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주의 회화의 중심 오르세 미술관

파리 미술관 산책 ep.9

by 마리

파리에서 루브르 박물관과 함께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미술관 중 하나인 오르세. 1900년부터 1939년까지 기차역으로 사용하다 이후 미술관으로 개조하여 19세기 인상주의 작품들을 다량 소장하고 있는 미술관이다. 큰 호불호 없이 대중들에게 두루 사랑받고 있는 인상주의 작품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미술관 이기도 하다. 특히 미술관 중앙에 자리한 커다란 시계가 미술관의 상징처럼 자리 잡았다.

휴관일인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주 오전 9시 30분 ~ 오후 6시까지 문을 열고 있으며, 목요일 저녁은 21시 45분까지 야간개장을 한다. 덕분에 밤 10시가 돼야 해가 지는 하절기에는 아침 일찍부터 서두르지 않고 오후 느지막이 미술관 관람과 더불어 해 질 녘의 센강 풍경도 보기에 안성맞춤이다. 입장료는 12유로, 25세 미만의 학생은 9유로. 각국에서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미술관인 만큼 오르세 미술관 홈페이지와, 미술관 내에 구비된 안내책자 역시 한국어 서비스가 제공된다.

루브르가 센강 우안에 위치하고 있다면 오르세는 루브르와 마주 보고 센강 좌안에 위치하고 있다. 파리 중심부에 있기 때문에 어디서도 찾아가기 쉽고, 미술관 5층 테라스에서 내려다보는 센 강 변 풍경 역시 끝내준다. 파리 메트로를 이용할 경우 RER B선을 타고 'Gare Musée d'Orsay'역에서 하차, 버스는 68번, 69번, 73번을 이용하면 미술관 바로 앞에서 내릴 수 있다.


지금의 오르세 미술관은 20세기 초, 파리와 프랑스 남동쪽을 오고 가는 기차가 다니는 기차역으로 사용하기 위해 지어졌다. 그러나 1939년 문을 닫은 후 방치되어 있다가 1977년, 19세기 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미술관으로 다시 태어났다. 오늘날에는 인상주의 및 상징주의 등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가는 가장 중요한 미술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는 파리의 대표적인 미술관이 되었다. 오르세 미술관이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가는 시기의 작품들을 소개하는 미술관이라면, 19세기 이전의 작품들은 루브르에서, 20세기 이후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품들은 퐁피두에서 만날 수 있다. 파리에서 루브르, 오르세, 퐁피두 이 세 곳만 방문해도 중세, 르네상스, 근대, 현대까지 미술사의 한 흐름을 다 둘러보고 갈 수 있는 셈이다.

1900년 파리 만국 박람회 때 지어진 기차역을 개조한 미술관이기 때문에 내부에 설치된 큰 시계가 눈길을 잡아끈다. 사실 이 시계는 오르세 미술관을 떠올리면 자동으로 생각날 만큼 오르세 미술관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 미술관 5층에 위치한 레스토랑은 커다란 시계가 레스토랑 한가운데 있어 꼭 영화 '위고'속 한 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오르세 미술관의 레스토랑은 런치메뉴와 디저트가 상대적으로 비싼 편에 속했지만 비싼 만큼 맛도 훌륭한 편이었다. 덕분에 오르세 미술관에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냈던 나는 천천히 여유롭게 미술관 관람도 즐기고 맛있는 한 끼 식사도 즐길 수 있었다.


오르세 미술관의 하이라이트 전시실은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주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5층 전시실. '풀밭 위의 점심식사', '올랭피아' 등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유명 작품들이 소장되어 있다. 그와 더불어 오르세를 상징하는 커다란 시계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으니 잊지 말고 꼭 사진으로 남겨와야 한다. 단, 시계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는 수많은 관광객이 항상 장사진을 이루기 때문에 본인이 원하는 단 한 장의 사진을 얻기 위해선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며 먹이를 노리는 한 마리의 표범처럼 타이밍을 노리는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 시계 틈으로 보이는 센 강변, 몽마르트르 언덕까지 선명하게 펼쳐지는 센 강 너머의 파리 풍경은 오직 오르세 미술관에서만 만나 볼 수 있는 made in Orsay표 작품이다. 5층 전시실은 야외 테라스로도 이어지는데 날씨가 화창한 날 오르세를 찾았다면 테라스에서 내려다보는 풍경도 담아 오는 것을 추천한다.




