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파리 한 바퀴 ep.1
파리는 어느 동네를 가도 힙플레이스지만 파리지엔과 여행자 모두의 힙플레이스는 역시 마레지구다. 소개할 바스티유는 이 마레지구의 이웃 동네로 마레를 방문했다면 한 번은 거쳐가게 된다. 바스티유는 시테를 중심으로 동그랗게 돌아가는 파리의 20구 중 4구, 11구, 12구에 걸쳐 있다. 오베르 캄프는 11구에 있는 길 이름으로 유명 레스토랑이나 상점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 중 하나다. 생각해 보면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던 집과 학교 근처 동네(라탱, 생 제르망 지구)와 마레 다음으로 자주 찾았던 곳이 바스티유의 오베르캄프였다. (한 주간 공부 따라가느라 고생한 나에게 보상심리를 한껏 적용해 주말이면 맛집과 카페를 찾아 이 길을 수도 없이 지나다녔다.) 마레만큼이나 먹고 즐길거리가 많은 곳으로 바스티유에서부터 오베르캄프까지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와 자주 가던 맛집과 카페를 소개한다.
바스티유 광장(Place Bastille)과 오페라 바스티유 (Opéra Bastille)
바스티유 광장은 1789년 프랑스혁명의 발단이었던 바스티유 감옥 습격 사건이 일어났던 곳이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바스티유(Bastille)에서 내리면 광장 중앙에 우뚝 솟은 기념비를 볼 수 있는데 바스티유 지구 어디에서도 한 번에 알아볼 수 있어 파리 생활 초창기 근처에서 길을 헤맬 때면 기념비를 보고 길을 찾아 다시 광장으로 돌아오곤 했다. 기념비 아래에는 1830년 7월 혁명 당시 희생자들의 무덤이 있고 기념비에는 희생자들이 이름이 적혀 있으니 세계사에도 관심이 많은 여행자라면 나처럼 나침반(?) 말고 역사적 유적지로서 꼼꼼히 살펴보는 것도 좋다.
광장 맞은편에는 오페라 바스티유 극장이 있는데 오리지널 오페라와 구분하기 위해 오페라 바스티유라고 부른다. 파리의 국립 오페라 공연장으로서 오페라, 발레, 오케스트라 공연의 대부분 이곳에서 이루어진다. 공연장보다 미술관을 더 좋아해 파리에서 오래 지냈어도 이곳에서 공연을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보통 공연예술이 미술관 입장료보다 비싸다 생각하기 쉽지만 프랑스는 공연 관람료가 비싼 편이 아니라 한 번쯤 봤으면 참 좋았을 텐데 싶다가도 아직 가보지 못한 미술관이 많다는 이유로 늘 다음 순위로 미루느라 끝내 가지 못한 곳으로 남았다. (사실 부모님이 파리에 오셨을 때 오페라 바스티유에서 공연을 보고 싶어 하셔서 예매를 시도한 적이 있지만 여름 바캉스로 공연 휴식기와 겹쳐 결국 실패했다.)
바스티유 시장 (Marché Bastille)
바스티유에서 제일 좋아하던 것은 오페라 극장도 기념비도 아닌 추로스였다. 추로스는 파리 어느 키오스크에서든 사 먹을 수 있는 간식이지만 나의 첫 파리 추로스가 바스티유 광장에서였다는 이유만으로 바스티유 광장에서 사 먹는 추로스를 유별나게 좋아했다. (무엇이든 처음은 소중한 법...) 가장 추천하는 맛은 클래식하게 설탕만 슥슥 뿌려 먹는 거지만 추운 겨울에는 뚱뚱한 추로스 속에 꾸덕한 누텔라를 가득 채운 추로스도 좋다.
추로스 입에 물고 바스티유 막쉐를 구경하고 있으면 본 투비 파리지엔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는데 주 2회 반나절만 열리는 막쉐 특성상 타이밍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바스티유 막쉐는 매주 목요일과 일요일 아침 7시부터 오후 1시 30분 ~ 2시 30분까지 열린다.) 파리의 여느 막쉐처럼 식료품부터 꽃, 잡화, 서적까지 다양한 물품을 판매하고 규모도 꽤 큰 편이다. 바스티유 막쉐 역시 나의 첫 파리 막쉐였던지라 바스티유 추로스만큼이나 애정이 남다른 공간이었는데 집 근처에서 열리는 막쉐보다 더 자주 방문했을 정도. (나에게는 '처음'이 굉장히 큰 의미라는 걸 이때 알았다...) 평소 전통시장 구경하는 걸 좋아하고 유럽의 전통시잔 문화에도 관심이 많다면 바스티유에서 장이 열리는 날에 맞춰 방문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아틀리에 데 뤼미에르 (Atelier des Lumieres)
아틀리에 데 뤼미에르는 '공연장보다 미술관!'을 외치는 이들이 회화를 영상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으로 2018년에 처음 문을 열었다. 원래 제철소였던 곳을 아트 센터로 개조한 것인데 영상과 회화의 조합으로 파리지엔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곳이다. 전시홀의 모든 벽면에 유명 회화가 투사되어 한 편의 영상예술을 보는 것처럼 40분 내외로 프로그램을 구성해서 보여준다. 메인 프로그램과 서브 프로그램까지 총 3가지의 프로그램이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되는데 영화처럼 다 보고 나면 나가야 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만큼 충분히 몇 번이고 다시 보기를 즐기다 원하는 때에 전시장을 나설 수 있다. 정적 예술인 회화에 음악과 영상이라는 동적 감각이 더해진 색다른 전시문화를 경험해 보고 싶은 이들에게는 꼭 방문해 보기를 추천하는 곳으로 미술관 홈페이지를 통해 관람 시간을 예매는 필수다. 대중교통으로도 접근하기 쉬운 위치로 메트로 9호선 Voltaire 역이나 3호선 Rue Saint-Maur역에서 도보 5분 거리.
