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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Mar 11. 2024

음악으로 다시 한번 <비긴 어게인>

씨네아카이브 36. 음악과 영화의 만남 (감독특집ep.9)

음악영화를 떠올리면 국내에서 역주행 신드롬을 일으키며 많은 사랑을 받았던 <비긴 어게인>의 존 카니 감독 작품들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이외에도 '음악'을 주제로 하는 좋은 영화들은 무궁무진하게 많고 (실제로도 좋아하는 작품들이 꽤 되지만) 존 카니 감독의 작품은 음악이 주인공들의 삶과 직접적으로 결부되어 ‘Music is my life’를 몸소 보여주기에 더 기억에 남는 것 같다.  그래서 준비한 36번째 아카이빙은 존 카니 감독의 음악영화 특집!


'씨네아카이브 36. 음악과 영화의 만남 (감독특집 ep.9)' 전문 읽기



<비긴 어게인 (Begin Again)>, 존 카니, 2013년 개봉


(출처: 영화 스틸컷)

<비긴 어게인>은 한때 스타였으나 명성을 잃고 방황하는 프로듀서와 하루아침에 스타가 된 남자 친구를 잃은 싱어송라이터가 뉴욕에서 만나 영화의 제목처럼 음악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다시 시작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존 카니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이자 국내에서 가장 많은 흥행 스코어를 올린 작품이기도 한데 <원스>가 미국에서 관객들의 입소문 만으로 슬리퍼 히트 반열에 오른 것처럼 <비긴 어게인>은 국내에서 오로지 관객들의 입소문 만으로 300만을 넘겼다.


스토리와 음악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섬세한 연출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존 카니 감독은 <비긴 어게인>에서도 자신의 강점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뉴욕을 배경으로 영화 그리고 음악 안에 인생을 담아냈다. 뉴욕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만큼 센트럴파크,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차이나 타운 등 뉴욕 거리 곳곳을 비추며 관객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하는데 감독은 실제로 음악과 가장 잘 어울리는 장소를 찾기 위해 영화의 사운드트랙이 완성된 후 자전거를 타고 뉴욕의 거리 곳곳을 누비며 영화가 펼쳐질 장소를 찾아다녔다고 한다.


<비긴 어게인>이 국내에서 흥행할 수 있었던 데에는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배우들이 출연한 것도 크게 작용한 것 같다. 마크 러팔로가 방황하는 중년 프로듀서 댄을, 키이라 나이틀리가 남자친구의 음반계약을 따라 뉴욕에 오게 된 그레타 역을 맡아 새로운 매력을 선보였는데 여기에 마룬 5의 보컬 애덤 리바인이 그레타의 남자친구 역으로 합류하며 스타 라인업을 완성했다. 참고로 마크 러팔로의 경우 찐 뉴요커고 키라 나이틀리 역시 극 중 그레타와 같은 영국인으로 뉴요커와 이방인이 바라보는 뉴욕이 캐릭터에 그대로 묻어나 더욱 풍성한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출처: 영화 스틸컷)

싱어송라이터인 그레타는 남자친구 데이브가 메이저 음반회사와 계약을 하게 되면서 함께 뉴욕으로 오게 된다. 그러나 오랜 연인이자 음악적 파트너로서 함께 곡을 쓰고 노래하는 것이 좋았던 그레타와 달리 스타가 된 데이브의 마음은 변해버리고, 두 사람은 헤어진다. 한편 스타 프로듀서였지만 이제는 퇴물 취급을 받는 댄은 미치기 일보직전에 들린 바에서 그레타의 자작곡을 듣게 되고, 아직 녹슬지 않은 촉을 살려 그녀에게 음반제작을 제안한다. 고심 끝에 댄의 제안을 받아들인 그레타는 댄과 함께 밴드를 결성하여 뉴욕의 거리 곳곳을 스튜디오 삼아 진짜 부르고 싶었던 노래를 만들어 나간다.


<비긴 어게인>은 존 카니 감독의 작품 중 가장 신나는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춥고 쓸쓸해 보이던 더블린 거리와는 정반대의 청명한 뉴욕의 여름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인지 음악영화이자 동시에 뉴욕에 대한 찬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실연당한 싱어송라이터가 한물간 프로듀서와 의기투합해 음반을 만든다는 다소 진부한 스토리는 뉴욕이라는 배경과 음악을 만나 적절한 균형을 찾은 것처럼 보이는데 “그래서 주인공들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와 같은 꽉 닫힌 해피엔딩을 떠올리게 하는 <비긴 어게인>의 결말은 짙은 여운과 함께 영화가 끝난 이후의 이야기가 궁금해지던 <원스>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마리’s CLIP: “Keira Knightley – Tell Me If You Wanna Go Home (Rooftop Mix)”

개인적으로 존 카니의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이 많은 영화가 <비긴 어게인>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어떤 취향의 음악을 좋아하느냐의 차이...) 그래서 어떤 곡이 좋았는지 고르기도 쉽지 않았는데 선정 기준을 ‘가장 신나는 곡’으로 정하고 보니 “Tell Me If You Wanna Go Home’이 떠올랐다. 특히 루프탑 믹스 버전을 좋아하는데 신나는 음악과 주인공의 마음을 대변하는 가사에 멋진 배경까지. 이야기와 공간 그리고 음악이 어우러져 보는 관객들도 행복하게 만드는 장면이자 음악이었다.



전지적 관찰자 시점, 가끔인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영화 이야기.

시선기록장 @bonheur_archive

파리 사진집 <from Paris> 저자

영화 뉴스레터 ciné-arch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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