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파리 한 바퀴 ep.3
파리의 오페라 지구는 파리의 심장이라고도 불리는 대중교통과 상권이 가장 발달한 지역이다. 오페라 지구에는 공항버스가 정차하고, 파리 사방으로 가는 버스 노선들이 가장 많이 모여있으며, 오페라 역에서 지하철을 타면 파리의 모든 지하철 노선이 맞물리는 샤틀레까지 한 번에 갈 수 있다. 주변에는 고급 부티크들이 모여 있는 방돔 광장과 생 오노레 거리, 갤러리 라파예트와 프랭탕 백화점, 애플하우스, 각종 SPA 브랜드까지 포진하고 있어 여러모로 파리를 여행 중이라면 한 번은 꼭 들리게 된달까. 그런 의미에서 이번 파리 산책은 오페라 지구의 여행 포인트와 쇼핑 스폿, 나만 알고 싶은 (그러나 이미 다 아는 것 같은) 카페까지 간추려서 골라봤다.
오페라 지구 여행 포인트 (오페라 가르니에, 방돔 광장)
방돔 광장 (Place de Vandôme)
방돔 광장은 엄밀히 따지면 오페라 지구를 포함하는 파리 9구가 아닌 2구에 속해있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오페라와 더 가깝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달까... 실제로 오페라 가르니에에서 건널목 하나만 건너면 방돔 광장이 펼쳐진다. 이곳은 역사적으로도 건축학적으로도 의미가 깊은 곳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파리에서 "가장 화려하고 비싼 광장"이라고 정의해야 할 것 같다. 몽테뉴 대로에 플라자 호텔이 있다면 방돔 광장에는 그 유명한 리츠 호텔이 있으니까. 여기에 저런 물건은 도대체 누가 사는 걸까 싶은 고가의 브랜드 부티크가 광장을 쭉 둘러싸고 있다. 구경이라도 해보고 싶은데 괜히 기가 죽는다고 걱정하지 말 것. 물건을 살 수는 없을지언정 들어가서 구경하는 것은 가능하다. (부모님이 오셨을 때 방돔 광장 고가의 시계점 앞 쇼윈도를 들여다보고 있으니 직원이 들어와 보라면 선뜻 문을 열어 줬다. 우리 옷차림을 보고도 웃으며 문을 열어 준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했지만 외제차 한 대 가격은 거뜬해 보이는 시계를 채워주기도 하는 걸 보고 이런 게 관용의 나라인가 싶었다.) 가끔 쇼핑백을 양손 가득 들고 럭셔리 카에 오르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상대적 박탈감이 들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는 곳이다.
오페라 가르니에 (Opera Garnier, Place de l'Opera, 75009)
오페라 가르니에는 세계 5대 오페라 극장 중 하나로 오페라 역에서 나오면 바로 눈앞에 보인다. 극장 앞 광장은 파리지엔들에 만남의 광장과 같은 역할을 하는 곳으로 서울로 치면 강남역, 부산으로 치면 서면 롯데백화점 앞이라고 해야 할까� 바스티유 지구에도 오페라 극장이 하나 있는데 오페라 가르니에보다 나중에 지어진 건물로 지금은 두 건물을 구분하기 위해 오페라 지구에 있는 오페라 극장을 오페라 가르니에라고 부른다. 다른 지역에 오페라 극장이 지어졌다고 해서 기존의 오페라 가르니에가 여행자들에게만 개방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꾸준히 오페라, 오케스트라, 발레 공연 등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공연 관람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오페라 가르니에 자체를 보기 위해 방문해도 좋은데 극장 내부에 들어서면 샤갈의 유명한 천장화 중 하나인 <꿈의 꽃다발>을 볼 수 있다! 프랑스 정부로부터 작업을 의뢰받은 샤갈이 프랑스에 대한 사랑을 담뿍 담아 이 천장화를 완성했다고 하니 파리를 여행 중이라면 에펠탑, 루브르, 오르세와 같은 대표 여행 포인트에 버금가는 곳으로 꼭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오페라 지구 쇼핑 포인트 (갤러리 라파예트 & 프랭탕)
갤러리 라파예트 (Galerie Lafayette, 40 Bd Haussmann, 75009)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백화점은 봉막쉐지만 여행자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백화점은 역시 갤러리 라파예트를 꼽아야 할 것 같다. 라파예트는 파리지엔들보다 여행자들이 더 많이 방문하는 곳이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기도 하니까. 여행자 중에서도 2/3는 중국인이라 꼭 필요할 때가 아니면 찾는 경우가 드물었지만 그래도 1년 중 노엘 시즌만큼은 일부러 찾아가기도 했는데 바로 라파예트의 대형 트리를 보기 위해서였다. 평소에도 고풍스러운 장식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그 매력이 배가 되는 건 역시 크리스마스 시즌이다. 개인적으로 쇼핑을 목적으로 라파예트를 방문하고 싶다면 오페라 본점보다 2019년 봄에 문을 연 샹젤리제 지점을 추천한다. 특히 이곳 식품관은 평소 식재료 쇼핑을 좋아하는 여행자들에게 벗어날 수 없는 개미지옥이 될 수도 있으니 주의할 것.