파리 11구 바스티유 미식 로드
Metro 8호선 Lerdu Rollin 근처 포즈 카페(Pause Cafe) & 파사제 (Passager)
바스티유에서 가장 좋아하는 식당으로 항상 포즈 카페를 꼽는다. 추로스와 막쉐에 이어 나의 첫 파리 식당이었는데 (돌이켜보면 나의 첫 파리는 온통 바스티유...) 여행책에 소개된 것을 보고 방문했다 이곳에서 참치 스테이크(Thon Ròti)라는 신세계를 만났고, 그 후로 바스티유만 가면 강물을 거슬러 되돌아가는 한 마리의 연어처럼 이곳을 찾았다. 포즈 카페는 파리지엔 사이에는 이미 유명한 곳이다. 그리고 대표 메뉴 역시 통 호티(Thon Roti)라고 부르는 참치 스테이크. 오베르캄프만큼 맛집 많기로 소문난 샤론가(rue de Charonne) 가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곳은 맛집뿐만 아니라 유명 브랜드숍과 빈티지숍도 많아 쇼핑과 맛집 탐방을 동시에 즐기기에 좋다.
Pause Café: 41 rue de Charonne, 75011 Paris
샤론 가 포즈 카페에서 길 건너 몇 발자국만 내려오면 라떼와 맛집인 파세제 카페를 만날 수 있다. 물론 선정 기준은 나의 개인 취향이지만 이미 파리지엔들에게도 넘치는 사랑을 받는 곳이라 주말에는 빈자리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가볍게 즐기기 좋은 브런치 메뉴도 팔고 있지만 가장 추천하는 건 당근 케이크와 라떼. 라떼는 우유층이 무너지지 않아 라떼 특유의 풍무와 고소함을 즐길 수 있는데 시리고 추운 겨울이면 자꾸 생각나는 맛이다.
Passager: 107 Avenue Lerdu Rollin, 75011 Paris
Metro 3호선 Permentier 근처 더 후드(The Hood) & 피에르상 (Pierre Sang) & 오베르맘마(Ober Mamma)
오베르 캄프 근처에 자리한 오가닉 카페 The Hood는 건강한 메뉴를 지향하는 곳이라 맛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15유로 내외로 플라(plat)와 디저트(dessert)를 배부르게 즐길 수 있어 가성비가 좋은 곳이다. 식사 메뉴도 추천하지만 딱 하나만 고르라면 베이커리 특히 케이크. 아늑한 분위기가 인상적인 곳으로 친구들과 함께하기보다 혼자서 조용히 나만의 시간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공간.
The Hood: 80 rue Jean-Pierre Timbaud, 75011
프랑스로 입양된 후 요리 경연프로에 참여해 유명해진 한국계 프렌치 셰프 피에르 상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운영 중인 피에르 상. 한식 식재료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요리에 녹여내는 걸로 유명한데 정해진 메뉴가 없다는 것도 피에르 상을 유명하게 만든 요소 중 하나다. 그날그날 가장 신선한 식재료로 만든 메뉴가 제공되고 빈 접시를 치우기 전 어떤 재료를 사용했는지 맞춰보라고 질문을 던지기 때문에 답을 찾으려고 없는 미각도 한껏 끌어올려 음식을 음미하면서 먹게 되는 곳이다. 가게 운영방식도 독특한데 2019년에 문을 연 3호점까지 1,2,3호점이 나란히 붙어있다. 지점별로 코스와 가격이 달라 본인의 취향에 맞춰 선택할 수 있다. 3곳 모두 예약은 필수. 피에르 상 사이트에서 방문하고 싶은 지점, 날짜 시간을 예약해야 하며 최소 2주 전에는 예약하는 것이 좋다. 파리지엔은 물론 짧은 일정으로 파리를 다녀가는 여행자들도 예약의 번거로움을 마다하지 않을 만큼 많은 사랑을 받는 곳으로 오베르캄프에서 딱 한 곳만 가야 한다면 주저 말고 피에르 상을 선택하시길!
Pierre Sang: 55 rue Oberkampf, 75011
피에르상만큼 오베르캄프에서 사랑받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오베르맘마. 식재료를 모두 이탈리아에서 공수해 오고 셰프와 서버도 모두 from Italy. 그 덕에 이태리 악상을 머금은 프랑스어를 들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프랑스에서 이탈리안 식당으로 유명한 곳 중 하나로 여행자들에게도 알음알음 소문이 많이 났는지 기본 20~30분의 대기 시간은 감안해야 한다. 추천 메뉴는 마르게리타 피자와 트러플 파스타. 트러플 파스타는 감히 나의 인생 파스타라 말할 수 있을 만큼 꾸덕한 식감에 트러플 향이 가득 배어 있으니 꼭 드셔 보시길!
Ober Mamma: 107 boulevard vichaud lenoir, 75011
전지적 관찰자 시점, 가끔은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여행 이야기.
시선기록장 @bonheur_archive
파리 사진집 <from Paris>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