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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루브르 지구 산책

걸어서 파리 한 바퀴 ep.2

by 마리

파리는 20개의 구(Arrondissement)로 나누어져 있다. 최근 1구-4구를 통합했다지만 어디까지나 행정 편의 상의 변화일 뿐 지리적으로는 여전히 달팽이 모양으로 빙글빙글 돌며 20개의 구로 나뉜다. 파리의 루브르 지구(Quartier du Louvre)는 이 20개의 구가 시작되는 파리 1구를 부르는 또 다른 이름으로 루브르 박물관과 튈르리 공원 같은 파리의 대표 명소가 자리하고 있는 지역이다. 파리의 20개 구 중에서 거주 인구수와 면적은 가장 작지만 파리의 중심이자 대표 관광/행정 구이기도 하다. 고로 파리를 방문했다면 열에 열은 이 루브르 지구를 방문한다는 이야기. 그래서 준비한 이번 파리 산책은 파리의 중심 루브르 지구다.


파리 루브르 지구 여행의 중심, 미술관들 (루브르 박물관 & 오랑주리 미술관)


루브르 박물관 (Musee du Louvre, rue de Rivoli, 75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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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Bonheur Archive

루브르를 대표하는 관광지로 루브르 박물관을 꼽아야 할 것 같다. (Quartier du Louvre, 이름부터가 루브르니까...) 소장품의 규모 면에서도 대영박물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으로 꼽히는 것은 물론 1년 365일 여행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파리의 대표 관광 명소 되시겠다. 루브르 박물관 하면 떠올리는 것은 딱 두 가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와 루브르 박물관 안뜰 나폴레옹 광장에 설치된 거대한 유리 피라미드다.


루브르 피라미드는 1980년대에 지었는데 상징적 의미나 미학의 목적보다 루브르 박물관 출입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한다. 기존의 출입구로는 관람객을 처리할 수 없어 방문객들의 동선을 분산시키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고. 처음에는 루브르 궁의 건축양식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논란이 많았지만 에펠탑이 그러했듯 지금은 프랑스 파리 관광산업을 먹여 살리고 있다.


루브르 박물관에는 19세기 이전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어 그 시기의 작품을 좋아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흥미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평생에 딱 한 번, <모나리자>는 꼭 봐야겠다'면 루브르 박물관은 필수다. 나는 10년 전 여행으로 처음 파리에 가서 본 뒤 파리에서 사는 동안은 단 한 번도 가지 않았지만... 그래도 평생에 한 번이라면, 루브르 박물관은 방문할 가치가 충분하다.


오랑주리 미술관 (Musee d'Orangerie, Jardin Tuileries, 75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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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Bonheur Archive

내가 루브르보다 더 좋아하는 곳은 오랑주리 미술관! 파리에서 가장 좋아하는 미술관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곳으로 인상주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오랑주리는 오르세와 함께 파리 여행에서 꼭 가야 하는 필수 방문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랑주리는 원래 루브르 궁에 제공할 오렌지를 기르던 유리온실로 모네의 작품을 전시하기 위해 미술관으로 개조했다. 모네 외에도 폴 세잔, 오귀스트 르누아르, 모딜리아니 등 인상주의와 후기 인상주의 회화를 소장하고 있다.


루브르를 대표하는 작품이 <모나리자>라면 오랑주리를 대표하는 작품은 모네의 <수련>. 모네가 기증한 이 작품을 위해 특별히 만든 1층 (프랑스식으로는 0층) 갤러리는 그의 작품을 자연광 아래에서 관람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2층에서는 르누아르, 세잔, 모딜리아니, 앙리 마티스 등 인상주의 대표 화가들의 작품을 만나 볼 수 있고, 영구 소장된 작품 외에도 특별전을 주기적으로 개최하는 것은 물론 콘서트나 대담회 같은 다양한 문화행사를 많이 개최하는 미술관 중 하나다.



