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아카이브 82호. 배우 특집 ep. 10
2월의 두 번째 씨네아카이브는 오랜만에 돌아온 배우 특집! 벌써 10번째를 에피소드를 맞이 한 배우 특집의 주인공은 꾸준한 내한으로 팬들의 사랑에 화답하며 한국 문화를 존중하는 젠틀한 모습으로 ‘친절한 톰 아저씨’라는 별명을 얻은 톰 크루즈다. 대중들에게 톰 크루즈는 <탑건>, <미션임파서블 시리즈>, <마이너리티 리포트>, <우주전쟁>, <엣지 오브 투모로우> 등 블록버스터 대작에 치중하는 배우로 비칠 수 있지만 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액션은 물론 첩보, 스릴러, 멜로, 사회・법정 드라마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소화하며 4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필모그래피를 탄탄하게 쌓아나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지나치게 출중한 미모로 인해 뒤따라오는 편견을 탁월한 필모그래피 선택을 통해 작품과 캐릭터에 맞는 섬세한 연기력으로 정면 돌파하며 자신만의 확실한 커리어 패스를 완성했는데 이번 씨네아카이브에서는 톰 크루즈의 미모가 빛나는 작품은 물론 대중들에게 각인된 정의롭고 친절한 캐릭터와 상반되는 이미지가 돋보이는 영화까지 3편의 추천작을 소개한다.
씨네아카이브 82. "친절한 톰 아저씨의 필모그래피 가이드" 전문 읽기
<어 퓨 굿 맨 (A Few Good Men)>, 로브 라이너, 1992년 개봉
<어 퓨 굿 맨>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동명의 연극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쿠바 내의 관타나모 미 해군 기지에서 벌어진 의문사 사건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는 과정을 그린 법정 드라마다. 영화는 <소셜 네트워크>, <머니볼> 등의 각본을 집필한 ‘애런 소킨’의 영화 데뷔작이기도 한데 원작 연극 역시 애런 소킨이 집필했으며 해군 법무감으로 근무하던 여동생이 겪은 이야기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영화 <어 퓨 굿 맨> 줄거리
쿠바의 관타나모 미 해군기지에서 불법 총격 사건의 범인을 알려주겠다던 산티아고 사병이 일명 ‘코드 레드’라는 금지된 특수 기합을 받다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해군은 이 사건의 변호사로 능수능란하게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으로 유명한 다니엘 캐피 중위를 선임하지만 원리원칙을 중요시하는 조안 갤러웨이 소령이 개입하면서 사건은 점차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된다. 그러나 서로 다른 가치관으로 충돌하던 다니엘과 조안이 조금씩 절충점을 찾아 나가자 사건의 진실도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하고 두 사람은 조너선 중위가 ‘코드 레드’를 명령했음을 알아내고 기지 사령관 제섭 대령을 만나 사건 뒤에 가려진 배후세력을 밝혀내려 한다.
영화는 관타나모 기지에서 암암리에 시행되는 특수 기합을 받던 사병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군 법정 공방을 통해 죽음 이면에 가려진 진실을 밝혀내는 과정을 첨예하게 대립하는 캐릭터들의 밀도 높은 대사와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실감 나게 그려냈는데 톰 크루즈와 잭 니콜슨의 연기 앙상블이 두고두고 회자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어 퓨 굿 맨>은 군 내부에서 벌어진 사망 사건을 조사하는 특수한 상황을 통해 폐쇄적인 조직 문화의 양면성을 고발하는 한편, 저명한 법조인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해 콤플렉스에 시달리던 주인공이 사건을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진정한 군 변호사로 성장하게 되는 서사가 조화를 이루며 호평받았다. 참고로 영화의 제목인 ‘A Few Good Men’은 ‘소수정예’라는 뜻으로 미 해병대의 슬로건이라는데 영화를 보며 설사 감당할 수 없을지라도 진실을 통해 명예를 지켜내는 주인공들을 지칭하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했다.
