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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힙지로 마레지구 산책

걸어서 파리 한 바퀴 ep.6

by 마리

파리에서 한결같이 힙한 동네 마레 지구. 미술관과 박물관이 모여 있는 루브르와 오페라 지역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여행자들을 볼 수 있는 곳이자 주거지역 밖에서의 파리지엔 라이프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동네다. 집과 학교만 오가는 반복적인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면 가장 먼저 떠올리고 즐겨 찾았다. 파리지엔은 물론 여행자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파리 마레 지구에서 때로는 여행자처럼, 때로는 파리지엔처럼 즐길 수 있는 장소들을 골라봤다.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들로 채워 넣기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피카소 미술관 (Musée du Picasso, 5 Rue de Thorigny, 75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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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Bonheur Archive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을 볼 수 있는 미술관이 로댕 미술관이라면 미술관 그 자체가 아름다운 곳으론 피카소 미술관을 가장 많이 꼽는다. 피카소 국립 미술관은 1985년 마레 지구에 위치한 호텔을 개조했는데 17세기 말 마레 지구에 지어진 상징적인 호텔 중 하나이자 마자린 시대의 건축물 중 드물게 온전히 남아 있는 건물이다. 호텔을 개조하여 미술관으로 사용하고 있다가 2009년부터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해 2014년 10월 25일 재개관하여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는데 새로 개관한 후에는 규모를 늘려 새로운 전시실을 마련하고, 넓어진 리셉션과 기념품점, 테라스가 있는 카페 등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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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Bonheur Archive

메트로 8호선을 타고 슈 멍 베르(Chemin vert) 역에서 내리면 도보 10분 내로 닿을 수 있는 마레 지구 중심지로 잘 가꿔진 가든과 저택으로 둘러싸인 보주 광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다. 더 쉽게 찾고 싶다면 메트로보다는 버스를 이용하는 편을 추천! (96번을 타고 생 클로드(Saint-Claude) 역에서 혹은 29번을 타고 튀렌 생 질(Turenne-Saint-Gilles) 역에서 하차하면 된다.) 피카소 미술관을 관람 후 보주 광장에 들러 미술관의 여운과 함께 파리의 오후를 즐기기에도 좋은데 아름다운 미술관, 아름다운 광장, 온통 아름다운 것들로만 하루를 가득 채우고 싶은 날, 나는 마레 지구 피카소 미술관을 찾는다.


헉 소리 나게 아름다운, 보주 광장 (Place des Vo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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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Bonheur Archive

보주 광장은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으로도 불리는데 광장이자 동시에 마레 지구 거주자들을 위한 공원 겸 주거지이기도 하다. 보주 광장이 유명한 이유는 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대칭형 적빛 건물 때문! 앙리 4세 때 건립을 시작해 광장을 둘러싼 건물에는 왕족들이 거주했는데 광장 역시 왕족들을 위한 공간이었기 때문에 당시에는 '왕가의 광장'으로 부르기도 했다. 이후 이곳을 양도받은 곳의 명칭을 따 지금의 보주 광장으로 불린다. 지금도 파리에서 손에 꼽히는 비싼 주거지 중 한 곳으로 빅토르 위고, 리슐리외 등 역대 거주자도 화려하다. (위고의 저택은 현재 박물관으로 활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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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Bonheur Archive

프랑스는 평등의 나라라고 했던가. 건물은 헉 소리 나게 비쌀지 몰라도 광장만큼은 C'est gratuit! 마레를 찾은 여행자들에게도 나들이 나온 파리지엔들에게도 누구든 편히 쉬어 갈 수 있는 쉼터가 되어준다. 주변에 괜찮은 카페부터 베이커리, 아이스크림 가게도 많아 간단히 먹을 걸 사와 공원에 앉아서 피크닉 기분을 느낄 수도 있어 나는 마레를 찾을 때마다 일부러 쉬어 가기도 했다.