파리 루브르 지구 허파, 공원들 (튈르리 정원 & 팔레 루아얄)

튈르리 정원 (Jardin des Tuilereis, 75001 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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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Bonheur Archive

루브르 박물관과 오랑주리 미술관 사이에는 튈르리 정원이 자리하고 있는데 뤽상부르 정원과 함께 자주 찾았던 정원이기도 하다. 튈르리에서 콩코르드 광장을 바라보면 항상 보이던 대관람차는 파리 시에서 사업 승인 연장을 거부하면서 2018년을 끝으로 사라졌다. 한국인 여행자 중에서 대관람차를 타는 사람은 거의 보질 못했는데 외국인 여행자들에게는 나름 인기가 많았던 파리를 대표하는 관광 명소 중 하나였다. (튈르리를 지나다닐 때마다 습관처럼 사진을 찍곤 했는데 막상 사라지고 나니 휑하고 허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더라는...) 파리는 관람차가 있으나 없으나 항상 아름답지만 그래도 관람 차가가 있던 그 시절의 모습이 더 좋다에 한 표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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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Bonheur Archive

파리 안에는 정원부터 소소한 스퀘어까지 공원만 80개가 넘는데 튈르리는 그중 사계절의 변화가 가장 뚜렷하게 보이는 곳이다. 봄, 가을에는 꽃과 단풍이, 겨울에는 크리스마스 마켓(Marhce de Noel)이 열리고, 여름에는 여름 놀이동산이 개장한다. 가장 좋아하는 시기는 놀이동산이 개장하는 여름! 센 강의 파리 플라주와 함께 세트처럼 떠올리는 휴가 못 간 파리지엔들을 위한 도시의 배려가 느껴지는 곳이다. Fête de la Foraine이라고 불리는 놀이동산은 특히 멀리서도 보이는 핑크빛 에어 스윙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데 타본 적은 없지만... 직접 타면 러블리가 순식간에 스릴러로 바뀐다는 말은 전해 들었다. 에어 스윙 외에도 후름 라이드부터 공포의 집까지 갖출 건 다 갖춘 단발성 놀이공원으로 튈르리 정원이 가장 활기를 띠는 때가 바로 여름 놀이공원이 개장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팔레 루아얄 (Jardin du Palais Royale, 2 Galerie de Montpensier, 75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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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Bonheur Archive

팔레 루아얄은 가장 파리 다운 클래식함과 시크함이 느껴지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장소. 팔레 루아얄에는 포토존이 하나 있는데 프랑스 설치미술의 거장 다니엘 뷔렌의 작품이자 종종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기도 하는 260개의 흑백 스트라이프 구가 설치된 팔레 루아얄의 안뜰이다. 그러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리슐리외 대저택 사이에 조성된 정원인데 이곳의 조경과 저마다의 방식으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하는 걸 정말 좋아했다. 뤽상부르와 더불어 공원에서 책 읽고 싶을 때 가장 많이 찾았던 곳이기도 하다. 리슐리외 대저택이 있던 자리는 현재 프랑스의 문화부와 더불어 고급 부티크와 화랑이 들어선 휴식과 쇼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루브르 지구에서 먹고, 쇼핑하고 즐기기! (카페와 맛집, 감각적인 편집숍 추천)

아스티에 드 빌라트 (Astier de Villatte, 173 rue Saint-Honore, 75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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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르에서 가장 좋아하는 매장을 딱 하나만 꼽으라면 주저 없이 아스티에 드 빌라트를 고른다. 한국인에게도 많이 알려진 곳으로 세라믹 제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꼭 들리는 곳이다. 이곳의 제품은 모두 핸드메이드로 만들어져 모양과 무게가 다 다른데 달리 말하면 모든 제품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셈. 매장도 제품도 심플하고 시크한 분위기까지 파리라는 도시가 주는 이미지를 그대로 빼다 박은 느낌이랄까. 보기에는 무거워 보이지만 막상 들어보면 되게 가볍다는 것 역시 장점. 무엇보다 시각적 아름다움에 쉽게 현혹되는 나 같은 절대적 심미주의자들에게는 개미지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정신 줄 단단히 붙잡아야 한다. 가격은 친절하지 못 까딱하면 통장이 텅장 되는 건 시간문제니까.