오르세 미술관 2층 전시실에서는 네덜란드 출신의 화가 빈 센트 반 고흐의 주요 대표작들을 만나 볼 수 있다. 책, 영화와 만찬 가지로 그림 역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의 생각과 가치관이 변화함에 따라, 볼 때마다 작품을 받아들이는 감정과 느낌이 달라진다. 그래서일까, 2017년에 개봉 한 '러빙 빈센트'라는 영화를 본 후 다시 마주한 고흐의 작품들은 처음 그의 작품을 봤을 때와는 또 다른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고흐의 삶은 평생을 그림에만 몰두하며 무명의 화가이자 자살로 생을 마감한 불행한 화가라고 생각했었다.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고흐가 그림을 그리는 행위 자체를 얼마나 사랑했는지에 대한 이해가 없었던 것도 같다. 그저 이야기로, 책으로만 보고 들었던 것을 토대로 그는 이런 화가였을 거야 라고 짐작만 했을 뿐이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고흐에게 그림은 곧 자기 자신이었고, 자신의 작품을 통해 화가 그리고 인간 빈센트 로서의 모든 것을 표현했던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누구보다 순수하게 그림을 사랑했던 사람. 그의 그림을 향한 진실한 마음이 다행이 사람들의 마음에 전해질 수 있었기에 지금의 그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화가가 된게 아닐까.

5층 전시실에서는 마네, 모네, 르누아르, 드가 등 19세기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을 모두 만나 볼 수 있다. 때문에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미술관인 오르세의 꽃은 바로 5층 전시실이다. 신을 제외하곤 누드화가 받아들여지지 않던 그 당시, 처음으로 신이 아닌 인간의 누드화를, 그것도 나체 상태로 관객과 눈을 똑바로 맞추고 있는 여인을 그려 넣어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에두아르 마네의 '풀 밭 위의 점심식사' 역시 오르세 미술 5층 전시실에 소장되어 있다.

내가 개인적으로 드가의 그림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에는 무용수가 등장하지 않는다. 사실 드가는 그 당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광경을 그림으로 그렸는데 (회화는 크게 5가지 장르로 나누는데 드가의 그림은 풍속화 la scene de genre에 속한다), 그중 하나가 세탁부들의 일하는 모습이었다. 세탁부들은 고된 노동을 달래기 위해 일을 하는 중간에 술을 마시는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작품인 '다림질하는 여인들'에 바로 이 노동의 고단함과 찰나의 달콤한 휴식이 대조를 이루며 담겨있다. 무엇보다 한 손에는 포도주 병을 쥐고,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 있는 여인의 모습이 유독 나의 시선을 끌어당기기도 했다.

인상주의 화가로 빼놓을 수 없는 르누아르의 주요 작품들도 소장되어 있는데, 사진으로 남겨두진 못했지만 르누아르의 작품 중 유명한 '물랭 드 라 갈레뜨의 무도회' 역시 오르세에서 만나 볼 수 있으니 잊지 말고 꼭 찾아서 보면 좋겠다. (나의 원픽은 바로 이 작품!) 내가 인상주의 화가 중 가장 좋아하는 이는 르누아르인데 그의 작품을 많이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오르세 미술관과 오랑주리 미술관. 그 때문에 파리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미술관도 오르세 미술관과 오랑주리 미술관이다.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주요 걸작이 다량 소장되어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인상주의 그림을 보기 위해 오르세를 찾는다. 그러나 미술관 구석구석을 꼼꼼히 둘러보면 인상주의 작품 외에도 눈길이 가는 작품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는데 그중 기억에 남았던 작품들은 사진으로 모두 담아왔다. 오르세 미술관은 인상주의 그림 외에도 근대 이전의 유명한 역사화(la peinture d'Histoire)도 소장하고 있는데 알렉상드르 카바넬의 '비너스의 탄생'이 오르세에 보관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오르세를 방문했을 때, 11시쯤 미술관을 찾아 오후 4시 넘어까지 미술관을 둘러보고 나왔었다. 파리에서 머무는 기간이 길고, 미술관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이라면 하루 온종일을 오르세 미술관에만 투자하는 것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앞서 말했듯 19세기 이전의 작품은 루브르 박물관에 19세기 이후의 작품은 퐁피두 센터에 소장되어 있고 고대와 중세 그리고 현대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오르세 미술관이다. 파리 여행에서 미술관을 단 1곳만 방문할 수 있다면 주저 없이 권해 줄 만큼 오르세 미술관은 모든 이에게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전지적 관찰자 시점, 가끔은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여행 이야기.

시선기록장 @bonheur_archive

파리 사진집 <from Paris> 저자