마레 지구 추천 카페 BEST 4


마레 지구 라떼 맛집, 부츠 카페(Boots Cafe, 19 Rue du Pont aux Choux, 75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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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Bonheur Archive

모르는 사람을 찾는 게 빠를 정도로 마레 지구에서 가장 힙한 부츠 카페. 라떼 맛집이자 ‘협소한 내부를 실용적으로 활용하는 법'의 좋은 예시가 되어줄 것 같은 카페이기도 하다. 독특한 점은 간판이 없다는 것. 옛날 구두 수선집을 카페로 개조한 건지 카페 간판 대신 구두 수선집 간판을 그대로 걸어두었는데 그마저 힙해 보이는, SNS에 '나 파리에서 카페 투어 중'이라는 걸 자랑할 사진 찍기에 최적의 장소랄까. 굳이 단점을 찾자면 역시나 협소한 공간으로 자리가 몇 되지 않는 데다 유명세로 늘 손님이 많다 보니 sur place보다는 emporter를 추천한다.


다정한 바리스타가 반겨주는, 프린지 커피숍(fringe Coffe, 106 Rue de Turenne, 75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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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Bonheur Archive

개인적으로 마레 지구에서 가장 좋아하는 프린지 커피숍(fringe coffe shop). 여행자들보다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음료 가격이 다른 카페보다 1-2유로 정도 비싼 편이지만 기꺼이 지불해도 아깝지 않은 맛! 가장 추천하는 메뉴는 아이스라떼와 블렌딩 티. 프린지 커피숍은 마레뿐만 아니라 소개한 파리 카페 중에서 가장 편안한 착석 공간을 제공하는 곳 중 하나라고 봐도 될 만큼 실내 공간도 넓고, 자리도 많은 편이라 조용히 책을 읽거나 개인작업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맛과 감성을 모두 즐길 수 있는, 오블라디(Ob-La-Di, 54 Rue de Saintonge, 75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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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Bonheur Archive

프린지 커피숍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오블라디. 마레에서 부츠 카페만큼이나 맛있는 라떼를 맛볼 수 있다. 무엇보다 그날 구워서 판매하고 있는 빵과 케이크 종류를 함께 추천하고 싶은 곳으로 개인적으로 꼽는 베스트 메뉴는 스콘. 가끔은 클로티드 크림 대신 프렌치 버터와 함께 딸기잼을 내어주기도 하는데 예상외로 조합이 좋아서 그 뒤로도 가끔 클로티드 크림 대신 버터를 챙겨 먹게 만든 곳이기도 하다. 주말에는 빈자리 찾는 게 쉽지 않지만 생각보다 테이블 회전율이 빠른 편인지 타이밍만 잘 맞추면 조용하게 티타임을 즐길 수도 있다.


21세기에 다신 만난 불리 카페, 그랑 카페 토르토니 (Grand Cafe Tortoni, 45 Rue de Sainto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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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Bonheur Archive

오블라디 맞은편에 위치한 그랑 카페 토르토니. 간단히 불리 카페라고도 부르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Buly 1803의 그 불리다. 불리 CEO 람단 투아미 부부가 운영하고 있는데 19세기에 실제로 운영했던 카페를 다시 복원해서 2019년에 문을 열었다. 벽에는 19세기 카페 토르토니 시절 사용했던 메뉴판을 그대로 걸어두었는데 어디까지나 인테리어 목적이니 가격을 보고 너무 놀라지 말 것! (메뉴판에 적인 화폐단위는 프랑이다.) 한쪽은 불리 매장으로 다른 한쪽은 스탠딩 커피바 컨셉의 운영으로 고풍스러운 분위기와 브랜드 이미지 때문에 음료 가격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대부분 5유로 내외로 커피나 티를 즐길 수 있다. 사실 카페 토르토니를 유명하게 만든 건 아이스크림인데 이탈리아에서 가져온 아이스크림 레시피로 유명해져 19세기 당시 유명 작가들과 여성들에게 무척 인기가 많았던 카페였다고 한다. 복원된 그랑 카페 토르토니 역시 아이스크림 맛이 훌륭하니 꼭 맛볼 것을 추천한다.



