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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이 사랑한 몽마르트르 산책

걸어서 파리 한 바퀴 ep.4

by 마리

프랑스 파리하면 예술, 예술하면 파리. 불변의 진리이자 공식과 같은 '예술의 도시 파리'의 중심에는 몽마르트르 언덕이 있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예술 활동을 하던 예술가들의 고향이자 상징과 같은 곳. 파리를 찾는 여행자들도 에펠탑, 개선문, 루브르 다음으로 몽마르트르를 즐겨 찾는다. 그래서 준비한 걸어서 파리 한 바퀴 4번째는 몽마르트르 지구로 준비했다. 발행인이 생각하는 몽마르트르의 여행포인트, 추천 카페, 쇼핑 스폿을 담았다.


파리 몽마르트르 여행포인트 5곳 추천


Un. 몽마르트르 사랑해 벽 (Le mûr d'am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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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12호선 아베쓰(Abbesses) 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사랑해 벽. 300여 개의 언어로 1000번의 사랑한다는 말이 적힌 벽으로 여행자들이 몽마르트르에서 가장 먼저 기념사진을 남기는 곳이자 자국어로 적힌 글귀를 찾기 위에 눈동자를 바쁘게 움직이는 곳이기도 하다. 사랑해 벽에는 '사랑해',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나 너 사랑해'까지 총 3개의 한국어 문장이 적혀 있으니 눈 크게 뜨고 찾아보시길!


Deux. 사크레퀘르 성당 (Basilique Sacré Coe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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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Bonheur Archive

몽마르트르 언덕 꼭대기에 솟은 사크레 퀘르 성당은 여행자들이 몽마르트르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곳이자 몽마르트르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곳. 비잔틴 양식의 사크레퀘르 성당은 프랑스가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 패한 후 떨어진 국민의 사기를 고양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국민들이 모금한 성금으로 지었다. 성당 앞에는 '생 루이' 동상과 '잔 다르크' 동상이 각각 성당을 지키고 서있다. 성당 앞으로는 영화 <아멜리에>에 등장한 나다르 광장(Square Nadar)이 자리하고 있는데 파리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것은 물론, 공원 아래에서 사크레퀘르 성당을 배경으로 인생 사진을 건질 수 있는 파리의 포토 스폿 중 하나.


Trois. 화가의 거리 테르트르 광장 (Place du Tert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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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가장 많은 거리 화가를 볼 수 있는 테르트르 광장. 지금은 예술과 낭만의 공간이지만 루이 14세 때까지는 교수형이 이뤄지던 장소였다. 파리를 찾는 여행자들이 초상화나 케리커쳐를 남기기 위해 가장 많이 방문하는 곳이기도 하다. 완성작의 퀄리티와 가격을 비교하면 비싼 편이나 가격은 흥정이 가능하다. 대신 값을 깎는 만큼 그림에 들어가는 '선'이 빠지기 때문에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리 여행을 기념하고 추억할 무언가를 남기고 싶다면 테르트르 광장에서 초상화 남기기는 퍽 괜찮은 선택일 수도.


Qautre. 롱사르 거리와 달리다 광장 (Rue Ronsard et Place Dali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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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Bonheur Archive

몽마르트르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은 사랑해 벽도, 테르트르 광장도, 사크레퀘르도 아니다. 딱 한 곳만 사심과 애정을 가득 담아 고르라면 이곳을 고를 것 같은데 바로 테르트르 광장 옆 샛길 계단을 따라 이어진 롱사르 거리. 계단 옆으로 잿빛 건물이 늘어서 있고, 틈 사이로 빼꼼히 내려다 보이는 푸른 하늘과 도심을 내려다보고 있으면 나다르 광장에서 내려다보는 것처럼 시야가 트여 있는 것도 아닌데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든다. 이곳은 칸 광고제에서 은상을 받은 모노프리 광고의 배경으로 등장하기도 했는데 플랫폼 속에 나온 모습이 궁금하다면 유튜브에 'Monoprix The worst song in the world'라고 검색하면 영상 끝에 등장하는 이 계단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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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Bonheur Archive

