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최고의 영화 선정작 BEST 5

영화를 좋아한다면 한 번은 봐야 할 세기를 빛낸 영화들!

by 마리

2026년 두 번째 씨네아카이브는 지난 호에 이어 ‘세기를 빛낸 영화들’ 2편! 두 편 모두 BBC 선정 21세기 최고의 영화 중 상위권에 랭크된 작품들로 선정했는데 고르고 보니 발행인 역시 개봉 당시 시기를 놓쳐 보지 못했던 영화나 난해함(?)을 이유로 감상을 미뤄온 영화들이 많았다. 소개한 영화는 10편에 불과하지만 BBC 선정 21세기 최고의 영화 100선에 이름을 올린 작품들은 미국과 유럽을 넘어 아시아, 중동, 남미 등 다양한 지역을 포괄하며 상업성과 예술성을 아우른 작품이 많아 영화 감상의 폭을 넓히기에 좋은 만큼, 기회가 된다면 레터에 소개하지 못한 작품들 2026년 한 해 동안 찬찬히 감상해 보기를 추천한다.


씨네아카이브 80. "세기를 빛낸 영화들 2편" 전문 읽기


트리 오브 라이프 (The Tree Of Life), 테렌스 맬릭 감독, 2011년 개봉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트리 오브 라이프>는 어느 중년 남성의 유년 시절 기억을 통해 우주와 생명 기원의 의미를 탐구하는 실험적인 영화로 공개하는 작품마다 평단의 호평과 함께 독보적인 영상미를 보여주는 테렌스 맬릭 감독의 작품이다. 영화는 주인공의 현재와 과거 유년시절을 교차해서 보여주며 미국 텍사스의 한 가정의 삶을 통해 거대한 우주와 자연, 신앙과 종교에 대한 철학적인 관점을 독보적인 영상미로 표현하며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것은 물론 BBC 선정 21세기 최고의 영화 7위에 랭크되었다.


<트리 오브 라이프> 줄거리

중년의 건축가 잭은 매일 아침 19살 때 죽은 동생을 떠올리게 하는 꿈과 함께 눈을 뜨고 오랜만에 아버지와 통화를 한 잭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미국 텍사스, 잭의 아버지 오브라이언은 아내 그리고 세 아들과 함께 단란한 가정을 이룬다. 언제나 자애로운 사랑으로 아이들을 대하는 어머니와 달리 엄격하기만 한 아버지는 경외의 대상이지만 동시에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한데 특히 맏아들인 잭은 권위적인 아버지와 자꾸 부딪히며 두 사람 사이에는 조금씩 미움과 분노가 자리하기 시작한다.


사실 <트리 오브 라이프>는 <멀홀랜드 드라이브> 만큼 평단과 관객의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으로 이야기 전개 방식이 보편적인 서사 구조를 따르지 않는 데다 개인의 삶에서 자연, 우주 탄생, 신앙까지 방대한 양의 철학적 질문을 시각적 요소를 통해 탐구하고 있기 때문에 관객들에게는 난해한 영화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발행인 역시 같은 이유로 감상을 미뤄오다 이번 기회에 도전하게 되었는데 영화에 대한 정보를 숙지하고 감상했더니 생각만큼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참고로 영화는 감독의 자전적인 성향이 짙게 배어있는 작품으로 실제 감독의 두 동생 중 한 명은 갑작스러운 사고로, 한 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며 아버지와도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 개인적인 감상을 더하자면 영화는 감독이 겪은 ‘형제의 죽음과 아버지와의 불화’를 통해 본질적인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는 과정과 깨달음을 영상으로 담아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다.


하나 그리고 둘, 에드워드 양 감독, 2000년 개봉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하나 그리고 둘>은 한 가족으로 묶인 주인공들을 중심으로 각자 자신의 문제를 마주하며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1980년대 대만 뉴웨이브 영화를 이끈 에드워드 양 감독의 유작으로 칸 영화제 감독상을 비롯해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호평받으며 각국 영화평론지가 꼽는 세기의 영화 리스트에서 꾸준히 상위권에 랭크되는 등 평단과 관객들에게 고루 사랑받는 작품이기도 하다. BBC 선정 21세기 최고의 영화에는 8위에 랭크되었다.


