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하면 대부분 에펠탑, 개선문, 샹젤리제 같은 랜드마크를 떠올린다. 나름 긴 시간을 파리에서 보낸 나에게는 '센 강'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강은 도시가 발전하는데 꼭 필요한 수변공간이다. 세계 4대 문명이 모두 강을 중심으로 발생했고, 지나온 역사 속 도시 간의 전쟁도 물을 차지하기 위한 영토전쟁이었다. 물은 모든 생명의 근원이자 인간의 삶을 영위하는데 꼭 필요한 자원이기에 세계 유수의 도시들이 강을 끼고 발전한다. 서울에는 한강, 뉴욕에는 허드슨 강, 런던에는 템즈, 그리고 파리에는 센 강이 흐르고 있는 것처럼. 이런 지루한(?) 이야기를 떠나 파리의 관광산업을 이야기할 때도, 파리지엔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논할 때도 센 강이 차지하는 비중은 꽤 크다. 적어도 나는 이렇게 주장해 왔다. 모두가 꿈꾸는 파리와 파리지엔의 낭만은 센 강으로 완성된다고.
파리와 센 강
파리의 세계유산애 센 강도 포함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나도 자료 찾다가 우연히 알았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강 주변이 뭐라고 세계유산인가 싶지만 노트르담, 루브르, 오르세까지 주변에 자리한 명소만 들어보면 정도 납득은 된다. 게다가 센 강을 가로지르는 37개의 다리 중 일부 (퐁 뇌프, 퐁 데 자르, 퐁 알렉상드르 III, 퐁 드 그르넬, 비르아켐 등)는 여행자들의 사진 촬영 성지다. 여기애 유람선을 타고 센 강을 둘러보는 투어는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이자 파리 관광산업에서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부키니스트까지 더해지면 센 강도 당당히 파리의 랜드마크로 자리할 자격이 충분한 것 같다. 나폴레옹 1세 이후 다른 상인들과 동등한 자격과 권리를 얻은 부키니스트들은 센 강을 따라 3km에 걸쳐 자리하고 있는데 센 강뿐만 아니라 부키니스트들도 1991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인정받았다고 한다.
센 강과 파리의 사계절
그러나 센 강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유명 명소도 37개의 다리도 부키니스트들도 아닌 계절마다 다른 색의 옷을 입는 센 강 그 자체에 있다. 그 속에서 온몸으로 계절을 즐기는 파리지엔들이 더해지면 파리의 낭만은 비로소 완성된다. 집-학교-도서관을 오가는 단조로운 일상에서 계절마다 옷을 바꿔 입은 센 강을 관찰하는 건 소소한 행복이었다. 비록 한발 떨어져 관찰하는 입장일지라도 풍경과 하나 되어 센 강을 온몸으로 즐기는 파리지엔들을 보고 있으면 입가에는 은근히 미소가 피어올랐다. 신기한 건, 센 강에 파리지엔이 더해질 때 비로소 사계절 풍경화도 파리의 낭만도 완성된다는 것.
파리지엔과 센 강
센 강은 파리를 남에서 북으로 가르고 있지만 파리지엔들은 좌우로 나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파리를 센 강을 기준으로 나누어 부를 때도 좌안(Rive Gauche), 우안(Rive Droite)으로 부른다. 흥미로운 사실은 강남과 강북 분위기가 다른 것처럼 좌안과 우안의 분위기와 이미지도 다르다. 좌안이 지적이고 학구적인 이미지라면 우안은 자유분방하고 예술적이다. 그러나 센 강변에서 만큼은 지역을 나누는 이미지도 평등(?)해진달까. 지적이던 자유분방하던 그저 자기만의 방식대로 센 강을 즐기면 된다.
나는 파리의 풍경을 관찰하는 것도 좋아했지만 그 안에서 살아가는 파리지엔의 삶을 모습을 보는 걸 조금 더 좋아했다. 어쩌면 나는 센 강을 좋아했다기보다 '파리지엔과 함께인 센 강'을 좋아했던 것 같다. 파리지엔과 센 강의 관계는 '나무와 숲' 같았다. 나무 없이는 숲을 이룰 수 없듯 파리지엔 없는 텅 빈 센 강은 나무를 모두 베어버린 민둥산이랄까. 때로는 삶의 터전, 때로는 공연장, 때로는 카페, 때로는 화실이 되어주며 파리지엔의 삶에 깊숙이 녹아들어 있는, 사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보여주며 파리지엔과 파리의 낭만을 완성시켜 준 센 강이 언제나 그립다.
이방인의 전지적 관찰자 시점. 그러나 가끔은 1인칭 주인공 시점의 관찰기.
시선기록장 @bonheur_archive
파리 사진집 <from Paris> 저자
영화 뉴스레터 ciné-arch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