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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Jul 11. 2019

브뤼셀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

하나부터 열까지 브뤼셀을 알차게 즐기는 방법

2017 여름가족과 함께 4 5 동안 다녀온 벨기에 여행벨기에 여행은 준비할 때부터 크게 기대하던 곳은 아니었다. 서유럽에는 관광지로 유명한 국가가 많다 보니 그에 반해 벨기에는 상대적으로 특별한 기대치는 없었다고 해야 할까. 벨기에 여행은 기대치와 반비례였다. 짧은 일정이라 브뤼셀과 겐트만 둘러봤지만 언젠가 남은 지역도 가보고 싶을 만큼 예상보다 훨씬 더 즐겁게 보냈다. 많이 보고, 많이 걷고, 또 많이 먹으면서! 4박 5일 일정 중 2박 3일 동안 알차게 보고 온 브뤼셀의 주요 관광 포인트를 하나부터 열까지 되짚어 봤다. 



하나. 빅토르 위고가 사랑했던 그랑플라스
(feat. 예술의 언덕 & 에베랑트 세르클래스 동상)


photo © Bonheur Archive

브뤼셀 여행에서 절대 빼놓을  없는 곳이 있다면 바로 '그랑플라스'. 빅토르 위고가 아름다운 광장이라 경탄해 마지않은 곳이자 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중세 건축물이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움을 한껏  배가시켜 주는 브뤼셀의 대표 랜드마크로 꼽힌다 가치를 인정받아 1998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며 이 지역의 문화와 사회를 특징짓는 건축 및 예술 양식을 성공적으로 절충한 훌륭한 본보기로 손꼽힌다.

photo © Bonheur Archive

원래는 '네더마르크트(Nedemarckt,  낡은 시장)로 불렸으나 지금의 '그랑플라스'라는 이름은 18세기 중후반부터 사용되었다고 한다. 광장을 중심으로 시청사, 길드하우스, 대성당, 왕의 집, 맥주 박물관, 초콜릿 박물관 등이 둘러싸고 있는데 길드 하우스는 15~16세기 상공업이 발달하던 시절에 생긴 상인 조합으로 웅장한 금빛 건물에 1층에는 식당, 스타벅스, 초콜릿 가게 등 각종 상점이 들어와 있다.

photo © Bonheur Archive

그랑플라스 광장을 지나 오줌싸개 동상을 만나러 가는 길목에는 에베랄트 세르클래스 동상이 있다. (브뤼셀의 와플 맛집 Dandoy카페 바로 옆으로 쉽게 찾을 수 있다.) 에베랄트 세르클래스는 1355년 네덜란드 세력을 물리치고 영주가 교체될 때 정통 계승자가 승계할 수 있도록 한 브뤼셀의 영웅으로 14세기 브뤼셀이 침략당했을 당시 혼자 말을 타고 가다 적에게 붙잡혀 팔과 혀가 잘린 채로 브뤼셀로 이송되어 오자마자 죽음을 맞이하였는데 브뤼셀 시민들이 이에 격분하여 적을 물리치고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전해진다. 이를 기념하여 세워진 세르클라스 상의 팔과 옆에 개의 코를 만지면 행운이 온다고 전해져 차례차례 줄 서서 행운 비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유럽여행 중이라면 무탈히 여행을 마칠 수 있기를 기원하며 저마다의 소원과 함께 행운을 빌어보길!

photo © Bonheur Archive

그랑플라스로 향하는 길목에 자리한 예술의 언덕. 구릉에 위치하고 있어 언덕에서 브뤼셀 시내와 더불어 멀리 그랑플라스 광장을 내려다볼 수 있다(고 하였지만 광장은 보이지 않았다...). 좌우 대칭으로 각 잡아 가꿔진 언덕 내 작은 공원은 녹음이 우거지는 여름이면 아무 곳에서나 사진을 찍어도 인생 사진을 건질 수 있으니 그랑플라스를 보러 가는 길 잊지 말고 들러볼 것!



둘, 와플을 지나 고디바를 넘어 체리 맥주 한 잔


photo © Bonheur Archive

벨기에 하면 떠오르는 대표 음식에 열에 아홉은 '와플!'을 외치지 않을까. 벨기에 와플은 직사각형 모양에 바삭바삭한 식감이 특징인 '브뤼셀 와플'과 타원형 모양에 빵처럼 부드러운 식감을 가진 리에주 와플'로 나뉘는데 브뤼셀에서 이 두 종류 모두 맛볼 수 있어 그 차이를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었다. (브뤼셀 와플은 그랑플라스 광장에서 멀지 않은 'Cafe Dandoy'가 유명하다.)

photo © Bonheur Archive

와플과 함께 초콜릿 역시 벨기에 대표 간식으로 꼽힌다.  특히 1926년에 문을 연 고디바 초콜릿이 가장 유명한데 한국에도 지점이 있지만  벨기에 브뤼셀을 찾았다면 본 고장에서 그 맛을 느껴보는 것도 좋겠다.

photo © Bonheur Archive

맥주 하면 떠오르는 곳은 대부분 독일 아니면 영국이지만 벨기에 역시 맥주로 꽤나 유명하다는 사실! 체리 맥주로 알려진 몰트 슈비츠는 여성들이 좋아할 것 같은 달콤한 맛이라 알쓰인 나도 하루에 한 잔씩 마시며 주당인 척했다. 벨기에 대표 음식인 감자튀김은 한국의 치맥만큼 맥주와 궁합이 좋으니 그랑플라스 광장 주변에 식당에서 해 질 녘 노을을 바라보며 근사한 저녁을 즐기는 것도 꽤 낭만적이다.