<하나 그리고 둘> 줄거리

90년대 말 대만에서 살아가는 8살 꼬마 양양의 네 식구. 한창 궁금한 것이 많은 양양은 아빠 NJ에게 카메라를 선물 받는다. 할머니가 쓰러지게 된 사고가 자신의 탓인 것만 같아 힘들어하는 동시에 친구의 남자친구를 좋아하게 된 누나 팅팅. 가정과 일에 치여 삶에 무력감을 느끼는 엄마 민민. 가족의 위기와 사업의 위기를 동시에 겪는 와중에 30년 전 첫사랑을 다시 만나게 된 아빠 NJ까지. 보이는 것을 좇아 사진을 찍던 양양은 사람들이 미처 보지 못하는 반쪽자리 진실을 찾기 위해 사람들의 뒷모습을 촬영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주인공들의 삶의 스펙트럼을 따라가며 인생의 복잡 미묘한 문제의 밑바탕에는 결국 단순함이 자리하고 있음을 이야기하는데 감독은 “삶이라는 건 개개인의 시선과 순간을 통해 드러나는 것으로 이 영화는 탄생부터 죽음까지 서로 다른 나이를 살아가는 각각의 사람을 통해 삶을 바라보려는 시도”라고 밝히기도 했다. 무엇보다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하는 삶을 뒷면을 포착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영화 그리고 예술의 힘’이라는 것을 사람들의 뒷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며 남들이 미처 보지 못하는 것을 보여주고 알려주고 싶다는 8살 꼬마 양양의 고백을 통해 전한다. 무엇보다 영화는 인간은 평생 삶의 단편적인 부분만을 이해할 수 있고 그 너머를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영화의 역할임을 전하며, 삶의 이면을 이해하지 못해도 우리는 행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개인적으로 발행인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 역시 <하나 그리고 둘>이 전하는 메시지와 같은데 오래전부터 보고 싶었던 영화를 통해 발행인이 추구하는 삶의 방식에 공감을 얻는 것 같아 영화를 보는 동안에도 보고 난 후에도 정말 행복한 작품이었다.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 2011년 개봉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는 사소한 사고에서 시작된 사건의 진실을 가려내는 과정에서 인간의 위선을 들춰내는 치밀한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이란 최초의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수상과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 수상으로 화제를 불러 모은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의 작품이다. 특히 베를린 영화제의 경우 이례적으로 작품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까지 거머쥐었는데 유럽의 3대 영화제로 불리는 베를린, 칸, 베니스 영화제의 경우 한 작품에 여러 개의 상을 수상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굉장히 이례적인 사례로 그만큼 영화가 주는 파장과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줄거리

이민 문제를 두고 의견 차이로 이혼을 결정한 씨민과 나데르 부부. 이혼숙려기간 동안 별거를 하면서 씨민이 집을 떠나자 나데르는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 간병인 라지에를 고용한다. 그러나 라지에가 잠시 집을 비운 사이 아버지가 위험에 처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화가 난 나데르는 라지에를 해고해 버린다. 그 과정에서 라지에와 가벼운 몸싸움을 벌이게 되고 얼마 뒤 나데르는 라지에가 뱃속의 아이를 유산했다는 소식과 함께 살인죄로 기소된다. 라지에의 임신 사실을 몰랐다는 나데르와 몸싸움으로 인해 아이를 잃었다는 라지에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며 두 사람의 진실 공방은 점점 극으로 치닫는다.


영화는 균열 상태의 주인공들을 통해 이들이 처한 딜레마와 함께 그 속에 이란의 사회적 현실을 녹여냈는데 특히 이란의 국가・문화적 특수성을 배경으로 타인과 갈등을 겪는 과정에서 자신의 윤리적 문제에 직면하게 되는 주인공을 통해 특수성과 인간 사회의 보편성을 균형 있게 그려내 호평받았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주인공들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도 최소한의 양심을 지키려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점차 진실의 가치가 훼손되어 가는 시대에 ‘당신에게 최소한의 양심이란 무엇이며 이를 어디까지 지킬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기도 하다. (참고로 개봉 당시 유수의 영화제를 휩쓸었음에도 이란 내에서는 영화의 성취에 대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고 한다. 핵개발 의혹으로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서구 영화제들이 이란 영화에 상을 줌으로써 일종의 회유책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의 예술적 성취를 묵살하기도 했다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No Country For Old Men), 코엔 형제, 2008년 개봉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코맥 매카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1980년대를 미국 서부를 배경으로 우연히 거액의 돈 가방을 손에 넣은 남자가 사이코패스 살인마에게 쫓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는 2000년대 영화사를 상징하는 걸작이자 코엔 형제 작품 중에서도 최고의 작품으로 꼽히는데 제80회 아카데미에서는 감독상, 각색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했으며 BBC 선정 21세기 최고의 영화 10위에 랭크되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줄거리