안젤리나 카페 (Cafe Angelina, 226 rue de Rivoli, 75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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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Bonheur Archive

안젤리나는 추천할까 말까 망설이던 곳이지만 워낙 유명한 해서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다는 핑계 아닌 핑계... 파리에 매장이 몇 군데 되지만 아무래도 가장 유명한 곳은 루브르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여름에 방문하면 입장을 위해 1시간가량 줄을 서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맛만큼은 보장되는 곳이라 안젤리나의 몽블랑을 먹어보고 싶다면 방문해 보기를 추천한다. 줄 서기 싫은 사람들은 뤽상부르 정원에 있는 지점으로 가면 되는데 루브르 지점은 여행자들이 주로 이용한다면 뤽상부르 지점은 동네 할머님들이 담소를 위해 살롱처럼 찾는 느낌이다. 그러나 고풍스러운 실내 장식은 루브르가 한 수 위.


키츠네 카페 (Kitsune Cafe, 51 Galerie de Montpensier, 75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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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Bonheur Archive

루브르에서 가장 사랑받는 카페 하면 대부분 이곳을 떠올린다. 인스타 감성 좋아하는 사람들은 무조건 방문하는 곳이라 감히 단언하고 싶다. 리슐리외 저택 갤러리 촌에 자리하고 있는데 매장 내부가 좁아서 착석은 정원 테라스 자리로 가야 한다. (물론 빈자리 찾는 게 쉽지는 않지만). 앉아서 마시기에도 불편하고 주말에는 열 번 중 열 번 다 줄을 서야 하지만 그래도 포기하기에는 라떼가 정말 맛있다. 루브르 지구를 걷다 맛있는 라떼 마시고 싶다면 키츠네 카페로 가세요!


텔레스코프 (Telescope, 5 rue villedo, 75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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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Bonheur Archive

키츠네 카페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텔레스코프. 역시나 좌석이 많지 않고, 오픈 시간도 다른 곳과 비교하면 짧은 편이라 타이밍 맞추기 쉽지 않아서 즐겨 찾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음료와 디저트가 모두 괜찮아서 카페 투어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유명한 곳이다. 특히 아래에 소개할 쿠니토라야에서 열 걸음 남짓 떨어져 있다. 타이밍만 잘 맞는다면 쿠니토라야에서 점심 먹고 텔레스코프에서 커피 브레이크 타임 가지면 완벽한 미식 코스가 완성된다.


쿠니토라야 & 사누키야 (Kunitoraya,1 rue Villedo, 75001 & Sanukiya, 9 rue d'Argenteuil, 75001 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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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Bonheur Archive

루브르에는 우동 맛집이 두 곳 있다. 그중 한 곳인 쿠니토라야. 오픈 전부터 줄 서는 찐 우동 맛집이다. 1시간씩 줄 서서 맛집 들어가는 건 우리나라 사람들만 하는 줄 알았는데 프랑스 사람들도 우리랑 똑같았다. 나의 목표는 줄 서지 않고 한 번에 들어가서 먹어보는 거였는데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 아무리 오픈 시간에 맞춰서 가도 기본 30분은 서게 된다. 테이블 순환이 빠른 편이고 기다림도 감수할 만큼 맛있기 때문에 따뜻한 국물 음식이 생각날 때면 항상 이곳을 먼저 떠올렸다. 따뜻한 우동, 차가운 우동 모두 다 맛있지만 그래도 추천 메뉴는 클래식한 따뜻한 우동, 그중에서도 덴푸라 우동을 추천한다.


사누키야는 한국인들 사이에서 GD 우동으로 알려져 있다. 지드래곤이 파리 오면 찾는 곳이라나. 줄 안 서고 들어가 보고 싶었는데 역시나 한 번도 성공한 적은 없다. 사누키야 근처에는 회사가 많아서 그런지 점심시간에 가면 특히 사람이 더 많다. 한 가지 좋은 점은 쿠니토라야는 브레이크 타임이 있지만 사누키야는 브레이크 타임이 없다는 것.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고 싶다면 오후 3시를 전후로 방문하면 된다. 추천 메뉴는 유자가 들어간 우동. 유자의 새콤함이 우동과 의외의 조합을 보여준다.



전지적 관찰자 시점, 가끔은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여행 이야기.

시선기록장 @bonheur_archive

파리 사진집 <from Paris>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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