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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Mar 08. 2024

그 남자와 그 여자 음악 <원스>

씨네아카이브 36. 음악과 영화의 만남 (감독특집 ep.9)

음악영화를 떠올리면 국내에서 역주행 신드롬을 일으키며 많은 사랑을 받았던 <비긴 어게인>의 존 카니 감독 작품들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이외에도 '음악'을 주제로 하는 좋은 영화들은 무궁무진하게 많고 (실제로도 좋아하는 작품들이 꽤 되지만) 존 카니 감독의 작품은 음악이 주인공들의 삶과 직접적으로 결부되어 ‘Music is my life’를 몸소 보여주기에 더 기억에 남는 것 같다.  그래서 준비한 36번째 아카이빙은 존 카니 감독의 음악영화 특집!


'씨네아카이브 36. 음악과 영화의 만남 (감독특집 ep.9)' 전문 읽기



음악과 영화의 만남


‘음악영화의 새로운 스타일을 제시’했다고 평가받는 존 카니 감독은 아일랜드 출신으로 단편, 장편, 뮤직비디오, 드라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며 자국에서는 이미 스타 감독으로서의 입지를 다진 후 <비긴 어게인>을 통해 할리우드에 입성해 지금까지 ‘음악’을 매개로 영화를 만들어 오고 있다. <원스>를 시작으로 <비긴 어게인>, <싱 스트리트>, <플로라 앤 썬>까지 총 4편의 장편 영화를 연출했는데 4편 모두 음악영화일 만큼 감독이 갖는 음악에 대한 애정 역시 남다르다. 실제로 아일랜드에서는 밴드에서 베이시스트로 활동한 적도 있다고 한다. 


존 카니 감독의 작품에서 음악은 주인공의 삶의 이유이자 전부로 그려진다. 거리에서 삶을 노래하는 청춘(원스), 실연당한 싱어송라이터와 퇴물 프로듀서(비긴 어게인), 빈곤한 가정의 아이들(싱 스트리트), 싱글맘과 아들(플로라 앤 썬)까지. 주인공 모두가 음악을 통해 각자 처해있는 상황을 극복하고 삶의 역경을 이겨내는 서사구조를 띄고 있다. 그러나 음악만 도드라지는 것이 아닌 스토리와 음악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작품성과 음악성은 물론 영화의 흥행으로 대중성까지 사로잡으며 ‘새로운 음악영화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보통 음악영화는 “음악과 관련한 삶을 그리며 영화의 여러 요소 중에서도 ‘음악’에 집중하여 기존의 영화들이 보여주는 것보다 더 확장된 감각적 경험을 제공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게는 음악만 기억에 남거나 음악보다 스토리가 더 기억에 남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 존 카니 감독의 영화는 음악을 들으면 주인공의 서사와 영화를 보며 공감하고 느꼈던 감정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는 점이 개인적으로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



<원스 (Once)>, 존 카니, 2006년 개봉
(출처: 영화 스틸컷)


<원스>는 존 카니 감독의 이름을 세계적으로 알리게 된 작품으로 사랑의 상처와 삶의 고단함에 지친 남녀가 더블린의 길 위에서 음악으로 교감하며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그렸다. 선댄스 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제80회 아카데미에서는 주제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는데 작품의 흥행과 더불어 OST는 그래미 어워드 후보에 오르는 등 영화와 음악 모두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놀라운 것은 아일랜드 영화위원회로부터 지원받은 15만 달러로 제작해 100만 달러에 제작사에 판매, 대략 1000만 달러에 달하는 수입을 올렸다는 것! 개봉 당시 2개 관에서만 상영되었는데 오로지 관객들의 입소문으로 상영관이 늘어 개봉 80일 차에는 140여 개 관에서 상영되며 ‘슬리퍼 히트(Sleeper Hit, 흥행에 별 기대가 없었던 영화나 연극이 크게 흥행한 경우를 이르는 용어)’ 대열에 오르며 저예산 독립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다.


영화의 사운드트랙은 주인공을 맡은 글렌 핸사드와 마르게타 이글로바가 모두 직접 작곡하여 불렀는데 글렌 핸사드의 경우 더 프레임즈(The Frames)라는 아일랜드 그룹을 이끌고 있는 가수이기도 하다. (존 카니 감독이 베이시스트로 활동했던 그룹이 바로 더 프레임즈!) 마르게타 이글로바 역시 극 중 인물과 같은 체코 출신의 뮤지션이다. 존 카니 감독은 “때로는 ‘음악’이 ‘말’보다 더 큰 감동을 전할 수 있다”는 확신으로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고 밝혔는데 주인공을 연기한 글렌과 마르게타가 연기를 해본 적이 없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음악이 전하는 감동’은 <원스>의 흥행으로 이미 증명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의 제목인 ‘Once’는 주인공의 상황을 보여주는 의미이기도 한데 “음반을 만들기만 한다면 (Once I make a record) 행복해질 텐데”, “여자친구를 되찾기만 한다면 (Once I got her back) 삶이 더 나아질 텐데”와 같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제목의 공식적인 유래는 감독이 처음 시나리오를 쓸 때 ‘남자와 여자가 단 한번(Once)의 키스를 나눈다’는 점에서 착안했으나 나중에 해당 장면이 시나리오에서 빠지게 되었다고...

(출처: 영화 스틸컷)


이제 더 이상 사랑은 없을 거라고 믿었던 ‘그 남자’와 삶을 위해 꿈을 포기한 ‘그 여자’가 더블린의 밤거리에서 음악과 함께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다. 그리고 함께 음악을 만들며 서로의 상처받은 마음을 조금씩 치유해 나가는데... 모두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감미로운 하모니가 더블린의 길 위에서 관객들의 마음속으로 바람처럼 밀려온다.


<원스>는 시작부터 끝까지 꼭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인데 영화에 들어간 음악의 대부분이 실제 현장에서 녹음한 버전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라고 한다. (출연한 배우들도 낯설고 절제된 연출 방식 역시 영화보다는 다큐에 가까워 보인다.) 이 지점이 <원스>가 그동안의 음악영화와 차별화된 작품으로 평가받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보통은 이야기의 흐름에 맞춰 음악이 끼워 맞춰진 느낌이라면, <원스>는 오로지 음악을 통해 주인공의 상황과 마음을 보여주고 관객들 역시 음악으로 작품의 서사와 주인공들의 감정에 공감하게 된다.


마리’s CLIP: “Glen Hansard, Marketa Irglova – Falling Slowly”

음악 영화 특집인 만큼 이번에는 가장 좋았던 사운드트랙을 한 곡씩 골라봤다. <원스>는 역시 ‘Falling Slowly’! <원스>를 대표하는 곡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도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피아니스트가 꿈이었던 여주인공이 가끔씩 연습을 위해 찾아가던 악기점에서 두 남녀가 처음으로 음악을 통해 교감하게 된 곡이라 더 기억에 남는다. 화려한 무대 위가 아닌 수수한 곳에서 절제된 음악과 영상만으로도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고.



전지적 관찰자 시점, 가끔인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영화 이야기.

시선기록장 @bonheur_archive

파리 사진집 <from Paris>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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