마레 지구에서 양손 가득 쇼핑하기!


마레 지구 대표 편집숍, 메르시(Merci, 111 Boulevard Beaumarchais, 75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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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Bonheur Archive

마레 지구를 대표하는 편집숍 메르시. 시즌마다 매장 중정의 메르시 자동차 색상이 바뀌기도 하고, 내부 컨셉 역시 자주 바뀌어 쇼핑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마레에 방문하게 되면 습관처럼 전시 보듯 구경하기 위해 자주 찾았던 곳이다. (솔직히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쇼핑하기엔 가격이 많이 비싼 편에 속한다.) 매장 지하에는 레스토랑도 운영하고 있고, 북 카페 컨셉의 카페도 있기 때문에 쇼핑이 목적이 아니라도 마레 지구를 찾았다면 꼭 들러봐야 할 곳으로 꼽힌다. 카페는 음료보다 티 종류를 추천! 차와 함께 곁들여 먹을 수 있는 디저트도 괜찮고 가볍게 간식으로 먹을 수 있는 요거트와 그래놀라도 괜찮은 편으로 무엇보다 여행자들로 붐비는 정신없고 복잡한 매장과 달리 현지인들이 조용하게 담소를 나누는 분위기라 쇼핑하다 잠시 쉬어가기에도 좋다.


브랜드별로 한 번에 쇼핑하기 (Acne Studio, AMI Paris, A.P.C., Bonton, Maison Kits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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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Bonheur Archive

메르시 편집숍을 기점으로 1-2km 이내에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브랜드들이 모두 모여 있어 한 곳에서 브랜드별로 쇼핑하기 좋다. 메르시에서 한 블록 아래로 내려가면 아페쎄와 아크네 스튜디오가, 필 뒤 칼베르 건너편에는 메종 키츠네가 있다. 아동용품 전문 편집숍인 봉통도 만나 볼 수 있는데 매장 안에는 포토마통이 있어 일부 여행자들이 일부러 매장에 들러 기념사진을 남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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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Bonheur Archive

마레 북쪽에는 한국의 셀렉숍 톰 그레이하운드가 역으로 유럽에 진출해 한국 브랜드와 함께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 (질 샌더, 오프 화이트, 3.1필립 림)를 만나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생 폴(Saint Paul) 역 부근 골목길을 기점으로 뷰티, 패션, 인테리어 숍까지 다양한 매장(COS, 무인양품, 유니클로, 벤시몽, 산드로, 마쥬, 이로, 레페토, 샤넬, 딥티크, 조 말론, 펜할리곤스, 메이크업 포에버, 바비브라운 등)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주말이면 여행자와 파리지엔들로 항상 붐빈다.


마레 지구 대표 서점, Yvon Lambert(14 Rue des Filles du Calvaire) & ofr(20 Rue Dupetit-Thou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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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소개할 곳은 마레 지구를 대표하는 서점. 이봉 람베르는 주기적으로 전시도 개최하기도 하고,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과 괜찮은 예술 서적을 많이 찾을 수 있는 서점 중 하나. 국내에서 발행하는 매거진 B 영문판을 파리에서 구매할 수 있는 서점이기도 하다. ofr은 한국인 여행자들 사이에서 에코백으로 유명해 한국어가 가장 많이 들리는 서점이다.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곳은 이봉 람베르로 매장이 더 넓고 쾌적한데다 많이 붐비지 않아서 찬찬히 책을 살펴보기 좋다.



전지적 관찰자 시점, 가끔은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여행 이야기.

시선기록장 @bonheur_archive

파리 사진집 <from Paris>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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