수상작 특집)" 전문 읽기


<유 캔 카운트 온 미 (You Can Count On Me)>, 케네스 로너건, 2000년 개봉


(출처: 영화 스틸컷)

<유 캔 카운트 온 미>는 취향도 삶의 방식도 극과 극인 남매가 얼마 동안 함께 지내면서 겪게 되는 가족 간의 갈등과 화합을 그린 영화다. 9호 레터에서 소개했던 <맨체스터 바이 더 씨>를 연출한 케네스 로너건의 감독 데뷔작이기도 하다. 캐네스 로너건은 브로드웨이에서 이름을 알린 극작가로 감독 데뷔 이전에는 몇몇 영화에 시나리오 작가로 참여한 이력이 있다고 한다. 영화는 로너건 감독이 가져온 시나리오에 반한 제작자들이 그 자리에서 판권을 계약하고 캐스팅부터 로테이션까지 참여해 완성되었다고 하는데 선댄스 영화제를 시작으로 베니스와 아카데미까지 유수의 영화제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영화의 중심인물은 누나 새미와 남동생 테리로 새미 역에는 <러브 액추얼리>로 익숙한 로라 리니가, 테리 역은 마크 러팔로가 맡았다. 마크 러팔로의 경우 <유 캔 카운트 온 미>를 통해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키게 됐다. (물론 국내에 얼굴을 알리게 된 작품은 <비긴 어게인>과 이후 마블 사단에서 나오게 될 작품이지만…) 그리고 새미의 아들이자 테리의 조카 루디는 로리 컬킨이 맡았는데 크리스마스만 되면 전 세계에서 찾아 헤매는 케빈을 연기한 맥컬리 컬킨의 남동생이다.


(출처: 영화 스틸컷)

아들 루디를 홀로 키우는 새미는 태어날 때부터 자라온 뉴욕 근처 스코츠빌에서 살고 있다. 평일에는 지역 은행에서 일하고 일요일에는 교회에서 활동하는 평범한 여성으로 작은 마을에서도 사회적 제약이나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평탄한 삶을 살아간다. 그녀에게는 어릴 적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부모님을 대신해 서로 의지하며 지내온 남동생 테리가 있지만 테리는 그녀와는 반대로 마을을 옮겨 다니며 방랑생활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테리가 불쑥 찾아오고 오랜만의 재회에 설레어하는 새미와 달리 테리는 돈을 빌리러 왔다고 말하며 모처럼 함께 지낼 거라 생각했던 새미의 기대를 무너트린다. 하지만 뜻밖의 사건으로 잠시 누나의 집에 머물게 된 테리는 내심 고향에 정착하기를 바라는 누나의 바람과 달리 조카 루디를 데리고 내기 당구를 치러 가거나, 술집에 가는 등 엉뚱한 행동을 일삼는다. 말썽만 일으키는 테리와 테리의 행동으로 인해 루디까지 상처를 받게 되자 새미는 결단을 내리게 된다.


새미와 테리 남매는 정반대 성향을 가지고 있다. 새미는 정착하는 삶을 테리는 길 위를 떠도는 방랑자적 삶을 지향하는데 영화는 두 사람의 대비되는 성향과 그로 인한 갈등을 부각하면서도 그 사이에서 피어나는 서로를 향한 애정과 이해를 보여준다. 영화는 외부와 접근성이 떨어진 소도시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심리도 묘사하고 있다. 동네 사람들이 서로를 오랫동안 알고 지낸 만큼 가족 같은 관계가 될 수도 있지만, 때로는 서로가 서로를 관찰할 수 있기에 감시 관계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누나 새미는 이러한 마을 환경에서 편안함을 느낀다면 동생 테리는 견디기 힘든 구속을 느낀다.


마리’s CLIP
“내가 어딘가에서 또 바보 같은 짓을 해도 누나가 여기 있다는 걸 기억할게. 이제는 다 잘될 거야. 언젠가 또 누나 보러 올게.”


영화를 보는 동안 왜 제목이 ‘유 캔 카운트 온 미(You Can Count On Me)’일까 궁금했다. 서로의 삶의 방식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갈등 이면에 결코 바래지 않을 서로를 향한 믿음이 자리한 남매는 서로가 서로에게 기댈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테리는 영원히 어딘가에 정착하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어디에 있건 항상 자신을 기억하고 돌아가면 반겨줄 누나 새미라는 뿌리를 가졌고, 새미 역시 동생이 어디에 있든 고향으로 돌아오면 자신이 무한한 애정으로 맞아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두 사람은 함께하지 않아도 서로가 서로에게 기댈 수 있는 존재가 될 테니까.



전지적 관찰자 시점, 가끔인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영화 이야기.

시선기록장 @bonheur_archive

파리 사진집 <from Paris> 저자

영화 뉴스레터 ciné-archive

매거진의 이전글 용기를 가지고 친절을 베푸세요 <원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