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아카이브 83
발행인이 영화 다음으로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강아지를 포함한 세상의 모든 귀여운 동물들! 우울하고 힘든 날이면 동물 영상을 보면서 위로와 마음의 평온을 얻곤 한다. 강아지를 비롯해 동물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를 볼 때면, 결국은 외적인 귀여움보다 사람과 동물 사이의 교감과 우정, 서로를 향한 신뢰와 조건 없는 사랑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 이번에 소개할 추천작은 강아지 실화 영화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에이트 빌로우>와 <하치 이야기> 그리고 2024년 개봉한 <아서> 3편이다. 3편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더욱 깊은 감동과 여운을 느낄 수 있으니 감상할 예정이라면 눈물샘 폭발에 주의하시길.
씨네아카이브 83. "댕댕이는 사랑이니까요. 강아지 실화 영화 모음.zip" 전문 읽기
<에이트 빌로우 (Eight Below)>, 프랭크 마샬, 2006
<에이트 빌로우>는 1958년 남극에 파견된 일본 연구원들과 썰매견들이 겪은 실제 사건을 토대로 제작된 일본 영화 <남극 이야기>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남극 탐험 중 갑작스러운 기상 변화와 여의치 않은 상황으로 인해 사람들만 떠나고 남겨지게 된 8마리의 썰매견들이 극한의 추위를 버티고 생존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렸다.
영화는 개봉 당시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등 흥행에 성공했는데 사람들이 떠나고 남겨진 썰매견들이 생환하는 과정을 그린 단순한 서사임에도 주연(?)을 맡은 8마리 썰매견의 연기가 감동을 배가 시킨 작품이기도 하다. 주인공은 8마리지만 촬영에는 배역당 4마리씩, 총 32마리의 썰매견을 섭외해 촬영 3달 전부터 훈련에 돌입했는데 썰매견들의 놀랍도록 섬세한 연기는 모두 100% 훈련을 통해 이끌어낸 것이라고 한다. 광활한 설원과 얼음 평원, 밤하늘의 오로라 등을 담아낸 풍경도 인상적인 남극과 비슷한 곳을 수소문한 끝에 그린란드와 노르웨이 스발바르 제도, 캐나다 일대에서 마치 실제 남극을 연상케 하는 풍광을 담아냈다.
영화는 경이롭지만 때로는 한없이 혹독해지기도 하는 광활한 자연 속에서 서로 협력하며 생존해 나가는 8마리의 썰매견을 보다 보면 인간사를 지켜볼 때보다 더 몰입하게 된다. 여기에 무리를 이끄는 지도자 포지션의 베테랑 썰매견 ‘마야’의 진두지휘 아래 팀워크를 발휘하는 모습, 함께 한 동료의 죽음을 슬퍼하고 애도하는 모습, 썰매견으로 첫 발을 내디딘 ‘맥스’가 성숙한 개체로 성장하게 되는 모습까지. 극한의 땅에 남겨진 썰매견들이 보여주는 동료애와 원초적 생의 의지는 어쩌면 고립과 생존의 갈림길에 놓인 캐릭터가 인간이 아닌 동물이기에 더욱 인상 깊게 다가오는 것 아닐까.
<하치 이야기 (Hachi: A Dog’s Tale) >, 라세 할스트롬, 2009
<하치 이야기>는 자신을 기르던 주인이 죽은 뒤에도 매일 마중 나갔던 역 앞에서 주인을 기다린 실제 일본의 이키타 견 ‘하치’의 실화를 토대한 작품으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일본의 소설과 이를 영화화한 일본판 <하치 이야기>를 리처드 기어 주연의 할리우드 버전으로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이야기의 실제 주인공인 ‘하치’는 주인이 죽은 후에도 매일 도쿄 시부야 역 앞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것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고 이후 ‘충견 하치공’으로 불렸다고 한다. 사후에는 시부야 역 출구 근처에 동상이 세워지기도 한 일본의 상징적인 충견이기도 하다. 리메이크 버전은 일본판 <하치 이야기>에서 큰 줄기만 가져왔는데 배경이 일본에서 미국으로 바뀐 만큼 하치를 만나게 된 계기나 이름의 유래 등 세부 설정이 바뀌었고, 무엇보다 로맨스 영화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리처드 기어의 중후한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참고로 리처드 기어는 제작에도 참여할 만큼 작품에 애정을 보였다고 한다.
영화는 ‘자신을 정성껏 길러준 주인의 죽음을 모르고 10년 동안 한결같이 주인을 기다린 충견의 이야기’라는 단순한 서사로 관객들의 감성과 눈물샘을 자극하는데 무엇보다 자극적인 요소들을 배제하고 담백하게 그려낸 반려견과 주인의 일상 속에 개들이 인간에게 보여주는 조건 없는 신뢰와 사랑을 담아내며 인간과 동물 사이의 교감을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특히 영화 중간중간 하치의 시선에서 그려지는 구도가 인상적인데 주인에게 받은 사랑을 잊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최선을 다해 보답하려는 충견의 모습이 깊은 잔상으로 남아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떠나 ‘역시 개가 사람보다 낫다’라는 말을 부정할 수 없게 만드는 대표적인 영화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아서 (Arthur the King)>, 사이먼 셀란 존스, 2024
<아서>는 익스트림 스포츠 ‘어드벤처 레이싱’에 참가한 경주 팀과 유기견의 동행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2014년 남미 에콰도르에서 열린 어드벤처 레이싱에 참여 중이던 ‘미카엘 린드노드’가 대회 도중 만난 떠돌이 개와 동행하며 교감을 나누고 입양을 통해 가족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쓴 책을 토대로 영화화했다.
실제 견공 ‘아서’는 우연히 만난 미카엘과 그의 팀원들을 따라다니며 대회의 어려운 코스들을 모두 동행했는데 미카엘의 팀은 그 모습을 보고 영감을 받아 ‘아서왕’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고, 이후 아서는 팀의 마스코트가 되어 무려 700km에 달하는 코스를 완주하고 이후 미카엘의 가족이 되었다고 한다. 참고로 아서는 미카엘의 가족과 함께 행복한 삶을 살다 2020년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영화의 주요 무대인 ‘어드벤처 레이싱’은 하이킹, 트레킹, 산악자전거, 카약을 팀 단위로 완주하는 익스트림 스포츠의 한 종류로 정해진 루트는 있지만 각 팀마다 지정된 관문으로 향하는 길을 고를 수 있기 때문에 판단력, 순발력, 단합력이 중요한 경기이기도 하다. 영화는 코스를 개척하며 난관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아서’와 교감하며 팀원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진정한 원팀으로 거듭나게 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영화에서 그려지는 마이클과 아서의 만남이나 교과서 같은 결말이 지나치게 극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가 실화라는 것이 작위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을 상쇄시켜 주는데 무엇보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교감을 통해 서로의 마음과 마음이 이어질 수도 있다는 걸 직관적으로 가장 잘 보여준 작품이 아닐까 싶다.
전지적 관찰자 시점, 가끔인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영화 이야기.
시선기록장 @bonheur_archive
파리 사진집 <from Paris>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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