롱사르 거리를 지나면 라팽 아질이 나오고 조금 더 내려오면 달리다 광장이 펼쳐지는데 이집트 출신의 배우로 프랑스로 건너와 몽마르트르에 정착해 가수로 성공한 달리다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이곳에서 올려다보는 몽마르트르 언덕과 골목 그리고 사크레퀘르 성당도 퍽 아름답다. 몽마르트르에 갈 때면 내려올 때는 꼭 달리다 광장을 거쳐 내려오곤 했다. 드문드문 찾아오는 여행자나 동네 주민들만 간간이 마주칠 수 있는 곳으로 항상 여행자들로 북적이는 몽마르트르에서 몇 안 되는 한적하고 조용한 곳이었다. 런던에 노팅힐이 있다면 파리에는 몽마르트르가 그에 비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몽마르트르는 파리에서 몇 없는 알록달록한 색감이 넘쳐나는 곳이기도 하다. 몰랐던 사실 중 하나는 몽마르트르에 가면 원단을 살 수 있다는 것! 의상디자인을 전공하는 유학생의 귀띔으로 알게 된 건데 평소 예쁜 원단에 관심이 많다면 여행 중 한 번쯤 방문해 볼 만하다.


Cinq. 몽마르트르에서 만나는 예술가들의 안식처

고흐와 모네 안식처, 르 콩슐라 (Le Consulat, 18 Rue Norvins, 75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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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Bonheur Archive

몽마르트르에는 예술가들과 연관된 장소가 많다. 사랑해 벽을 지나 언덕 오르면 포스터, 엽서, 그림을 팔고 있는 갤러리들이 밀집해 있고, 테르트르 광장을 둘러싸고 식당들이 모여있는데 가장 유명한 곳은 고흐와 모네가 즐겨 찾았다고 알려진 르 꽁슐라. 테르트르 광장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데 알록달록한 색감의 건물이 동화 속에 나올 것 같은 모습이다. 방문해서 음식을 먹어보지 않아 식당에 대한 평가는 할 수 없지만 구글 평점은 나쁘지 않은 걸로. 식사 목적보다 식당 자체를 보는 것에 의의를 두고 방문해 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화가들의 안식처 라팽 아질 (Au Lapin Agile, 22 Rue des Saules, 75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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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Bonheur Archive

롱사르 거리를 따라 조금 더 내려오면 보이는 라팽 아질은 르누아르, 모딜리아니, 피카소 등 화가들이 즐겨 찾았던 곳이자 오래된 카바레 중 하나. 한국인 여행자들에게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외국인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라팽 아질을 보기 위해 일부러 몽마르트르를 찾기도 할 만큼 유명한데 피카소가 그린 그림과 미국의 코미디언이자 작가인 스티브 마틴이 쓴 연극 'Picasso at the Lapin Agile' 덕분이라고. 이곳은 카바레에서 일어났던 살인 사건을 빗대어 암살자의 카바레(Cabaret des Assassins)로도 불렸는데 1875년 화가 앙드레 질이 카바레에 그려 넣은 토끼 그림이 인기를 얻으며 지금의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도 운영하고 있지만 밤에만 문을 연다. 담배연기로자 욱해도 분위기가 좋고 음악과 포도주까지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생각하는 이들에게 한 번쯤 방문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르누아르의 작품의 배경이 된 물랑 드 라 갈레트 (Moulin de la Galette, 83 Rue Lepic, 75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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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Bal du moulin de la Galette © Wikipidia / (우) photo © Bonheur Archive