<제리 맥과이어 (Jerry Maguire)>, 카메론 크로우, 1996년 개봉
<제리 맥과이어>는 톰 크루즈의 대표 로맨스 영화이자 재기를 노리는 스포츠 에이전트와 무명의 미식축구 선수의 우정을 통해 인생에서 성공보다 더 중요한 가치란 무엇인가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다. 영화는 할리우드의 전형적인 로맨스 드라마 플롯을 따라가지만, 뛰어난 완성도와 배우들의 돋보이는 케미스트리로 흥행에 성공했는데 이와 함께 톰 크루즈가 연기한 주인공의 ‘스포츠 에이전트’라는 직업을 널리 알리게 된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 <제리 맥과이어> 줄거리
뛰어난 능력에 매력적인 외모까지 겸비한 스포츠 에이전시 매니저 제리 맥과이어. 그는 유명세와 함께 거만해지기 시작하는 선수들을 보며 자신이 하는 일에 회의감을 느끼고 다소 진취적인 내용의 제안서를 작성했다 회사로부터 하루아침에 해고 통보를 받습니다. 동료들은 내심 제리의 행보에 동의하면서도 선뜻 나서지 않고, 유일하게 제리의 편이 되어 준 도로시 만이 그와 함께 새로운 에이전시를 꾸려 나가기로 하는데요. 제리는 새 출발을 준비하며 도로시와도 조금씩 가까워지게 됩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순조롭게 풀리던 것도 잠시, 모든 것을 걸었던 스타 선수와의 계약은 물거품이 되고 제리의 에이전시에 남아 있는 선수라고는 무명의 미식축구 선수 로드뿐인데요. 게다가 자신의 부족한 2%를 채워주는 것 같았던 도로시와의 관계 역시 어딘가 불편하게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영화는 톰 크루즈의 빛나는 미모와 함께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진귀한 몽글몽글 멜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발행인이 EBS 세계의 명화 통해 톰 크루즈를 처음으로 알게 됐었던, 톰 크루즈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함께 호흡을 맞춘 르네 젤위거는 <제리 맥과이어>를 통해 무명 배우에서 스타로 떠오르게 되었으며, <어 퓨 굿 맨>에서 호흡을 맞췄던 쿠바 구딩 주니어 역시 주목받으며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인생에서 돈과 명예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사람이다)가 직관적이고 플롯이 전형적인 방식으로 진행되며 드라마틱한 결말을 선보이기 때문에 자칫 작위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주인공들이 서로 부딪히며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 좋은 영화.
<콜래트럴 (Collateral)>, 마이클 만, 2004년 개봉
<콜래트럴>은 진취적인 삶을 꿈꾸면서도 실천에 옮기지는 못하는 평범하지만 정직한 택시 기사가 냉소적인 킬러를 손님으로 태우게 되면서 벌어지는 하룻밤 동안의 이야기 그렸다. 무엇보다 정의롭고 반듯한 선역을 주로 맡아온 톰 크루즈가 살인청부업자를 연기해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톰 크루즈의 캐릭터 변신과 함께 “L.A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깔끔한 복선 회수와 결말 안에 현대인들에 대한 냉소와 은유를 담아낸 작품”이다.
영화 <콜래트럴> 줄거리
맥스는 돈을 모아 리무진 렌털 사업을 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지만 오랜 시간 여러 가지 핑계로 실천을 미루며 택시 운전을 하는 L.A의 평범한 택시 운전사. 그는 어느 날 밤 타지에서 온 승객 빈센트를 태우게 되는데 빈센트는 맥스에게 하룻밤 동안 다섯 장소를 방문한 후 새벽 6시까지 공항에 가야 한다며 택시를 전세 내겠다 제안하고 맥스는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며 두 사람의 동행이 시작된다. 그러나 맥스는 곧 빈센트가 방문할 장소들이 그가 의뢰받은 사람들을 죽이기 위함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실 빈센트는 마약 조직에 불리한 증언을 한 증인들과 담당 검사를 살해하기 위해 L.A에 온 청부 살인업자로 맥스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벗어나려 하지만 그럴수록 점점 더 깊숙이 개입하게 된다.
하룻밤 동안 L.A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만큼 L.A의 야경을 아름답게 담아낸 영상미가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한데 디지털카메라로 밤에만 촬영해서 완성한 결과물로 영국 아카데미(BAFTA)에서 촬영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영화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두 주인공의 대립에 초점을 맞춰 진행되는데 우유부단하고 소심하지만 정직하고 성실한 택시 기사 ‘맥스’와 냉철하고 사람의 목숨에 무감각한 킬러 ‘빈센트’가 함께 할수록 두 사람의 입장이 점차 뒤바뀌게 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흥미롭다. 참고로 영화의 제목인 ‘Collateral’은 ‘담보물’이란 뜻과 함께 ‘평행선을 달린다’는 의미도 가지고 있는데 맥스가 처한 상황과 함께 두 주인공의 대비되는 모습을 잘 담아낸 제목이지 않을까 싶다.
전지적 관찰자 시점, 가끔인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영화 이야기.
시선기록장 @bonheur_archive
파리 사진집 <from Paris> 저자
영화 뉴스레터 ciné-arch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