미국 텍사스에서 사냥 중이던 모스는 사막 한가운데서 격렬한 총격전의 흔적을 발견하고 그곳에서 총상을 입고 죽어가는 남자와 함께 2백만 달러의 현금이 담긴 돈가방을 발견한다. 갈증을 호소하며 도움을 요청하는 남자와 돈가방 사이에서 고민하던 모스는 돈가방을 선택하고 집으로 돌아오지만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늦은 새벽 물통을 챙겨 다시 사건 현장을 찾는다. 그러나 모스를 기다리고 있는 건 돈가방을 쫓는 멕시코 갱단들의 총탄 세례로 한순간에 쫓기는 신세가 된 모스는 돈가방을 사수하기 위한 필사의 탈주를 시작한다. 한편 사이코패스 살인마 안톤 시거는 자신을 체포한 보안관을 죽이고 탈출해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무참히 살해하며 모스가 가져간 돈가방을 뒤쫓고, 지역 보안관 벨은 한발 늦게 모스와 안톤 시거의 흔적을 좇으며 모든 사건의 진실을 찾으려 한다.


소설과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아일랜드 시인 윌리엄 예이츠의 시 『비잔티움으로의 항해』의 첫 구절 ‘That is no country for old men’에서 따온 것으로 이는 ‘세상이 갈수록 험악하고 예측 불가능해지면서 오랜 삶의 경험과 지혜를 쌓은 노인들도 세상의 흐름과 변화를 이해하기 힘들어지는 상황’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영화는 우연으로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거나 선한 의도로 행한 일이 비극으로 돌아오기도 하며 시도 때도 없이 극악무도한 범죄가 일어나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이를 ‘안톤 쉬거’라는 인물에 빗대어 그려냈다. 개인적으로 작품의 메시지가 지닌 통찰력도 인상적이었지만, 절대 악이자 폭력 그 자체를 상징하는 ‘안톤 쉬거’를 연기한 하비에르 바르뎀의 연기가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하비에르 바르뎀은 “쉬거라는 캐릭터를 인간으로 생각하지 않고 폭력이 대표하는 것의 상징과 운명의 전달자로 보고 그것을 인간의 행동으로 옮기려고 했다”고 한다. (참고로 한 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안톤 쉬거의 머리스타일은 잡지에 실린 1970년대 뉴멕시코 사창가 포주의 머리스타일에서 따온 것으로 하비에르 바르뎀은 실제 머리를 길러 촬영 내내 해당 스타일을 유지했다고.)


인사이드 르윈 (Inside Llewyn Davis), 코엔 형제, 2013년 개봉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인사이드 르윈>은 오로지 음악으로 인정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무명 포크 가수의 여정을 통해 1960년대 포크 음악의 부흥했던 시대를 배경으로 삶이 지닌 실존적 비애를 다룬 코엔 형제의 작품이다. 코엔 형제는 1960년대 포크 음악이 부흥했던 시대에 관한 아이디어를 주고받던 중 “한 포크 가수가 카페 뒤 어두운 골목에서 얻어맞고 있으면 어떨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영화의 소재를 떠올리게 되었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감독의 농담에서 시작된 영화는 ‘르윈 데이비스’라는 인물의 내면을 파고들어 무명 가수의 현실과 좌절, 삶의 우수를 그려내며 평단의 호평과 함께 제66회 칸 영화제 삼사위원대상을 수상한 것은 물론 BBC 선정 21세기 최고의 영화 11위에 랭크되었다.


<인사이드 르윈> 줄거리

뉴욕의 시린 겨울. 코트도 없이 기타 하나 매고 매일 밤 지인들의 집을 전전하는 무일푼의 뮤지션 르윈 데이비스. 듀엣으로 함께 노래하던 파트너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솔로로 발매한 앨범은 팔리지 않아 먼지만 쌓여가는 신세다. 여느 날처럼 지인의 집에서 신세를 지고 나오던 길 우연히 떠맡게 된 고양이 한 마리처럼 그에게 ‘싱어송라이터’라는 꿈은 계속 간직하기에는 버거운 꿈이 되어버리고, 꿈을 포기해야 할지 고민하던 중 유명 음악 프로듀서가 주최하는 오디션에 참여하기 위해 시카고를 향한 여정에 오른다.


주인공 ‘르윈 데이비스’는 실존 포크송 가수 ‘데이브 반 롱크’를 모티브로 삼은 캐릭터로 극 중 모든 노래와 연주를 라이브로 소회해야 하는 만큼 연기는 기본, 노래와 연주 실력까지 고루 갖춘 배우를 캐스팅하는데 꽤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다고 한다. 최종적으로 주인공에는 오스카 아이작이 캐스팅되었는데 평소 코엔 형제의 팬이었던 오스카 아이작은 포크송 관련 영화를 찍는다는 소식을 접하고 배역을 따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끝에 ‘르윈’ 역을 거머쥐게 되었다.



전지적 관찰자 시점, 가끔인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영화 이야기.

시선기록장 @bonheur_archive

파리 사진집 <from Paris>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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