프랭탕 백화점 (Printemps Haussmann, 64 Bd Haussmann, 75009)
라파예트 맞은편에는 프랭탕 백화점이 자리하고 있는데 라파예트보다 여행자 방문은 적은 편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추천하고 싶은 공간은 남성관 7층과 8층에 자리한 프랭탕 뒤 구(Printemps du gout)! 2018년 봄에 문을 연 프랭탕 야심작이라 할 수 있는 식품관으로 쇼핑 중 최고의 쇼핑은 역시 식재료 쇼핑이라 생각하는 나에게는 마치 천국과도 같은 곳이었다. 프랑스 지역별 특산품부터 와인, 초콜릿, 꿀, 신선식품은 물론 유명 베이커리와 레스토랑의 분점이 입점해 있어 오픈 이후 파리지엔들의 지대한 관심과 사랑을 받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식품관 테라스에서 내려다보는 파리 전경이 개선문에서 내려다보는 것 못지않게 아름답다.
오페라 지구 카페 추천
코다마 티카페 (Cafe KODAMA, 30 rue Tiquetonne, 75002)
코다마 티카페는 오페라 지구가 속한 파리 9구가 아니라 2구에 위치하고 있지만 오페라 지구에서 버스나 지하철로 금세 닿을 거리라 소개하기로 했다. 파리에서 티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카페는 드문데 이곳은 남매와 친구가 2016년부터 아틀리에를 겸해서 운영하고 있는 티 전문 카페다.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인스타그램에서 발견하고 방문한 이후 자주 이용했던 곳이자 나만 알고 싶은 공간이기도 하다. 블렌딩 해서 판매하고 있는 티 종류도 다양하고, 주문할 수 있는 티 사이즈 역시 두 종류라서 더 좋다. 함께 판매하고 있는 디저트류도 맛있는 편이라 파리에서 괜찮은 티 카페를 방문하고 싶다면 카페 코다마 추천!
마타마타 커피 바 (MATAMATA Coffee Bar, 58 rue d'Argout, 75002)
마타마타 커피바 역시 파리 2구에 위치하고 있지만 오페라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 소개하는 본점 근거리에는 더 넓은 공간의 분점이 있지만 나는 늘 본점을 방문했는데 파리 카페의 찐매력은 비좁아 터질 것 같은 자리라고 생각해서였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여기선 무조건 커피를 마셔줘야 한다! 라떼도 괜찮고 파리에서 보기 드물게 플랫화이트도 판매하고 있다. 좌석은 협소하지만 아늑한 분위기가 매력적인 곳으로 판매하고 있는 음식과 음료도 맛있어서 현지인들 특히 근처 직장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어디든 근처 직장인들이 선호하는 곳은 실패가 없다는 것이 불변의 진리! 오페라 지구에서 관광을 마치고 간단하게 점심 먹을 곳을 찾는다면 마타마타 커피바 추천.
전지적 관찰자 시점, 가끔은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여행 이야기.
시선기록장 @bonheur_archive
파리 사진집 <from Paris>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