달리다 광장을 지나 한참을 걸어 내려오면 르누아르 작품의 배경이 된 물랑 드 라 갈레트를 만날 수 있다. 파리에 두 번이나 다녀간 엄마가 올 때마다 가고 싶어 하셨던 곳인데 갈 때마다 문이 닫혀있어 끝끝내 방문에 실패한 우리에게는 가슴 아픈 곳이기도 하다. (두 번이나 방문에 실패했지만 다음번에는 성공하고 말겠다는 집념을 아직 버리지 않았다.) 가고 싶었던 이유는 오직 하나. 가장 좋아하는 인상주의 화가 르누아르의 그림에 나온 곳이기 때문! 르누아르의 대표작 중 하나인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의 배경이 된 곳으로 몽마르트르의 맛집으로도 꼽힌다. 여행지로서의 특색도 지니고 있지만 맛도 좋은 식당을 찾고 있다면 물랑 드 라 갈레트를 추천한다.


몽마르트르에서 만나는 아멜리에 (Marche de la butte & Cafe de deux moul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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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Bonheur Archive

몽마르트르에 환상을 품은 건 영화 <아멜리에> 때문이었다. 호기심과 타인에 대한 이타심이 맑고 큰 눈동자를 가득 채운 아멜리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볼 수 있는 영화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성공한 영화 덕분에 몽마르트르의 관광 산업(?)은 더 성공가도를 달리게 됐다고. (물론 믿거나 말거나지만) 영화에서 아멜리가 근무했던 카페는 물론 콩 주머니에 손을 넣고 행복을 느끼며 말더듬이 직원을 괴롭히던 사장님을 혼쭐 낸 슈퍼마켓에 가면 여전히 영화 속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그 시절, 귀엽고 사랑스러운 오드리 도투의 모습이 그립다면 막쉐 드라 뷔트(Marche de la butte)와 카페 드 두 물렁(Cafe de deux moulins)을 방문해 볼 것!


물랑 루즈(Moulin Rouge, 82 Bd de Clichy, 75018 Paris)

photo © Bonheur Archiv

물랑 루즈는 파리의 카바레 역사가 그대로 숨 쉬고 있는 곳으로 1889년 개장 후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몽마르트르 유흥의 끝판왕이랄까. 다리를 지그재그로 쭉쭉 뻗어 올리는 오리지널 프렌치 캉캉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식사와 함께 하는 공연은 인당 200유로가 넘고 샴페인 한잔과 함께 관람하는 공연 역시 가격이 만만치 않아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는 곳은 아니다. 그러나 몽마르트르의 대표 랜드마크 중 하나 임에는 이견이 없다. 굳이 공연을 보지 않더라도 붉은 풍차를 배경으로 사진 한 장 남겨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참고로 사진을 찍으려면 물랑 루즈가 문을 여는 7시 이후에 방문해야 붉은빛을 밝힌 풍차를 배경으로 사진을 남길 수 있다.


몽마르트르 카페 추천 One, Two, Three


Un. 케이비 커피숍 (KB Coffeshop, 53 Avenue Trudaine, 75009 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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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Bonheur Archive

파리에서 애정하는 카페 Top 5에 들어가는 KB Coffeshop. 좋아한다는 말로는 부족할지도 모르겠다. 학업에 휴식기를 가지며 시간적 여유가 많이 생겼던 한 해 동안 일주일에 4일 이상 방문하기도 했던 곳이니까. 집에서 카페까지 가려면 버스도 지하철도 2번 이상 갈아타야 하는 노고를 마다하지 않고 줄기차게 방문했으니 좋아하는 것을 넘어서 사랑하는 카페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인스타그램 좀 한다'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다 아는 곳이기도 한데 파리지엔들에게도 여행자들에게도 고루 사랑받는 곳으로 몽마르트르의 힙스폿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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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Bonheur Archive

그 자리에서 갈아주는 과일주스와 합리적인 가격의 브런치 메뉴, 본질에 충실한 커피와 디저트까지 갖췄으니 모두에게 사랑받을 자격은 충분하다. 커피 외에도 이곳을 좋아한 이유가 있었는데 통창으로 내다보던 거리 풍경 때문이었다. 카페 앞은 자그마한 광장으로 언제나 회전목마가 놓여 있었는데 회전목마를 타며 행복해하는 예쁜 아가들의 웃음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읽고 싶은 책을 읽거나 부담 없는 과제를 하고 있을 때면 답답한 도서관 보다 카페로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긴 겨울이 지나고 파리의 청량함이 한껏 물오르기 시작하는 봄이나 여름에 방문하면 파리 풍경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다.