셋, 생 튀베르 갤러리(Galerries Sainte-Hubert)


photo © Bonheur Archive

밀라노의 바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갤러리, 나폴리의 움베르토 1세 갤러리와 함께 유럽의 3대 갤러리로 불리며 그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생 튀베르 갤러리. 지붕이 있는 아케이드 형태라 비 오는 날에도 둘러보기 편하다. 사실 벨기에 여행 중 하루는 하루 종일 비가 내렸는데, 비 내리는 날의 일정을 모두 갤러리와 갤러리 근처로 몰아서 구경한 덕분에 갤러리는 거추장스러운 우산을 잠시 내려 둘 수 있는 요긴한 장소가 되어 주었다. 아케이드 양옆으로 상점이 입점되어 있고, 브뤼셀의 먹자골목인 부세 거리와도 연결되어 있으니 쇼핑과 식도락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다.


넷, 브뤼셀의 오줌싸개들


photo © Bonheur Archive

브뤼셀에는 어울리지 않게(?) 오줌싸개들이 많다. 가장 유명한 건 오리지널 오줌싸개 소년 동상 되시겠다. 오줌싸개 소년은 실제로 보면 실망한다는 말도 있지만 그래도 브뤼셀에 왔다면 꼭 보고 가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막상 실제로 보니 생각보다 작고 값어치 없어 보이는 동상이 무슨 이유로 침략자들에게 약탈을 당했는지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이었다. 약탈 후, 루이 15세가 사죄의 뜻으로 화려한 의상을 입혀 돌려보낸 뒤로 브뤼셀을 방문하는 국빈들이 오줌싸개 동상의 옷을 만들어와 입히는 것이 하나의 관례가 되었고 그 덕에 오줌싸개 소년은 매일 각국 국빈들에게 선물 받은 의상을 번갈아 입는 패셔니스타의 삶을 살고 있다고... 입지 않는 의상은 그랑플라스에 자리한 왕의 집 내부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photo © Bonheur Archive

오줌싸개 소녀 동상은 오줌싸개 소년 동상을 벤치마킹한 한 레스토랑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졌는데 오줌싸개 소년 동상만큼이나 훔쳐 가려는 사람이 많아 철창에 감금되어 있다. 오줌싸개 소녀 동상은 생 튀베르 갤러리에서 부쉐 거리로 이어지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으니 생 튀베르 갤러리를 들렸을 때 찾아보면 쉽게 발견할 수 있다.

photo © Bonheur Archive

마지막 오줌싸개는 소년도 소녀도 아닌 개다. 아직까지는 일부러 찾아올 정도는 아닌지 생각보다 외진 곳에 별다른 잠금장치(?) 없이 놓여있었다. 오줌싸개 소년 동상에서 약 650m 떨어진 곳에 있으며 구글 지도 'Boomba'라고 치면 찾을 수 있는데 정확한 주소는 Rue des Chartreux 31, 1000 Bruxelles. 지도를 보고도 동상을 발견하기까지 애를 먹었는데, 가급적이면 날씨 좋은 날 헤매도 좋다는 생각으로 찾아 나서 보길 추천하고 싶다. 다행히 고생해서 찾아간 만큼 오줌싸개 소년, 소녀보다는 볼 만했다. 누군가 브뤼셀에 여행 간다고 하면 오줌싸개 소년 말고 오줌 싸는 개를 보라고 전하고 싶을 만큼.


다섯, 365일 중 딱 30일, 브뤼셀 왕궁 (feat. 생 미셀 대성당)


photo © Bonheur Archive

프랑스 파리에 베르사유 궁전이 있다면 벨기에 브뤼셀에는 브뤼셀 왕궁이 있다. 베르사유 궁전과 같은 양식으로 건립되어 많이 닮았다지만 개인적으로 화려함의 극치를 자랑하는 베르사유 보다 절제된 미를 선보이는 브뤼셀 왕궁이 더 좋았다. 실제 왕실의 거처로 사용되기 때문에 베르사유처럼 관광객을 위해 개방되지 않는다. 그러나 여름 한 달 동안은 무료로 개방되니 유럽 여행 일정 중 벨기에 브뤼셀을 넣어 두었다면 브뤼셀 왕궁의 무료 개방 시기를 잘 살펴보고 방문하면 좋다. 왕궁 내부는 특히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아름다운 걸로 유명하다.

photo © Bonheur Archive

브뤼셀 왕궁이 파리 베르사유 궁전과 같은 양식으로 건립되어 닮아 있다면 국왕의 결혼식이 거행된 생 미셸 대성당은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과 외관이 닮았다. 무엇보다 성당 앞으로 펼쳐진 공원과 주변 풍경은 그랑플라스와 오줌싸개 동상 등 브뤼셀의 대표 랜드마크가 모여 있는 동네와는 또 다른 분위기라 성당과 함께 주변 도시경관도 비교하고 즐기기에 좋다.



전지적 관찰자 시점, 가끔은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여행 이야기.

시선기록장 @bonheur_archive

파리 사진집 <from Paris>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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