Deux. 뷔베트 (Buvette, 28 Rue Henry Monnier, 75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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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Bonheur Archive

뷔베트는 파리 감성보다는 뉴욕 감성이라고 해야 할까. 브런치 카페로 가게 내부는 되게 작고 아담하지만 유명세와 맛은 아담하지 않다. 브런치 시간에 방문하면 웨이팅은 필수. 기다리는 것이 싫다면 식사시간을 비켜 방문하는 것도 좋다. 브레이크 타임 없이 식사가 될 만한 메뉴를 팔고 있는데 추천 메뉴는 스크램블과 하몽이 올라간 샌드위치 종류. 초콜릿 시럽이 슥슥 뿌려진 와플도 괜찮고, 크로크 므슈나 마담도 괜찮다. 혼밥 하기에 나쁘지 않고, 친구나 연인과 함께 가도 좋은 곳으로 소위 말하는 감성샷 찍기에도 좋은 곳.


Trois. 뀌이에 (Cuillier, 19 Rue Yvonne le Tac, 75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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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Bonheur Archive

커피만큼이나 차도 자주 마셔 티카페도 종종 방문하는 편인데 허브차보다는 홍차를 좋아하고 홍차 하면 영국이지만 바다 건너 파리에도 의외로 괜찮은 티카페가 많다. Cuillier는 몽마르트르 본점보다 집 근처 2호점을 통해 먼저 알게 된 곳인데 어느 날 갑자기 2호점이 문을 닫으면서 어쩔 수 없이(?) 본점을 찾게 됐다. 간단한 식사대용 메뉴도 괜찮은 편이라 몽마르트르에서 가볍게 식사하기 좋은 티카페를 찾고 있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곳. (2019년까지만 해도 운영 중이었는데 현재는 코로나 때문인지 아니면 정말로 폐업을 한 건지 구글맵에는 폐업으로 뜬다...)


몽마르트르 쇼핑 스폿


Un. 아뻬세(APC) & 메종 키츠네 (Maison Kitune) 스톡(Stock)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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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Google Map

몽마르트르가 쇼핑하기 좋은 곳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빈티지숍이 많다는 것은 알려져 있지만 한국인들에게 무한한 애정을 받고 있는 아페쎄(A.P.C.)와 메종 키츠네(Maison Kitsune)의 스톡매장이 있다는 사실은 많이 모르는 것 같아 소개한다. 둘 다 KB Coffeeshop에서 멀지 않은 곳에 나란히 자리하고 있는데 찾고 있던 제품을 생각지도 못한 할인가로 득템 할 수 있다.


Deux. 몽마르트르의 빈티지숍 (THX GOD I'M V.I.P. & Chinemachine & Kilowatch 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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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Google Map

몽마르트르는 파리 빈티지 숍의 성지랄까. 가장 유명한 곳은 THX GOD I'M V.I.P. 의류를 깔별로 촤르르륵 정리해 둔 매장이 인상적인 곳으로 깔별 정리정돈을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은 살 물건이 없어도 정돈된 매장을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위해 가고 싶은 곳이다. 그 외에도 Chinemachine, Kilowatch 등이 있다. 빈티지 매장은 희소성과 함께 숨겨진 보물을 찾는 재미가 있는 곳이지만 '나는 막 공장에서 찍어낸 새 제품이 좋다'하는 사람들 보다 빈티지 제품을 한 번쯤 경험해 보고 싶은 입문자나 빈티지를 사랑하는 고수들에게 추천한다.


전지적 관찰자 시점, 가끔은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여행 이야기.

시선기록장 @bonheur_archive

파리 사진집 <from Paris>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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